北, 통신선 다 끊어도···정의용·서훈 특사제안한 '은밀한 통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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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4월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만찬 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판문점 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4월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만찬 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7일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 제안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불쾌하다"며 이를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31일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으면서 북한은 지난 9일 12시 모든 남북 통신선을 차단했다. '모든' 차단 대상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간 직통전화와 군통신선은 물론 청와대와 북한의 국무위원회를 연결한 핫라인도 포함됐다. 그런데 북한의 주장을 보면 남측이 비공개로 특사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다”며 북한과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통신선이 차단된 상황에서 남북이 어떤 식으로 소통이 이뤄졌을까.

우선, 정보기관의 '비공개 라인'이 가동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전쟁 중에도 서로 소통을 위해 협의 채널을 열어둔다"며 "과거 남북관계가 냉각됐을 때도 비공개 채널은 가동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긴 했지만 비공개 라인은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4월 서훈 원장과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접촉때도 이 라인이 가동됐다는 후문이다. 남북은 1971년 9월 남북적십자회담을 위해 처음 직통전화를 개통한 이후 비공개 채널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72년 4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실과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사무실을 연결한 직통전화가 대표적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관이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관이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협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2009년 10월 당시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비공개 회담을 하거나, 2011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비밀접촉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UN 대표부가 설치된 뉴욕에서 만나는 ‘뉴욕 채널’도 있다. 그러나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과 보안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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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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