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츠크해와 북태평양 고기압···" 교과서속 장마는 틀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18 01:00

업데이트 2020.06.18 14:44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지난 10일 오후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우비를 쓴 관광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올해 장마는 지난해와 비교해 15일 가량 이른 것이다. 뉴스1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지난 10일 오후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우비를 쓴 관광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올해 장마는 지난해와 비교해 15일 가량 이른 것이다. 뉴스1

"계절이 초여름으로 바뀜에 따라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海) 고기압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는데, 두 기단의 세력이 비슷해 우리나라에 비교적 오랜 기간 전선이 정체하면서 많은 비가 내리는데, 이를 장마라 한다."

교과서나 백과사전에서는 이처럼 장마를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이라는 커다란 두 공기 덩어리의 충돌로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 한반도에 쏟아지는 장맛비는 이런 설명과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장마 모식도. 남쪽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찬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 정체전선을 이루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반적인 장마 모식도. 남쪽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찬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 정체전선을 이루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주대 대기과학과 장은철 교수팀이 국립기상과학원에 제출한 '장마철 집중호우 특성 분석 및 예측성 향상 기술 개발' 용역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십 년간 교과서에 사용했던 장마의 개념을 고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 연말 제출됐으며, 중앙일보가 최근 단독 입수했다.

연구팀은 장마를 과학적으로 분석, 장맛비와 집중 호우에 관한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이 연구를 진행했다.

장마철 집중호우는 3가지 유형

지난해 7월 26일 인천 지역에 내린 장맛비로 서구 오류동 원당대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6일 인천 지역에 내린 장맛비로 서구 오류동 원당대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장 교수팀은 2016~2018년 강수 사례를 분석을 통해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길고 오랜 시간 많은 비가 내린다는 전통적 장마 개념이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신 남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있고, 북쪽에 다양한 요인들이 경계면을 형성해 비를 뿌리게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장마철 집중호우의 원인을 ▶북쪽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는 전형적인 형태 ▶지름이 100㎞가 넘는 종관 규모(綜觀規模)의 한랭건조한 저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충돌 ▶지름 100㎞ 이하인 중간규모(mesoscale)의 저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충돌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자료: 공주대 장은철 교수팀

자료: 공주대 장은철 교수팀

장 교수는 "한 달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지는 장마철의 구체적인 날씨를 결정하는 데 있어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역할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국 중부와 남부에서는 메이유(梅雨)로, 일본에서는 바이유(梅雨)라고 부르는 '장마'가 있지만, 더 북쪽에 위치한 한국의 장마는 중국·일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작은 도시 오호츠크에서 바라본 오호츠크해의 모습. 강찬수 기자

러시아의 작은 도시 오호츠크에서 바라본 오호츠크해의 모습. 강찬수 기자

일본의 경우는 대체로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충돌로, 중국의 경우는 시베리아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충돌로 볼 수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남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있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고기압이나 저기압이 역할을 맡는 셈이다.

하늘엔 수증기 흐르는 강이 있다.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10일 오후 제주시 교래리 도로에서 전조등을 켠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10일 오후 제주시 교래리 도로에서 전조등을 켠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특히 서부 열대 태평양의 수증기가 장맛비의 '원료'라고 강조했다.

수증기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쪽으로 수송되는데,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하늘에 수증기가 흐르는 이른바 '대기천(大氣川, atmosphere river)'이 있다는 것이다.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에 따라 대기천의 위치도 달라지고, 한반도 강수량도 달라진다.

장마전선을 따라 유입되는 수증기. 자료: 기상청

장마전선을 따라 유입되는 수증기. 자료: 기상청

지구온난화로 아열대 바닷물 표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많은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이로 인해 한반도의 여름철 집중호우도 자주 나타나는 추세를 보인다.

연구팀이 1961~2018년까지 58년 동안 기상청 15개 관측지점에서 6~9월의 시간당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시간당 30㎜ 이상의 강수빈도는 평균 1.2회에서 2회 이상으로 뚜렷이 증가했다.

기상청 호우주의보 발표 기준에 해당하는 12시간당 110㎜ 수준의 강수도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8~9월엔 가을장마도 있다

제주에 시간당 최고 86㎜의 요란한 가을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해 9월 2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 시간당 최고 86㎜의 요란한 가을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해 9월 2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1961~2018년 강수량 자료를 바탕으로 기후학적인 면에서 장마철을 구분했다.

6월 23일~7월 19일(27일간)은 1차 장마로, 7월 20일~8월 6일(18일간)은 장마 휴지기로, 8월 7일~9월 2일(27일간)은 2차 장마(가을장마)로 나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 사이에 장마 휴지기에도 많은 강수가 발생했는데, 1차 장마철보다 그 이후에 더 많은 비가 내린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여름철 전체를 우기(雨期)로 부르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강수 패턴이 과거로 되돌아가면서 이런 주장은 가라앉았다.

장 교수는 "1차 장마는 뚜렷하지만, 2차 장마는 해마다 차이가 있고 뚜렷이 관찰되지 않는 해도 있다"며 "2차 장마 시기는 과거보다 앞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18일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제주도와 남부지방, 충청 남부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제주도와 전남 남해안에는 시간당 30㎜ 이상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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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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