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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명당'에서 출범한 김무성 포럼…김광두 "文 정부 경제정책 실패"

중앙일보

입력

“여기가 제가 있던 방입니다. 이 뒷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본인이 쓰겠다고 지정했던 방입니다.”

김무성ㆍ강석호 등 미래통합당 전직 의원들이 주축이 돼 창립한 ‘더 좋은 세상으로(가칭)’ 포럼의 17일 창립 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포럼이 들어선 사무실에 대해 “김무성 전 의원이 ‘이곳이 비었느냐’고 연락이 와서 내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빌리려고 한다. 거기가 명당이라 그러데’라고 하더라”며 “내가 ‘(대통령) 당선될 때까진 명당인데, 끝날 땐 좀 그렇다. 과연 명당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원장이 전한 포럼 사무실 마련 뒷이야기에 김 전 의원은 ‘한 방 맞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멋쩍게 웃었다.

‘김무성 포럼’, 박근혜 당선 명당에서 출범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 포럼에 참석해 있다.〈br〉〈br〉[뉴스1]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 포럼에 참석해 있다.〈br〉〈br〉[뉴스1]

김 전 의원은 최근 여러 언론인터뷰를 통해 이곳에서 우파 진영의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포럼 사무실 장소조차 ‘허투루’ 선택하지 않은 셈이다. 김 원장의 이야기를 들은 김재경 전 의원은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사무실 위치가 안 좋아서 제일 싼 곳으로 빌린 줄 알았지”라며 웃었다.

포럼이 들어선 곳은 김 원장의 말처럼 보수진영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사무실이 있던 서울 마포구의 현대빌딩이다. 이곳을 책임졌던 김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며 18대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박 전 대통령 곁을 떠났고, 19대 대선에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했지만,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엔 줄곧 쓴소리를 해오다 지난해 초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직에서 물러나며 여권과 사실상 결별했다.

김광두 “文 정부 경제적으론 실패”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더 좋은 세상' 포럼이 열리고 있다.〈br〉〈br〉[뉴스1]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더 좋은 세상' 포럼이 열리고 있다.〈br〉〈br〉[뉴스1]

이날 포럼 창립 세미나엔 30여 명의 미래통합당 소속 전ㆍ현직 국회의원이 모였다. 이곳에서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으로 성공했지만, 경제적으론 실패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보조금 성격의 이전지출 확대와 기업이 소화하기 힘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약자를 보호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려고 했다”며 “단기적으로 인기 있는 정책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면서다.

이날 포럼에선 최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화두로 던진 기본소득 문제도 언급됐다. 장제원 의원이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에 관해서 묻자 김 원장은 “기본소득은 현재로서는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재정 문제와 분배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무성 전 의원도 “기본소득은 실행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 민족을 망하게 하는 일”이라며 “나도 김종인 위원장한테 물어봤다. 이거(기본소득) 가능하지 않다고 나한테 분명히 말했다”고 언급했다.

“휴대전화 충전기 좀”…자연인이 된 ‘금배지’  

미래통합당 전직 의원 46명이 함께 창립한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의 '전직 의원 쉼터'. 사무실 한편에 의원들이 각자 소식을 전하는 흰 게시판이 설치돼 있다. 김기정 기자

미래통합당 전직 의원 46명이 함께 창립한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의 '전직 의원 쉼터'. 사무실 한편에 의원들이 각자 소식을 전하는 흰 게시판이 설치돼 있다. 김기정 기자

이날 공식 출범한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엔 현재 전직 의원 46명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만원의 월 회비를 걷는다. “개인 사무실이 아닌 공유 사무실”(김무성)인 셈이다. 포럼 창립 이유에 대해선 표면적으로 ‘전직 의원 간의 사랑방’을 내세웠지만, “우리의 마지막 목표는 차기 정권 재창출에 힘을 쏟는 것”(강석호)이란 속내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포럼 사무실은 쉼터 역할을 할 ‘사랑방’과 상주 직원의 사무공간, 세미나가 이뤄지는 공부장소 등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었다. 그중에서도 핵심인 사랑방은 정사각형의 사무실 벽을 따라 ‘ㄱ’자 형태로 1인용 소파 10개가 놓였다. 사무실 한편엔 인터넷 검색용 PC도 2대 설치됐다.

한쪽에 놓인 하얀 게시판엔 “휴대전화 충전기 여유분 있는 의원님들, 사무실에 비치 부탁합니다”란 문구도 적혔다. 현직 시절 여러 명의 보좌진을 거느리며 의정활동에 도움을 받던 이들은, 이제 휴대전화 충전기를 서로 품앗이하는 자연인의 신분이 됐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다들 여전해 보였다.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엔 다들 귀를 기울였다.

▶강석호 전 의원 : “(안 쓰러진) 저게 몇층짜리 건물이야. 굉장히 높을 텐데.”
▶김무성 전 의원 : “저건 폭파 실패야. (높은 건물을 가리키며) 저것까지 다 쓰러졌어야 했을 텐데. 책임자 처벌받을 거 같은데. 그런데 지금 주호영(통합당 원내대표)이는 어디 있노.”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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