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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 따른 경기 침체…"중장년층 자살 위험 커질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사회 전반에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계의 자살예방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사회 전반에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계의 자살예방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경제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사회적 지지체계도 약화된 영향이다.

"경제적 스트레스·거리두기, 자살 동기" #"한국의 중장년층 위기 이어질 수 있어" # 당국 "2~3년 후 여파가 본격화할 우려"

17일 한국생명운동연대·한국종교연합·맹성규(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공동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한국 중년세대 자살과 종교계 역할'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경제 침체는 자살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카드 대란, 금융 위기 사태 등에서 익히 봐왔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높은 전염력 등으로 인해 각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했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경제적 충격은 생활고로 이어지며 자살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자살문제 연구 대가인 토머스 조이너 미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살이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변화를 언급했다고 현 교수는 소개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한국중년세대 자살과 종교계 역할' 세미나에서 현명호 중앙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한국중년세대 자살과 종교계 역할' 세미나에서 현명호 중앙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조이너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사회적으로 경제적 스트레스가 커진 게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로 각종 종교행사와 지역사회 행사가 감소한 것도 자살률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언급됐다. 개인을 지탱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가 와해되는 게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코로나19가 감염병인 탓에 신체건강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정신 건강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거나 의료인의 스트레스가 커지는 점 등도 일반인의 자살 위험에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 교수는 특히 경제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지지체계 약화를 주목하며 "한국 사회에 적용할 경우 40·50·60대 중장년층의 자살 동기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질적 가장이 많은 중장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되면 경제적 어려움과 소속감을 잃는다”며 “여기에 동문회와 향우회 등 각종 대인관계가 단절되면서 공동체에서 밀려나게 됐다고 느낄 경우 죽음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인 경제적 지원의 한계도 지적했다. 현 교수는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투입했지만 계속 줄 수는 없다"며 "특히 일용직 등 고위험군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장기적으로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 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 사회로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다양한 의견 개진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숙 선진복지사회연구회장도 "한국사회의 중장년층은 부모님을 부양하면서 2~3명의 자녀를 책임지는 이중, 삼중의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세대"라며 "그렇다고 정부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65세 이상 노인 연령도 아니기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 역시 차상위계층과  취약계층 중장년 세대에 기본소득 보장 문제 등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토론회에선 종교계 역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종교가 사회적 고립을 막아주고, 살아야 할 이유를 제시해줄 수 있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5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5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업(불교상담개발원장) 스님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3년 동안 자살률 1위인 국가"라며 "자살예방 중요성이 대두된 후 종교계가 다양한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올해는 중년을 위한 자살예방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 천주교와 기독교 등 각 종단별로 자살예방매뉴얼을 제작해 예방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서일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에 긴장감이 커 당장은 자살율 증가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2~3년 후엔 여파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살 원인으로 실직, 부채, 가족 내 갈등 등을 지목하며 "정부는 소득양극화 등 문제를 각종 복지·일자리 정책, 소득부양 정책 등으로 완화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교계는 국가가 정책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크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울·스트레스 단계의 국민들에 대한 정서적 지지를 당부했다.

1393 자살예방

1393 자살예방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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