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대신 ‘불멍’할까…텐트 50동 추첨 판매에 1만명 몰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17 07:00

16일 경기 성남시내 한 대형 캠핑용품 전문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캠핑용품을 둘러보고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휴가철을 맞아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자,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스1

16일 경기 성남시내 한 대형 캠핑용품 전문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캠핑용품을 둘러보고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휴가철을 맞아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자,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김선영(38·서울 송파구) 씨는 최근 캠핑에 입문해서 캠핑용품 사들이는 재미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몇 년간 즐기던 스윙댄스 동호회 활동이 4개월째 막히자 회원들과 캠핑하러 다니기 시작하면서다. 하지만 요즘 캠핑용품 사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주요 캠핑용품이 죄다 품절이거나 출고가 너무 늦기 때문이다.

캠핑용품 인기에 일부 인기 용품은 품절이거나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쇼핑몰 캡처

캠핑용품 인기에 일부 인기 용품은 품절이거나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쇼핑몰 캡처

김 씨가 운 좋게 구입한 캠핑 의자는 즉시 동났고, 친구들로부터 웃돈을 얹어줄 테니 되팔라는 제안을 받았다. A가 “1만원 더 줄 테니 나에게 팔아라”고 하면, B가 ”A보다 무조건 1만원을 더 얹어주겠다“는 식이다. 다른 캠핑용품은 아직 손에 넣지도 못했다. 지난 12일 인터넷에서 캠핑 테이블을 주문했는데 23일 이후에야 출고된다고 해서 10일 넘게 기다려야 한다. 김 씨는 “캠핑용품은 사려고만 하면 죄다 품절이라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첨제 판매까지…텐트 구매 경쟁률 200대 1

홈플러스도 오는 17일까지 ‘슬기로운 캠핑생활’ 기획전을 개최한다. 사진 홈플러스

홈플러스도 오는 17일까지 ‘슬기로운 캠핑생활’ 기획전을 개최한다. 사진 홈플러스

코로나19로 발길이 묶인 이들의 발걸음이 캠핑장으로 향하고 있다. 주요 캠핑장은 주말 인터넷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마감된다.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손님을 받는 무료 캠핑장은 조금만 늦어도 입장할 수 없다. 헬스장 등 실내에서 운동하던 이들은 그나마 감염 우려가 덜한 야외로 나가고, 여행을 즐기던 이들도 해외에 나가지 못하자 국내 여행지로 캠핑장을 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우울함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의 해소 방안으로 일명 ‘불멍’(불피우고 멍때리기)이 주목받으면서 캠핑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캠핑용품 시장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홈플러스의 올해 3~5월 캠핑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캠핑 테이블과 의자는 96% 늘었고, 캠핑 조리기구(106%)나 BBQ그릴(109%), 버너(90%) 등도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이에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슬기로운 캠핑생활’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이 기간 주말엔 비 예보가 내려 전국 캠핑장 취소가 잇따른 가운데서도 용품에 따라 최대 106%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인기에 추첨제 판매까지 등장했다. 한 캠핑용품 판매 업체가 이달 초 텐트 50동을 재입고한 뒤 추첨제 판매를 시작하자 1만명이 사겠다고 접수한 것이다. 한정판도 아닌 일반 텐트 구매에 200대 1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래 수출 주력 기업인데 올해는 특이하게 해외보다 국내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희귀템’ 인기에 해외직구·중고 시장도 활발

해외직구 등으로 50만~70만원대에 판매 중인 캠핑용 랜턴. 오픈마켓 캡처

해외직구 등으로 50만~70만원대에 판매 중인 캠핑용 랜턴. 오픈마켓 캡처

국내 공급이 달리자 해외 직구와 중고거래 시장도 활발하다. 지난 3~6월(11일까지) G마켓의 해외 직구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0% 늘었다. 캠핑 의자는 770% 늘었고, 캠핑 테이블(460%), 캠핑 식기(335%), 침낭 및 캠핑매트(250%) 등의 인기가 높았다. 오픈마켓에선 30만원대 화로대(장작을 넣어 불을 붙이는 기구)나 70만원이 넘는 고가 캠핑 랜턴도 판매 중이다.

이런 현상에는 ‘감성 캠핑’ 유행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싸더라도 국내에선 구하기 어렵거나 이미 단종돼 중고 시장에서만 살 수 있는 ‘희귀 아이템’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배우 안보현이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캠핑 속 ‘감성 버너’와 ‘감성 테이블’은 현재 단종됐다.

G마켓 관계자는 “캠핑 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국내에서 보지 못한 제품이나 브랜드가 많아 ‘희귀템’을 찾는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이용한다”며 “고가 장비의 경우 배송료가 붙더라도 국내보다 가격이 더 싼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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