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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꿀꺽' 가마우지 단양 공습 "20㎏ 잡던 쏘가리 2㎏뿐"

중앙일보

입력

가마우지들이 먹잇감을 두고 다투고 있다. 뉴스1

가마우지들이 먹잇감을 두고 다투고 있다. 뉴스1

충북 단양에서 40년째 내수면 어업을 하는 이재완(60)씨는 요즘 줄어든 어획량에 속이 타들어 간다. 이씨는 “그물을 걷어 올릴 때마다 20㎏씩 잡히던 물고기가 최근 2㎏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개체 수가 급증한 가마우지가 모래무지, 은어, 피라미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충북 단양군 가마우지 개체수 급증 #어민 "어획량 줄고, 그물까지 망가져" #단양 상징 쏘가리 서식지 훼손 우려 #개체수 매년 늘어…전국 곳곳 피해

단양강에는 3년 전 외래 조류인 가마우지가 출몰했다. 당시 서너 마리씩 보이던 가마우지는 현재 수백 마리로 늘어난 상태다. 단양읍 잔도 일대와 가곡면 덕천터널, 어상천면 심곡리 개울, 도담삼봉 등 단양강 본류와 지류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씨는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 쏘가리, 메기 등 육식 어종도 개체 수가 덩달아 감소하는 추세”라며 “가마우지가 어망을 뚫고 물고기를 잡아 먹고 있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쏘가리 고을로 유명한 단양군의 어업인들이 늘어난 가마우지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가마우지가 하루 평균 7.5㎏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탓에 모래무지 등 잡고기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수중 생태가 망가지면 단양을 대표하는 쏘가리의 서식도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강원 춘천시의 관광명소인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가 무리를 지어서식하고 있다. 이들의 배설물로 버드나무가 고사될 우려가 있지만 춘천시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강원 춘천시의 관광명소인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가 무리를 지어서식하고 있다. 이들의 배설물로 버드나무가 고사될 우려가 있지만 춘천시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합뉴스

 단양에 가마우지가 나타난 건 2017년 초겨울이다. 강미숙 단양군의원은 지난 15일 군의회 5분 발언에서 “‘물속의 포식자’로 불리는 가마우지는 하루에 물고기를 섭취하는 양이 7.5㎏으로, 돼지고기로 봤을 때 10근 이상 먹어 치운다”며 “몇 마리씩 보이던 가마우지가 수백 마리로 늘어나 어종을 가리지 않고 수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단양군에 따르면 이 지역 내수면 어업 어획량은 2018년 5만2858㎏에서 지난해 4만3884㎏으로 감소했다. 쏘가리의 어획량 역시 같은 기간 8081㎏에서 5850㎏으로 줄었다. 강 의원은 “가마우지 개체 수가 더 늘어날 경우 배설물에 의한 백화현상 등 자연훼손이 우려된다. 정부는 가마우지가 유해조수로 지정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마우지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지내는 철새와 번식을 하는 텃새로 나뉜다. 집단 서식지는 경기 양평 족자섬, 강원 춘천 소양강, 경북 반변천 일대로 알려졌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우리나라에 남아 집단 번식하는 가마우지 개체 수를 3년 전부터 둥지 수 기준으로 조사했다. 2018년 3783개였던 집단번식 둥지 수는 지난해 4325개로 12.5% 증가했다. 월동 개체 수는 2015년 9280마리에서 올해 1월 1만8328마리로 2배가량 늘었다.

충북 단양, 국내 최대 민물고기 전시관 '다누리 아쿠아리움'에 세운 쏘가리 조형물. [중앙포토]

충북 단양, 국내 최대 민물고기 전시관 '다누리 아쿠아리움'에 세운 쏘가리 조형물. [중앙포토]

 최근 번식지가 점차 확산하면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로 떼를 지어 물고기를 대량으로 잡아먹거나 배설물로 인한 환경 훼손 등 피해를 주고 있다. 소양강 일대 주민들도 가마우지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며 환경부에 가마우지의 유해조수 지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진규(60) 전국내수면어로연합회장은 “가마우지가 번식하는 하천은 작은 피라미부터 붕어, 잉어, 모래무지 등 민물 토종 어류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다”며 “한 번 훼손된 수중 생태계는 복구에 수십 년이 걸린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가마우지를 잡을 수 있게 허용하든지, 유해조수로 지정해 개체 수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가마우지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긴 어렵다”며 “가마우지가 생태계에 어느 정도 피해를 주는지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양=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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