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권혁재의 사람사진

빗속의 가왕, 조용필

중앙일보

입력 2020.06.17 00:20

업데이트 2020.06.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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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조용필

권혁재의 사람사진/ 조용필

두 해전 2018년, 가왕 조용필의 데뷔 50주년이었다.
반세기 노래 인생을 정리하는 인터뷰를 한 게 4월이었다.
인터뷰 때 비가 온 터라 자연스레 비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2003년 35주년 기념 공연을 시작으로 총 7번 열린 잠실 공연 중
3번이 비와 함께였어요. 5월부터 시작될 50주년 전국 투어에
혹여 비가 올까 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타 넥(neck) 부분에 한자 ‘도울 필(弼)’자가 적혀 있었다. 가왕이 공연에 사용할 기타였다./20180423

기타 넥(neck) 부분에 한자 ‘도울 필(弼)’자가 적혀 있었다. 가왕이 공연에 사용할 기타였다./20180423

그의 철두철미한 준비성은 원래 정평 나 있었다.
50주년 공연을 위해 당신의 생일에도 축하연 없이 연습만 했을 정도였다.
5월 1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50주년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 공연 전부터 흠뻑 젖었다./ 20180512 잠실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 공연 전부터 흠뻑 젖었다./ 20180512 잠실

그의 모든 게 역사이기에 기록 해두려 잠실운동장을 찾았다.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가 씨가 되었을까?
비가 쏟아졌다. 시간이 갈수록 장맛비처럼 하염없이 쏟아졌다.

우비입는 4만5000팬과 가왕은 빗 속에서 하나였다./ 20180512 잠실

우비입는 4만5000팬과 가왕은 빗 속에서 하나였다./ 20180512 잠실

하지만 미리 대비했던 터라 공연은 나무랄 데 없었다.
하물며 우비를 입은 4만5000 팬과 가왕은 빗속에서 하나였다.

팬에겐 50년 오빠요, 형이었다./ 20180512 잠실

팬에겐 50년 오빠요, 형이었다./ 20180512 잠실

공연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사진이 아쉬웠다.
무대에 설치된 비 가림 천막이 사진의 배경인 게 내내 아쉬웠다.

〈나는 조용필 팬이다〉라는 문구들 든 팬, 비와 종이 꽃비에도 흠뻑 젖었다. /20180612 의정부

〈나는 조용필 팬이다〉라는 문구들 든 팬, 비와 종이 꽃비에도 흠뻑 젖었다. /20180612 의정부

그래서 6월 9일 의정부종합운동장 공연에 다시 찾았다.
미리 살폈더니 늦은 밤부터 비 예보였고 공연 시간엔 흐림 예보였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공연 시간이 되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막 배경이 아닌 사진은 의정부에서도 물 건너갔다 싶었다.

가왕은 무대를 벗어나 오롯이 비를 맞으며 관중석의 관객 앞으로 나섰다./20180612 의정부

가왕은 무대를 벗어나 오롯이 비를 맞으며 관중석의 관객 앞으로 나섰다./20180612 의정부

그런데 공연 중 가왕은 천막을 벗어나 수시로 관객들 앞으로 나섰다.
머리와 안경이 젖고 뺨을 타고 빗물이 흘러도 가왕은 팬 앞으로 나섰다.
급기야 무대를 벗어나 관중석의 관객 앞으로 성큼성큼 나섰다.
관중석 앞에는 ‘가왕, 전설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자랑스러운 오빠라는 이름’
‘당신의 음악으로 50년이 행복했습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오롯이 빗속에 든 가왕과 50년 팬, 그 자체로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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