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오후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전격적으로 폭파한 사건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선 '기레기'(기자+쓰레기, 기자를 비하하는 말) 낙인찍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당 소식을 트위터에서 사진과 함께 트윗한 외신기자가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의 이지혜 기자는 이날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 두 장을 올렸다. 한 장은 2018년 4월 27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 포옹하는 사진이고, 다른 한장은 이날 오후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른 사진이었다.
이 기자는 '2018 vs 2020'이라는 짧은 메시지를 담아 함께 트윗을 올렸는데, 2년여 만에 극적으로 달라진 남북관계를 시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자의 트윗은 등록 4시간여 만에 약 600여회 리트윗됐다.
이 기자의 트윗 이후 그의 트위터에 문제인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몰려가 욕설을 늘어놓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 기자에게 "기자 양반, 기분이 좋아 보인다"며 "누가 보면 한국 사람 아닌 줄 알겠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를 향한 욕설과 비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이 기자를 겨냥해 "매국 기레기"라고 썼고, 다른 이용자는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인간"이라고 쏘아붙였다. "즐거워하는 X들은 다 나라 버린 양아치들뿐"이라고 비난한 이용자도 있었다. 이 기자가 블룸버그통신에서 일하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 및 외신기자에 대한 문 대통령 지지층의 비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승진 임명될 당시, 이 기자는 해당 소식을 전하는 한 국내 언론사의 제목을 '끔찍하다'(This is terrible)고 평가했는데, 이를 고 의원을 비난하는 것으로 오해한 이들이 이 기자를 공격한 일도 있었다.
당시 이 기자는 고 의원의 청와대 대변인 승진 소식을 전하는 한 국내 언론이 '시인의 아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자, 이를 지적하며 여성 차별적인 제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 지지층과 여권 지지 성향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느닷없이 이 기자를 겨냥해 "매국노" "고 대변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기사를) 써보라" 등 욕설을 했다. 당시 한 트위터 이용자가 '고 대변인을 비난한 게 아니라 기사 제목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지적하자 일부 욕설을 했던 트위터 이용자들은 자신의 트윗을 지우는 해프닝도 있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