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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 길고양이 학대’ 논란 일파만파…여전히 물렁한 처벌

중앙일보

입력

'동묘 길고양이 학대' 사건을 계기로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유명 고양이 카페(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는 서울 동대문구 동묘시장의 한 가게 앞에서 긴 쇠꼬챙이로 제압당하는 고양이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상인 여러 명이 길고양이를 줄에 묶어 집어 던지고 목을 졸랐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상인회 측에 항의 전화를 하고 이날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서울 동묘시장의 한 상인이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정황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에 확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서울 동묘시장의 한 상인이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정황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에 확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동묘시장 고양이 학대 사건과 관련해 당일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같은 날 상인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CCTV는 물론, 목격자와 행인들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 측은 가게에 들어온 고양이를 쫓아내기 위해 목줄을 묶어 밖으로 끌고 나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구조해 현재 서울시 동물보호과 연계병원으로 옮겨졌다. 동물보호단체 측에 따르면 해당 고양이는 병원 이송 과정에서 침을 흘리는 등 쇼크 상태를 보였다. 복부 부위엔 다수의 찰과상을 입었다.

동물 학대 행위를 경고하는 포스터.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

동물 학대 행위를 경고하는 포스터.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

이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 16일에도 서울 관악구 내 복지시설과 주차장 등지에선 처참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여러 구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전 4시 30분쯤 관악구 난곡동 복지관 인근에서 복부가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고양이는 임신 중이었다. 같은 날 마산 도심 주택가에서도 도구를 이용해 절단한 것으로 보이는 새끼고양이 발이 여러 개 발견돼 마산중부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학대 늘지만…처벌 미약

동물 학대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2014년 362건→2015년 264건→2016년 331건→2017년 459건→2018년 592건으로 늘었다. 5년 사이 범죄 건수가 약 2배 늘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었던 처벌 기준을 지난 2018년 3월 이후 강화했다. 다만 처벌 사례가 많지는 않다. 최근 3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검찰 기소 512건 중 단 4건에만 실형을 선고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이 사회적 생명체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국에선 동물을 몰래 죽여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 징역형을 내리는 수준의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주운 카라 부팀장은 “동물 학대 행위에 따른 처벌 조항이 있지만 사법 기관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쳐 경각심을 갖지 못하게 되는 측면이 많다”며 “지난해 7월 고양이 ‘자두’를 잔인하게 살해한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는데 이처럼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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