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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참수, 처칠엔 욕설…서양판 '적폐 청산'이 왔다

중앙일보

입력

1.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1506)
이탈리아 탐험가. 스페인 왕가 후원으로 4차례 아메리카 항해, '신대륙 발견'(서구 시각)의 상징
2. 윈스턴 처칠(1874~1965)
영국 정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총리 역임, 미국·소련 등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3. 인드로 몬타넬리(1909~2001)
이탈리아 언론인 겸 역사저술가. 스페인 내전 등 종군 취재에서 이름을 날린 '언론 자유'의 상징

[영상] '역사전쟁' 된 인종차별 시위 #동상 부수고 버리고 낙서, 찬반 대립

1·2·3번 인물들은 각각 활동한 시대도, 직업도, 업적도 다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답은 기사 속에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강제로 끌어내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 뒤로 미네소타주 경찰관들이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강제로 끌어내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 뒤로 미네소타주 경찰관들이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서양판 '적폐 청산'.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미국·유럽에서 진행 중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새로운 유형입니다. 인종차별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을 없애버리자는 일종의 '역사 전쟁'입니다. 서구의 뿌리 깊은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겁니다.

미국에선 특히 콜럼버스 동상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페인트로 낙서하는 건 기본입니다. 해머로 부숴버리고 밧줄로 잡아당겨 끌어내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호수에 수장시키거나 목을 아예 잘라버리는 경우도 나옵니다. 정복자로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했다는 '원죄'가 그에게 적용됩니다.
# 동상의 수난, 영상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공격으로 목이 사라진 미국 보스턴의 콜럼버스 동상.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공격으로 목이 사라진 미국 보스턴의 콜럼버스 동상. AP=연합뉴스

흑인 노예제와 연관된 인물들의 동상도 시위대의 공격 대상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대통령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노예제를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로버트 리(남부연합 사령관) 등 노예제 지지 장군의 이름을 딴 군기지의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일축했습니다.

모든 이가 시위대 공격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필라델피아에선 콜럼버스의 역사적 가치를 내세운 시민들이 동상 경비에 자발적으로 나섰습니다. 콜럼버스의 고향인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도 동상 파괴에 부정적이라네요.

대서양 너머 상황도 비슷합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던 몬타넬리 동상은 페인트 세례를 받았습니다. '인종차별주의자' '강간범'이라는 낙서와 함께였습니다. 몬타넬리가 1930년대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에서 12살 소녀를 구매한 뒤 결혼한 걸 비판하는 거죠. 몬타넬리는 생전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한 적 있습니다.

영국에선 아프리카인 10만명을 거래한 17세기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 등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은 영국을 대표하는 위인 중 한 명인 처칠입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회 광장의 처칠 동상 앞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동상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를 하는 등 처칠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 후 영국 내 찬반 논란이 커졌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회 광장의 처칠 동상 앞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동상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를 하는 등 처칠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 후 영국 내 찬반 논란이 커졌다. AP=연합뉴스

'Racist(인종차별주의자)'.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7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광장에 서 있는 처칠 동상에 써내려간 주장입니다. 'F'로 시작하는 욕설 낙서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들은 처칠이 식민지 인도인들을 수탈했다는 점 등을 들어 동상 철거까지 요구합니다.

그러자 극우파가 움직였습니다. 처칠 동상을 사수하기 위한 시위에 나선 겁니다. 근처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의 동상을 파괴하겠다고도 위협했습니다. 결국 지난 주말 의회 광장 주변은 양쪽 시위대가 대치하고 경찰이 뛰어든 난장판이 됐습니다. 위인 3명의 동상은 나란히 커다란 보호막 속에 갇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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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서 시작해 동상으로 옮겨붙은 인종차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며 충돌까지 발생한 서양판 '적폐 청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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