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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군 감축, 독일만이 아니다"…주한미군도 건드릴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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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언론 간담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언론 간담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리가 지켜주는 비용을 더 내지 않는 독일 주둔 미군을 2만 5000명까지 줄일 것”이라며 “독일만 그런 것이 아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이날 백악관 라운드테이블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 언론을 통해 제기된 주독미군 감축설을 공식화했다. “우리가 독일을 지켜주는데 독일은 돈을 더 내는 것을 미뤄왔다. 그들이 더 내지 않는데 우리는 왜 그들을 지켜야 하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런데 나는 지금 독일만 말하는 게 아니다. 다른 많은 나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고, 그들은 무역으로 우리를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과 직접적으로 방위비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 내년도 협상을 앞두고 있는 일본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올리고, 나토군 분담금도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을 비롯해 2% 기준을 채우지 못한 나라들을 강하게 압박해 왔고, 그러던 중 주독미군 철수 결정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이 올해 미국과 진행 중인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째 공회전 중이다. 한국의 최대 13% 인상안과 첫해부터 13억 달러(1조 5000억원)를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맞서는 ‘13 대 13’ 대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실무 단계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고, 문재인 대통령이든 트럼프 대통령이든 정상 차원에서 누군가는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 계획을 시인하면서 한국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장 나오고 있다. 이번 방위비 협상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액을 받아내지 못하면 미군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압박을 포기하거나, 한국에 통 큰 양보를 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주한미군 철수 내지는 감축 논란이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성격상 이를 실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거란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단, 미국의 안보 전략에서 중국 견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은 새로운 변수다. 주한미군은 중국의 코앞에 배치된 지상군 전력으로, 나토군과는 또 다른 전략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전략 보고서 등을 통해서 이미 수차례 중국을 경쟁자로 지목하고 중국 견제를 안보 전략의 최우선으로 꼽아왔다.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한국 주둔 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는 주독미군 감축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면서도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지상 전투여단의 순환배치 비용의 증액을 요구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액수를 받아내지 못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병력 순환배치를 중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올해 적용 중인 ‘2020년도 국방수권법(NDAA)’에는 주한미군 병력을 2만 85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전략의 큰 그림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면 의회가 막을 명분도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호진 전 외교부 대사도 “미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중국 견제 목적이 가장 크다”며 “그런데 사드 배치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 주한미군을 둘러싼 국론 분열 등을 보면 주한미군은 결코 미국이 원하는 만큼 운용할 수 있는 부대가 아니고, 이는 언제든지 감축이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우군 모으기’에 나선 가운데 한국이 나 홀로 외교·안보 정책으로 대열에서 이탈하면 주한미군의 가치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단 설명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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