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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소통하라” 실검 총공…대학가 떠들썩 ‘선택적 패스제’가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후 2시쯤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2위에 '연세대는 소통하라'는 문구가 올라와있다. [네이버 캡쳐]

15일 오후 2시쯤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2위에 '연세대는 소통하라'는 문구가 올라와있다. [네이버 캡쳐]

“지금 실검 총공(실시간 검색어 총공격) 중이다. 네이버에 ‘연세대는 소통하라’ 한 번씩만 검색해달라.”

15일 오후 1시 30분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연세대가 학생 90%가 넘게 찬성하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 여론을 무시하고 각종 부정행위 대책 마련도 안 한 채 기존 평가방식을 유지하겠다고 한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해당 문구는 30분 뒤 네이버 20대 급상승 검색어 2위에 올랐다.

학생들이 실검 장악까지 불사하며 이런 목소리를 낸 건 이 날 연세대가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2020학년 1학기 성적평가제도 변경 요청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이 부정행위로 인한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면서 “지난 3월에 결정한 절대 평가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택적 패스제, 홍대서 처음 도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면 시험에서의 감염 우려 탓에 1학기 기말고사를 목전에 둔 학생들과 학교 측과의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면 시험에서의 감염 우려 탓에 1학기 기말고사를 목전에 둔 학생들과 학교 측과의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뉴스1

최근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선택적 패스제’는 성적이 공지된 뒤 학생들이 A, B, C처럼 등급으로 표시된 성적을 그대로 가져갈지, 과목 이수 여부만 체크되는 ‘패스(Pass)’를 받을지 직접 선택하는 제도다. 지난 8일 이 제도를 처음 만들고 도입한 홍익대는 “일부 과목에서 담당 교수가 ‘P/NP(Pass/Non Pass)’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는 있었지만, 학생에게 직접 선택을 맡긴 건 처음”이라고 했다.

홍익대 관계자는 도입 배경에 대해 “우리는 기본적으로 대면 시험이 원칙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사 증상이 있거나 자가격리 중인 학생의 경우 점수를 받지 못할까 봐 해열제 등을 먹은 뒤 억지로 학교에 오게 될 수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그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국내 대학 최초로 홍익대가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자 고려대ㆍ연세대ㆍ서강대ㆍ이대 등에서도 이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서강대는 홍익대에 이어 지난 11일 이 제도를 도입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시험을 진행하다 보니 부정행위 등 공정성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보완책을 마련하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서 성적을 부여하는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대 학생 90%가 '선택적 패스제' 찬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5월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교수와 학생이 투명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피아노 실기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5월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교수와 학생이 투명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피아노 실기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학생들은 대체로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연세교육방송국 YBS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3057명 중 92.5%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찬성 이유로는 '부정행위로 인한 평가의 공정성 우려'와 '수강신청 때와 달라진 평가 방식'을 들었다. 또 조사에 응한 학생 중 약 80%는 ‘비대면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직접 목격’하거나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례로는 ▶오픈 채팅방에서 퀴즈 답을 공유 ▶PC 화면에 몰래 관련 내용을 띄워놓고 응시 ▶스터디룸에서 집단 공모해 퀴즈 작성 등이 있었다.

전날 실검 공격에 참여했다고 밝힌 연세대 경영학과 20학번인 송모(19)씨는 “이번 기말고사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실시간 감시를 하고 있는데 빔프로젝터 등을 이용하면 커닝이 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온다”면서 “부정행위로 인해 피해받을 수 있는 학생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선택적 패스제라고 본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성적 상향평준화" 주장하며 반대

다만 선택적 패스제 도입에 반대하는 학생도 있다. 앞서 YBS 여론조사 결과 반대하는 학생의 경우 ‘상향 평준화로 인한 교환학생, 장학생 선발 문제’, ‘학점 상향 평준화로 인한 휴학생 형평성 문제’를 들었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0)씨는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평가 방식을 바꾸는 건 열심히 공부해온 학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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