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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의 좀비, '부산행'은 두 발로 '반도'에선 네 발로 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행' 4년 후를 그린 좀비 재난 영화 '반도'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16일 오전 11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사진 NEW]

'부산행' 4년 후를 그린 좀비 재난 영화 '반도'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16일 오전 11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사진 NEW]

“K좀비의 특징은 단순한 괴물, 크리처(creature·기묘한 피조물)가 아니라 방금 전까지 이웃, 동료, 인간이었던 느낌을 주는 게 아닐까요. 대항해야할 적이 아닌, 희생자의 모습도 가진 복합성이 특징이죠.”

4년 전 ‘K좀비’ 전성기를 열어젖힌 영화 ‘부산행’에 이어 후속작 ‘반도’(7월 개봉)로 돌아오는 연상호 감독의 설명이다. 16일 주연 배우 강동원·이정현·권해효·김민재·구교환·김도윤·이레·이예원과 함께한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다.

7월 개봉 앞두고 16일 일부 장면 공개 #'부산행' 4년 뒤 배경, 주연은 강동원 #전작 이어 칸영화제 초청작에도 선정

'킹덤' 이전에 '부산행' 있었다

16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영화 '반도' 온라인 제작보고회. [화면캡처]

16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영화 '반도' 온라인 제작보고회. [화면캡처]

좀비 실은 KTX 배경의 한국형 첫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2016년 칸영화제 심야상영 부문을 뜨겁게 달군 후 해외 160여개국에 수출돼 국내 1156만 관객 포함, 총 1억4000만 달러(약 1690억원)의 큰 흥행을 거뒀다.

‘반도’는 좀비 바이러스 창궐로 한반도가 고립되고 난 4년 후 이야기. 당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전직 군인 정석(강동원)은 가족도 희망도 잃고 난민이 된 채 거금이 걸린 제안을 받고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간다.

칸 "박찬욱·봉준호 잇는 연상호" 

'부산행' 4년 후를 그린 좀비 재난영화 '반도'에서 주연 강동원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탈출했지만, 피치 못할 제안을 받고 폐허가 된 반도에 다시 돌아온 생존자 정석 역을 맡았다. [사진 NEW]

'부산행' 4년 후를 그린 좀비 재난영화 '반도'에서 주연 강동원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탈출했지만, 피치 못할 제안을 받고 폐허가 된 반도에 다시 돌아온 생존자 정석 역을 맡았다. [사진 NEW]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반도'는 한반도가 좀비 바이러스로 뒤덮혔던 '부산행' 이후 4년, 폐허에 남겨진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사진 NEW]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반도'는 한반도가 좀비 바이러스로 뒤덮혔던 '부산행' 이후 4년, 폐허에 남겨진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사진 NEW]

‘부산행’과 같은 해 나온 애니메이션 프리퀄 ‘서울역’(2016)을 잇는 ‘연상호 유니버스’ 세 번째 영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사실상 무산된 칸영화제가 별도로 발표한 공식 초청작에도 선정됐다. 같은 세계관의 한국영화가 칸영화제에 연속 초청된 건 처음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초청작 발표에서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잇는 한국 대표 감독”이라며 연 감독에 찬사를 보냈다.

연 감독은 “흥행 부담보단 ‘부산행’과 이어지면서도 별개의 완성도 높은 영화로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부산행’처럼 관객이 직접 공간에 들어간 듯한 체험적 영화를 만들려고 신경 썼다. 액션 부분에선 ‘부산행’과 전혀 다른 차량 추격전, 총격액션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제작규모·CG '부산행' 넘었다

영화 '곡성'에서 번뇌하는 양이삼 신부 역으로 눈도장 찍은 배우 김도윤은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쓴 드라마 '방법' 출연에 이어 이번 영화 '반도'에서 구철민 역으로 활약했다. 살아있는 인간을 좀비와 싸움 붙이는 잔혹한 게임 장면에도 나온다. [사진 NEW]

영화 '곡성'에서 번뇌하는 양이삼 신부 역으로 눈도장 찍은 배우 김도윤은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쓴 드라마 '방법' 출연에 이어 이번 영화 '반도'에서 구철민 역으로 활약했다. 살아있는 인간을 좀비와 싸움 붙이는 잔혹한 게임 장면에도 나온다. [사진 NEW]

배우들을 이끈 건 연 감독에 대한 팬심에 가까운 믿음이었다.

“한국에 없던 포스트 아포칼립스(Apocalyptic fiction·멸망 이후 세계를 그린 장르) 영화에 참여해보고 싶었다.”(강동원)

“원래 좀비를 너무 좋아해서 ‘부산행’을 극장에서 네다섯 번 봤다. 팬이 됐는데 연락 주셔서 깜짝 놀랐다.”(이정현)

‘반도’의 총제작비는 ‘부산행’(약 115억원)보다 껑충 뛴 190억원대. CG 장면이 전작(약 600컷)의 두 배 넘는 1300컷에 달한다. 촬영 전 프리프러덕션 단계가 11개월 가량이나 됐다. 권해효는 “프리프러덕션이 잘돼있어 가상 공간을 미리 보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배우들도 한치 의심 없이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네 발로 뛰는 좀비, '들개' 같은 인간 

16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영화 '반도'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주연 강동원은 자신이 맡은 정석에 대해 ’강인하지만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인물“이라 설명했다.  [화면캡처]

16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영화 '반도'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주연 강동원은 자신이 맡은 정석에 대해 ’강인하지만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인물“이라 설명했다. [화면캡처]

좀비는 더 빠르게 진화했다고 한다. ‘부산행’에 이어 좀비 액션을 담당한 전영 안무가는 이번에 네 발로 뛰는 좀비로 직접 출연했다.

좀비떼가 들끓는 도심은 무정부상태의 군부대원들이 장악한 무법천지. 연 감독이 상상한 ‘부산행’ 이후 한국은 “이성이 무너진 세상, 야만성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인간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했단다.

민간인들은 ‘들개’처럼 살아남았다. 이날 최초 공개된 메인 예고편엔 좀비와 인간의 격투를 도박하듯 즐기는 잔혹한 게임 장면, 좀비떼를 쳐부수는 초고속 자동차 액션도 공개됐다. 20분에 달하는 대규모 자동차 추격신을 비롯해 운전대를 주로 잡는 건 아역 이레와 이정현이다. 특히 이레는 “‘부산행’ 마동석처럼 최강 전투력”이란 게 연 감독의 설명. 그는 “처음부터 작은 소녀가 큰 차를 몰면서 좀비를 쓸어버리는 이미지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돌이켰다.

'부산행' 4년 후 좀비가 확산한 폐허에서 남다른 생존력을 키우며 자라온 아이들 중 준이 역은 '소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아역 배우 이레가 맡았다. 탁월한 운전 실력으로 좀비떼를 헤쳐나가는 액션을 선보였다. [사진 NEW]

'부산행' 4년 후 좀비가 확산한 폐허에서 남다른 생존력을 키우며 자라온 아이들 중 준이 역은 '소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아역 배우 이레가 맡았다. 탁월한 운전 실력으로 좀비떼를 헤쳐나가는 액션을 선보였다. [사진 NEW]

‘인랑’ ‘군도’ ‘형사’ 등 액션 베테랑 강동원은 “액션스쿨에서 더 배울 게 없다고 인정받았을 만큼” 좀비에 맞서 육탄전·총격 액션을 펼쳤다.

좀비 폐허 된 서울 도심서 희망 찾기 

멸망을 겪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도 치밀하다. 한정된 기차·기차역이 주무대인 ‘부산행’과 달리 ‘반도’엔 오목교·구로디지털단지·새빛둥둥섬 등 익숙한 서울 도심 곳곳이 폐허가 된 채 등장한다. 연 감독은 “익숙했던 한국이 폐허 상태로 4년 정도 버려지면 어떤 일이 있을까. 홍수가 일어나면 배수가 잘 안돼서 물이 넘쳐 차가 쓸려가고 배가 넘어지기도 한다. 그런 여러 상황을 전문가 자문을 받아 미술팀·CG팀과 디자인해봤다”고 설명했다.

잿빛 좀비 도시에서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희망이다.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엔 어쨌든 희망이 당위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삶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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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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