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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충돌후 6세 덮쳐…부산 스쿨존 사고, 민식이법 적용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6세 어린이의 교통 사망사고를 두고 민식이법 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32분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아반떼 승용차가 인도 위 30대 여성과 6세 딸을 덮친 뒤 인근 벽을 부수고 추락한 현장.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15일 오후 3시 32분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아반떼 승용차가 인도 위 30대 여성과 6세 딸을 덮친 뒤 인근 벽을 부수고 추락한 현장. 사진 부산경찰청

민식이법 도입 후 첫 부산 사망사고

현재 경찰은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블랙박스 영상 분석과 사고 당시 차량 속도, 브레이크 제동 여부 등 감식을 의뢰했다고 16일 밝혔다.

15일 오후 3시 30분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반떼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해 보행로를 덮쳤다. 이 사고로 보행로를 걸어가던 6세 여아와 30대 모친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 부산경찰청

15일 오후 3시 30분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반떼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해 보행로를 덮쳤다. 이 사고로 보행로를 걸어가던 6세 여아와 30대 모친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 부산경찰청

사고는 15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발생했다. 유치원생 A(6)양이 엄마, 언니와 함께 스쿨존 보행로를 걷다가 보행로 난간을 뚫고 돌진한 승용차에 받혀 사망했다.

경찰은 사고 지점에서 20m 떨어진 곳에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던 SUV가 직진하던 승용차 옆을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심을 잃은 승용차가 내리막길을 따라 가속하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정문 앞을 지나던 A양과 가족들을 덮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올해 3월 25일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첫 스쿨존 사망 교통사고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아이의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스쿨존에서 발생한 만큼, 민식이법 적용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신영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신영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차량 친 사고라 적용 안 될 수도"

그러나 스쿨존 내에서 벌어진 사고라고 해도 바로 민식이법 적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차 대 차 사고에 따라 발생한 중앙선 침범이나 보도 침범 사고는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민식이법 적용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경찰과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어린이 보호를 더 중요시할 경우 민식이법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민식이법 적용 여부를 떠나)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숨진 아이와 그걸 지켜본 엄마와 언니 트라우마가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단순한 교통사고는 실수'라거나 '보험으로 처리하면 돼'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과 교통사고는 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2·중3·초1~2·유치원생의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26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에서 경찰이 단속을 하고 있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어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뉴스1

고2·중3·초1~2·유치원생의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26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에서 경찰이 단속을 하고 있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어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뉴스1

철제 난간과 현수막도 원인 

민식이법 적용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쿨존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사고 영상을 보면 접촉사고를 당한 승용차가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행자를 덮치는데, 도로와 보행로 사이 철제 난간이 아무런 완충 작용을 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경찰은 "지지력이 강력한 난간을 설치했더라면 차량을 튕겨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스쿨존 보행로 주변에 여러 현수막이 걸쳐져 키가 작은 어린이 보행자가 가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고 당시에도 코로나19 관련 '생활 속 거리두기' 현수막이 걸려 있어 A양과 같은 어린이들은 현수막에 가려지는 상황이었다. T자형 내리막 도로에서 현수막 너머에 있는 보행자를 제대로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스쿨존에 설치된 난간은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스쿨존에는 현수막을 게시를 지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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