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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000억 깎아준 경차·출퇴근 통행료 할인, 이번엔 손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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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통행료 할인제도 정비에 나선다. [중앙포토]

정부가 통행료 할인제도 정비에 나선다. [중앙포토]

 정부가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를 손본다. 현재 운영 중인 감면제도는 22종이며, 감면액은 연간 4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한국도로공사가 한해 받는 통행료 수입(약 4조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토부, 25일 통행료 제도개편 공청회 #친환경ㆍ대중교통 활성화 등 주요 방향 #전문가 "출퇴근, 경차할인이 대상될 듯" #하반기 관련법 개정, 내년부터 시행방침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5일 오후 서울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 개선방안 공청회'가 열린다. 이상헌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은 "지난 20년간 특별한 개편 없이 지속적으로 신설·확대된 감면제도의 효과를 분석하고, 사회 여건 변화를 고려해 제도를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한국교통연구원이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의 주요 개선 방향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친환경 정책’ ▶대중교통 이용활성화를 위한 ‘교통 정책’ ▶‘여가 장려 정책’ 등 정부정책 추진 목적에 부합하고, 이용자 중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요금체계 마련이다.

 전문가와 도로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우선 춭퇴근 할인과 경차 할인이 주요 정비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출퇴근 할인제도는 지난 2000년부터 시행 중이며, 출ㆍ퇴근 시간대 차량 혼잡을 분산하고 서민 생활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도공이 관리하는 고속도로 중 진ㆍ출입 요금소 간 거리를 기준으로 20㎞ 미만 구간을 주행한 승용차와 승합차의 요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현재까지 누적할인 금액은 6248억원에 이른다.

 오전 5시~오전 7시와 오후 8시~오후 10시 사이에 이용하는 승용차는 요금의 절반을, 오전 7시~오전 9시와 오후 6시~오후 8시 사이에 통과하는 차량은 20%를 할인해준다.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08년 대상과 할인 폭이 크게 넓어졌다. 그런데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주요 선진국에선 차량이 몰리는 피크타임에 요금을 더 높게 받는 방식으로 통행량을 분산시키는 데 우리는 오히려 거꾸로 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중교통 활성화에 집중 투자해온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밀어붙였다. 현재 이 제도는 분당 등 수도권 남부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차 할인은 건전 소비문화 정착 및 에너지 절감을 위한다는 취지로 1996년부터 시행됐다. 경차의 통행료를 절반 깎아주는 것으로 지난해까지 누적 할인액은 모두 1조 1885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는 "이 제도는 경차 보급이 활성화되던 시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는 경차보급률이 제자리걸음인 데다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경차 보유 세대의 60% 이상이 경차를 '세컨드카(second car)'로 보유한 것도 고려할 점으로 언급된다. 경차를 가진 세대 10곳 중 6곳은 승용차를 두대 이상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경차만 보유한 세대와 차량 여러 대를 가진 세대를 구분해 할인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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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는 공청회에서 나오는 의견과 온라인 등을 통해 수렴한 여론을 반영해 개선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감면제도가 신설될 가능성도 있다. 이상헌 과장은 "올해 하반기 중에 '유료도로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내년부터 정비된 감면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행료 감면제도 정비가 현재 제공 중인 주요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이어서 기존 수혜층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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