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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에버랜드 큰고니 커플이 늦깍이 부모된 사연은

중앙일보

입력

20년 만에 2세를 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큰고니 커플 '날개'와 '낙동'이 새끼 '미오'와 물놀이를 하고 있다. 이들 큰고니 커플은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인 고령의 나이에 늦깍이 부모가 됐다. 에버랜드

20년 만에 2세를 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큰고니 커플 '날개'와 '낙동'이 새끼 '미오'와 물놀이를 하고 있다. 이들 큰고니 커플은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인 고령의 나이에 늦깍이 부모가 됐다. 에버랜드

지난달 2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큰고니(백조) 사육장. 둥지 속 알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회갈색 털을 가진 새끼 큰고니가 힘겹게 껍데기를 깨고 세상으로 나왔다. 큰고니 부부 '날개(수컷)'와 '낙동(암컷)'의 첫 아이이자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첫 큰고니다. 사육사들은 아기 큰고니에게 "아름다운 오리가 되라"는 의미에서 '미오(美오)'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금실 좋지만, 총상 스트레스로 난임 

미오의 탄생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빠, 엄마인 '날개'와 '낙동'의 특별한 사연 때문이다. 순백색 몸에 노란색 부리가 특징인 큰고니는 야생에서 매년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1-2호다.

20년 만에 2세를 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큰고니 커플 날개와 낙동.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인 고령의 나이에 늦깍이 부모가 됐다. 에버랜드

20년 만에 2세를 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큰고니 커플 날개와 낙동.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인 고령의 나이에 늦깍이 부모가 됐다. 에버랜드

겨울 철새인 이들은 1996년 남양주 와부읍 팔당리 인근에서 심하게 다친 채로 발견됐다. 조류보호협회가 구조해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후송했다. 간신히 목숨은 구했지만, 총상을 입은 '날개'는 우측 날개 일부를 절단해야 했다. 날 수 없는 '날개'는 무리로 돌아갈 수 없고 '낙동'도 치료가 더 필요한 상태였다. 이렇게 큰고니 부부는 에버랜드의 새 식구가 됐다.

보통 큰고니는 이른 봄 교미해 4~5월에 산란한다. 40일 정도 알을 품은 뒤 새끼를 부화한다. 하지만 '날개'와 '낙동'은 총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탓인지 아이를 갖지 못했다.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둘은 24시간 꼭 붙어 지낼 정도로 금실이 좋았다. 실제로 낙동은 몇 차례 알을 낳기도 했었다. 하지만 부화까진 가지 못했다. 난임이었다.

애지중지 신경 쓰자 탄생한 '늦둥이'

큰고니의 야생에서 평균 수명은 25년 정도. 1996년 구조됐을 당시 날개와 낙동은 1995년생으로 추정됐다. 사람 나이로 70~80세다. 사육사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날개와 낙동에게 기대를 걸었다.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 낙엽·억새·나뭇가지 같은 둥지 재료를 인근 야산에서 직접 공수해와 크기별로 준비해주는 등 지난 겨울부터 각별히 신경 써왔다.

20년 만에 2세를 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큰고니 커플 날개와 낙동.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인 고령의 나이에 늦깍이 부모가 됐다. 에버랜드

20년 만에 2세를 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큰고니 커플 날개와 낙동.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인 고령의 나이에 늦깍이 부모가 됐다. 에버랜드

특히 임신, 산란기에는 큰고니 커플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타민·칼슘 등을 포함한 영양식 공급에도 많은 정성을 쏟아 왔다. 결국 늦둥이 '미오'가 태어났다. 큰고니 가족을 보살피고 있는 이지연 사육사는 "날개와 낙동 모두 늦은 나이에 부모가 됐지만, 열심히 새끼를 보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동물원 버드 파라다이스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미오'는 현재는 회갈색의 털을 가지고 있다. 5∼6개월 뒤면 엄마와 아빠처럼 화려한 흰색 털로 갈아입을 예정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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