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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코로나, 우한보다 전염력 강하다"…5일만에 확진자 10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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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디 시장이 위치한 베이징 펑타이구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신파디 시장에서 일하는 8000여 명에 대한 핵산 검사는 거의 다 이뤄진 상태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신파디 시장이 위치한 베이징 펑타이구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신파디 시장에서 일하는 8000여 명에 대한 핵산 검사는 거의 다 이뤄진 상태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의 수도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5일 하루 27명이 추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첫 환자 이후 5일 만에 전체 확진자는 106명으로 늘었다. 이 중 한 명은 위중, 두 명은 중증 상태다.

확진자 27명 추가, 106명으로 늘어 #신파디 시장발 환자 지방 곳곳서 발견 #베이징시 전체에 ‘전시 상태’ 선포 #연어 수입 중단, 관련 보도는 자제

중국은 베이징의 코로나가 전염력이 강해 전국으로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우한(武漢)대학 바이러스연구소 양잔추(楊占秋) 교수는 15일 “베이징에서 4일간 79명의 환자가 나왔다는 건 베이징 코로나 전염력이 우한보다도 강하다는 걸 설명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펑타이구에 세워진 코로나 검사장에 시민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베이징 시당국은 15일부터 베이징 전 지역을 ‘전시 상태’로 선포한 채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베이징 펑타이구에 세워진 코로나 검사장에 시민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베이징 시당국은 15일부터 베이징 전 지역을 ‘전시 상태’로 선포한 채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베이징에 이웃한 허베이(河北)성의 바오딩(保定)시에선 14일 신파디 시장에서 감염된 일가족 4명이 확인됐다. 왕(王)씨는 아내, 6세 딸과 함께 지난 5월 14일부터 신파디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

왕씨의 장모도 신파디 시장의 생선 가게에서 일했다. 이들은 건강에 이상이 생긴 8일 바오딩의 안신(安新)현으로 돌아와 진찰을 받은 결과 아내는 무증상 감염자, 나머지 세 명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베이징은 시내 곳곳에서 코로나 검사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부터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펑타이구에서 15일 코로나 검사를 하는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현재 베이징은 시내 곳곳에서 코로나 검사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부터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펑타이구에서 15일 코로나 검사를 하는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6세 딸은 고향에 체류하는 동안 유치원에 나가기도 해 비상이 걸렸다. 바오딩은 시 전체를 상대로 ‘전시 상태’를 선언하고 강력한 방역 작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신파디 시장 근무자 중 허베이성 사람이 많아 추가 환자가 발생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4일에는 쓰촨(四川)성 서쪽의 야안(雅安)시에서도 코로나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이 여성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항공편으로 청두(成都)에 도착한 뒤 승용차로 고향인 야안시로 향했는데 남편이 13일 베이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쓰촨성에 오기 전 이미 감염된 상황으로 교통수단을 같이 이용한 모든 사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신파디 시장을 다녀온 사람으로부터 환자가 발생한 베이징의 하이뎬구에서도 거리에서 코로나 검사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신파디 시장을 다녀온 사람으로부터 환자가 발생한 베이징의 하이뎬구에서도 거리에서 코로나 검사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또 13일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두 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베이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와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다.

베이징시는 첫 환자가 발생한 이튿날인 12일부터 신파디 시장 등 베이징의 6대 도매시장과 신파디 부근 주택단지 11곳을 폐쇄하는 강수를 두며 확산 저지에 나섰지만 벌써 중국의 각 도시로 번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베이징 둥청구 디탄체육관에 마련된 검사장에서 15일 주민을 상대로 한 코로나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베이징 둥청구 디탄체육관에 마련된 검사장에서 15일 주민을 상대로 한 코로나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상황이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자 중국 각 지방 도시는 주민의 베이징 방문을 금지하거나 베이징에서 오는 이들에 대한 특별 격리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수도 베이징의 체면이 크게 구겨지고 있는 것이다.

허베이성의 딩저우(定州)와 첸안(遷安), 내몽골의 퉁랴오(通遼), 랴오닝성 다롄(大連)과 단둥(丹東),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하얼빈(哈爾賓)과 다칭(大慶), 산시(山西)성 뤼량(呂梁),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등이 주민의 베이징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베이징 둥청구의 한 검사장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나온 한 시민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베이징 둥청구의 한 검사장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나온 한 시민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또 쓰촨성 전체와 신장(新疆) 하미(哈密)와 윈난(云南)성 쿤밍(昆明), 산둥(山東)성 지난(濟南) 등은 지난 2주간 베이징의 중등 위험 수준 이상 구(區)에서 온 사람에 대해선 14일 동안 격리 조치를 한다.

한편 수입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지난 12일 보도 이후 중국 내 수산시장에서 연어 판매대가 속속 치워지고 일본 음식점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연어 수입을 중단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베이징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장위시 사장이 지난 12일 밤 ’수입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말해 베이징 코로나 진앙으로 수입 연어가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15일 연어 수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베이징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장위시 사장이 지난 12일 밤 ’수입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말해 베이징 코로나 진앙으로 수입 연어가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15일 연어 수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반면 중국 언론은 15일부터 연어 관련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 중국질병통제센터 전염병 전문가 우준유(吳尊友)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연어를 범인이라 할 수 없다"며 “연어를 처리하는 주인이나 가격을 흥정하는 손님의 침방울이 튀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파디 시장이 있는 펑타이(豊台)구에서 쓰촨요리를 파는 음식점 리지촨차이(李記川菜)를 운영 중인 충칭(重慶) 출신 주방장은 지난 4일 신파디 시장 지하 1층에서 중국 초어(草魚)를 사서 왔다가 감염됐다. 연어가 범인이라면 초어도 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준유 중국질병통제센터 전염병 전문가는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연어를 코로나 범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연어를 처리하는 주인이나 가격을 흥정하는 손님의 침방울이 튀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우준유 중국질병통제센터 전염병 전문가는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연어를 코로나 범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연어를 처리하는 주인이나 가격을 흥정하는 손님의 침방울이 튀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베이징 코로나가 베이징 자체에서 발생한 게 아니며 외지나 외국에서 들어왔다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 외지나 외국에서 오염된 식품이나 사람이 신파디 시장으로 들어와 코로나를 전파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은 이제까지 신파디 시장에서 일하는 8000여 명 전원에 대한 핵산 검사를 했다. 15일부터는 베이징 시 전체를 '전시 상태'로 선포하고 우선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밝히는 건 그다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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