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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배 가득 채운 플라스틱 '저리 가'…스티로폼 부표 4100만개 친환경으로 교체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화학업계가 ‘플라스틱 중독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수품이 된 플라스틱과 그 일종인 페트병·스티로폼·비닐 등이 일으키는 오염이 환경과 기업 경영 양쪽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 오염 스티로폼 대신 ‘친환경 부표’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김이나 미역·굴 등 양식장에서 쓰는 친환경 부표를 개발해 전라남도 목포 일대 양식장에 공급중이다. 대부분의 양식장에서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는 가볍고 저렴하지만 바람과 파도에 쉽게 부스러져 막대한 해양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해산물을 섭취한 사람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결국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전국 4100만개 스티로폼 부표를 2025년까지 모조리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이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친환경 부표(사진 오른쪽)과 단면(사진 왼쪽). 사진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친환경 부표(사진 오른쪽)과 단면(사진 왼쪽). 사진 롯데케미칼

이 날 대전 유성구의 롯데케미칼 연구소에서 살펴 본 친환경 부표는 기존 스티로폼과 비슷해 보였다. 우리가 스티로폼이라 부르는 ‘발포폴리스티렌(EPS)’대신 ‘발포폴리프로필렌(EPP)’ 소재로 만들었다는데 매우 가벼웠다. 하지만 힘을 줘 막대 모양의 소재를 구부려보니 EPS는 뚝 부러지는 반면 EPP는 계속 구부러지며 부러지지 않았다. 잘라놓은 단면을 손으로 잡아 뜯어도 알갱이들이 녹아 붙어있어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5년 정도 쓰고 나면 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인데, 정부가 70%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어업인들은 기존 부표와 비슷한 개당 2340원(40L 기준)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역민들과 유대가 깊은 목포업체 수정수지와 개발·생산을 함께 한 덕에 거부감 없이 현장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거북이 사체 속 플라스틱 쓰레기. 플라스틱 부표가 친환경 부표로 교체되면 이런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홍상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책임연구원.[중앙포토]

거북이 사체 속 플라스틱 쓰레기. 플라스틱 부표가 친환경 부표로 교체되면 이런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홍상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책임연구원.[중앙포토]

페트병 100% 재활용 머지 않았다 

강경보 롯데케미칼 연구소장이 친환경 부표와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강경보 롯데케미칼 연구소장이 친환경 부표와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롯데는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이 ‘5Re(리)모델’을 발표하면서 전 계열사가 친환경 가치를 좇고 있다. 5Re는 감축(Reduce) 대체(Replace) 재설계(Redesign)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을 가리킨다. 강경보 롯데케미칼 연구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택배가 늘면서 과도한 포장재를 우려하는 인식이 커졌다”며 “특히 탄소배출권 가격 인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화학기업에게 친환경은 곧 수익과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고 말했다.

실제 탄소배출권 가격은 국내에 처음 도입된 2015년 1t당 8000원대였지만 지난 12일 기준으로 4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강 소장은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으니 더 적게 쓰고, 더 오래 쓰고, 더 많이 재활용하는 게 현실적인 친환경”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권가격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탄소배출권가격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과거 페트병보다 뚜껑의 플라스틱 함량을 줄이고 재활용이 쉽도록 라벨을 한 번에 뗄 수 있게 만든 '경량화 페트병'(사진 왼쪽).

과거 페트병보다 뚜껑의 플라스틱 함량을 줄이고 재활용이 쉽도록 라벨을 한 번에 뗄 수 있게 만든 '경량화 페트병'(사진 왼쪽).

가장 대표적인 게 페트병 재활용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다 쓴 페트병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새로운 페트병을 만드는 공정을 개발 중이다. 2023년 양산이 목표다. 통상 페트병은 잘게 부숴 재생 원료로 만든 뒤 페트병이나 섬유로 만드는데, 지난해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조사결과 페트병 재활용 비율은 평균 6.6%에 그쳤다.

강경보 소장은 “페트병은 부수는 기계적 재활용보다 화학 반응으로 녹여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이 중요하다”며 “이 경우 원료를 거의 100%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버린 페트병이 그대로 다른 페트병으로 생산되는 셈이다. 이 밖에도 뚜껑 크기를 줄이고, 라벨이 한 번에 떨어져 재활용이 쉬운 페트병을 개발해 음료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다른 화학기업에게도 친환경은 슬로건이 아니라 본업이 됐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최근 “배터리 사업과 재활용·친환경 노력으로 2030년까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제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이 자체 개발한 ‘사회적 가치 회계기준’을 적용한 결과 올 1분기에 1조1884억원의 적자가 난 데 따른 것이다. 에너지·화학기업이라 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아 환경 가치 평가에서 ‘마이너스(적자)’ 실적으로 잡힌 것이다.

효성티앤씨가 스타트업 플리츠마마와 삼다수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과 가방. 사진 효성

효성티앤씨가 스타트업 플리츠마마와 삼다수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과 가방. 사진 효성

나경수 SK종합화학 대표 역시 최근 사내 온라인 토론에서 “이대로는 생존할 수 없다. 친환경 제품 비중을 현 20%에서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효성티앤씨도 지난 5일 제주특별자치도, 스타트업 플리츠마마와 함께 삼다수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가방을 공개했다.

대전=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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