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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다가온 ‘코로나 학기’…교육혁신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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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비대면(Untact)이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면서 코로나19 사태는 대학가에도 큰 영향을 초래 했다. 등교 강의 대신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며 우여곡절이 많았던 ‘코로나 학기’가 종강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대학에도 천재지변 초래 #온·오프 혼합형 학습 정착시키자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은 당초 이번 학기 초에 4주간만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이후엔 오프라인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방침을 바꿔 1학기 내내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동안 대학은 교육 혁신의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강의 동영상을 미리 보내줘서 온라인으로 예습하게 하고 토론이나 과제 풀이를 하는 ‘플립트 러닝(Flipped Learning)’을 준비해 왔다.  기존에 해 오던 방식을 ‘뒤집는다(Flip)’는 의미다. ‘거꾸로 교실’이라 부르기도 한다.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으로 하고, 교실 수업에서는 개인별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나 여러 명이 함께 토론이 필요한 문제는 교수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에 익숙한 대다수의 대학교수들은 외면했다.

세계 유수 대학에서는 무크(MOOC), 즉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에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면서 궤도에 올라 있다. 이 또한 한국 대학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아 아쉽다.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은 대학 혁신의 좋은 사례다. 이 대학은 플립트 러닝 교육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2014년에 개교한 이 학교에는 캠퍼스와 교실이 없다. 전체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100% 온라인으로 실시간 강의를 듣는다. 수강 인원은 20명으로 제한하며, 강의를 듣고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하기에 토론 참여 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4년동안 한국 등 7개국을 방문해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현장실습형 수업을 진행한다.

천재지변 같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온라인 교육을 겪으면서 지금의 대학생 세대는 K-MOOC 같은 온라인 강의에 더 익숙해졌다. 온라인 수준의 그저 그런 평범한 오프라인 교육으로 돌아간다면 학생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다.

코로나19가 대학에 큰 변화를 몰고 온 것은 틀림없다.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교육혁명을 코로나19가 해낸 셈이다. 온라인 교육은 가르치기(Teaching) 중심에서 배우기(Learning) 중심의 자기주도 학습을 가능하게 해준다.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적절하게 살린 혼합형 학습이 교육 혁신의 방향이 돼야 한다.

이제 반드시 강의실에 모여서 수업해야 하는 시대는 아니다. 집합교육을 중심으로 온라인 교육을 보완하거나, 온라인 학습에 오프라인으로 보조하는 방법 등 각 교과목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늘 혁신한다. 혁신의 이유를 자기반성과 위기의식에서 찾은 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대학들도 정말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아야 하고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리고 실행과정에서 고통을 겪어야 비로소 정착된다.

기업·정부·대학 등 모든 조직이 혁신을 부르짖지만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이미 성취해 안정된 체제를 바꿀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혁신은 가치 창출의 활동이다. 새롭다고 무조건 혁신이 아니다. 새로움이 가치와 연결돼야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온라인 수업은 교육을 발전시키는 좋은 실습의 계기가 됐다. 조만간 1학기를 마치고 나서 각 대학들은 온라인 교육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꼭 가지면 좋겠다. 변화의 주체는 교수 자신이고 쉬운 것부터 철저히 바꾸면 된다. 우리 대학들이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진정한 교육혁신을 실천하길 기대한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