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화 이용규 ‘말잇못’…“죄송하단 말밖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이용규

이용규

“한화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연패 마음 고생, 이기고도 사과

14일 프로야구 한화는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 19연패 위기를 모면하고 2연승을 달렸다. 한화 주장 이용규(35·사진)는 14일 저녁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고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인터뷰 마이크 앞에 선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던 이용규는 아나운서의 마지막 질문에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간신히 입을 뗐지만, 목이 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KBO리그 사상 최다 연패 타이기록(18연패)을 세우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 가는 대목이었다.

이용규는 누구보다 열심히 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그는 자유계약선수(FA)로 계약한 뒤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화 구단은 선수단 기강을 세우기 위해 이용규에게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 한 시즌을 고스란히 날린 이용규는 지난해 9월 선수단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충남 서산에서 육성군과 훈련했다. 그는 야구 인생에서 가장 절실하게 준비했다. 그의 노력을 본 동료 선수들이 그를 주장으로 뽑았다. 이용규는 그런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타격폼을 수정했고, 팀 결속력을 위해 ‘엄지척’ 세리머니도 만들었다.

지난달 시즌 개막 직후에는 먼저 나서서 볼 판정에 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선수는 물론 감독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용규는 오락가락 볼 판정으로 맘고생이 큰 선수들을 위해 소신 발언을 했다. 그런 그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은 계속 떨어졌다. 그는 “연패가 길어지면서 고참인 내 잘못 같았다. 내가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해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후배들을 묵묵히 지원했다. 그런 선행이 이번 연승에서 빛났다. 14일 낮 재개된 서스펜디드 게임(원래 13일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노태형(25)이 이용규가 만든 걸작이다. 이용규는 1월 사비를 들여 2군에 있던 노태형의 오키나와 훈련 비용을 지원했다. 노태형은 “이용규 선배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했다. 이용규가 있어 노태형이 있었고, 연패 탈출도 가능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