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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품은 176석의 완력…주호영 "18개 다 가져가라" 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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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는 통합당 의원들 지나쳐 본회의장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항의 구호를 외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사이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2020.6.15  toadboy@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항의하는 통합당 의원들 지나쳐 본회의장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항의 구호를 외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사이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2020.6.15 toadboy@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76석의 거여(巨與)가 완력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했다.

법사위·기재위·국방위 포함 6개 #사상 첫 상임위원장 ‘쪼개기 선출’ #이해찬 “참을 만큼 참아, 갈길 갈것” #주호영 “18개 다 가져가라” 사의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의당·열린민주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 등 범여(汎與) 187석으로 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위 등 6개 상임위원회 구성을 밀어붙였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윤호중 법사위원장, 윤후덕 기재위원장, 송영길 외통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 이학영 산자위원장, 한정애 복지위원장 등으로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와 경색된 남북 관계 관련 국회 현안보고 등에 필요한 상임위란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물마시는 주호영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의사진행 발언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2020.6.15  zji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물마시는 주호영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의사진행 발언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2020.6.15 zji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에 항의, 사의를 표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낮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1987년 민주화 체제를 만들어낸 민주당이 왜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국회 운영 관행으로 퇴행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이) ‘우린 (의석수가) 176이다 177이다 표결하자’고 하면 지금 국회에선 야당의 존재는 필요가 없고 국회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18개 상임위 다 가져가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배분해 온 87년 체제의 13대 국회(88년 5월~92년 5월) 이래 여당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사례는 없었다. 유사한 경우는 67년 7대 국회 전반기와 87년 1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때로 박정희·전두환 권위주의 통치 체제에서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부 상임위원장을 쪼개기 선출하진 않았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4시쯤 6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고, 6개 상임위의 상임위원 선임을 마친 뒤 해당 의원들에게 통보했다. 아직 자당(自黨) 몫 상임위원 선임 요청안을 제출하지 않은 통합당의 경우 박 의장이 이들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박 의장은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날(14일) 심야 회동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 박 의장 주재로 만난 자리에서 최종 담판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 의장에게 지난주 금요일(지난 12일) 본회의에서 약속한 대로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오늘 상정해 달라고 강력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민주당과 집권세력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오명을 남길 폭거를 기어코 자행하겠다고 조금 전 저에게 최종 통보했다”며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은 처음부터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었다”고 반발했다.

걸림돌은 단 하나, 법사위였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모두 법사위를 자당 몫으로 주장했다. 15대 국회 후반기(1998년) 이후 권력 분산 차원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한 당이 독식하지 않는다는 게 관행으로 이어졌으나 이번엔 민주당이 관행을 깼다.

국회 법사위원장 내정자는 윤호중 의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에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8개 상임위원장 투표를 마친 뒤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2020.6.15  jeong@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회 법사위원장 내정자는 윤호중 의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에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8개 상임위원장 투표를 마친 뒤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2020.6.15 jeong@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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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쪼개기 선출, 박정희·전두환 때도 안 해

민주당은 지난 12일 본회의를 앞두고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갖고 나머지 6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위를 통합당이 가지는 내용의 가(假)합의안을 도출했는데 통합당이 의원총회 후 이를 깼다”(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고 주장했지만, 통합당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제안이었다”(주 원내대표)고 반박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당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협상이 안 되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먼저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한 최고위원)고 한다. 이해찬 대표는 “참을 만큼 참았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했다. 이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민주당 당원들이 참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는 ‘문자 폭탄’을 예고하듯 박 의장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유되기도 했다.

통합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의원총회에서 “선거 과정에서 얘기했지만 뭐가 잘못한 게 많아서 법원·검찰 장악해야 여당이 직성이 풀리는지 그 연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이런 나라냐. 권력은 세게 잡고 모을수록 힘이 셀 것 같지만 모래와 같다. 권위주의 시절이라고 여러분(민주당)이 비판하던 그 시대도 하지 않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발언한 뒤 퇴장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민주주의 파괴하는 의회독재 민주당은 각성하라” “개원강행 협치파괴 박병석 국회의장은 중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이날 6개 상임위 단독 구성으로 향후 국회 운영은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민주당은 16일 단독 운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위원장을 선출한 상임위는 물론 위원장이 없는 상임위도 정책간담회 등 형식으로 가동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남은 12개 상임위원장도 19일부터 2~3회에 걸쳐 선출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에 통합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예결위원장도 민주당 몫으로 선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통합당은 “더 이상 협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당분간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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