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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에 비법조인 당권파 윤호중…당내서도 “의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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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협치의 관행’을 깬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차지했다. 그러고도 그 자리에 ‘가장 믿을 만하다’는 인물을 앉혔다.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법사위 경험이 없는 비법조인 법사위원장이다.

윤, 상임위장 독식론 편 강경파 #당선 일성은 “검찰개혁 완성” #5선 송영길, 외통위장 선출 #“북한이 플로이드처럼 목 막혀” #민홍철 국방위장, 군법무관 출신 #한정애 복지위장은 노조 출신 #정무·예결위하던 이학영 산자위장 #예결위 활동 윤후덕은 기재위장

바로 윤호중(4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윤 의원은 15일 거여의 단독 본회의 후 당선 소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마지막 개혁 과제인 검찰 개혁을 완성하고 공정과 정의의 사법질서가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일하는 국회의 걸림돌인 법사위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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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에 선출된 윤 의원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체제의 당권파 실세로 불린다. 2018년 9월 당 사무총장에 임명돼 오는 8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이번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선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27일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갖고 야당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며 18개 상임위원장의 민주당 독식론을 폈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 배경에 대해 “선수(選數)와 나이순에 의해 선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윤 의원의 법사위원장행을 놓고 의외란 평가와 함께 당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이 반영된 인선이란 분석이 나왔다.

우선 비법조인 출신 의원이 법사위원장에 선출된 사례가 흔치 않다. 11대 국회 이후 법조인 출신도, 법학 전공도 아닌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경우는 19대 전반기(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 장관의 경우엔 박지원 전 의원과 함께 법사위원으로 맹활약했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박범계 의원이 법사위원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윤 의원은 외려 기획재정위원장 후보로 유력해 보였다. 박 의원은 판사 출신의 3선 의원인 데다 2012년 당 법률위원장에 이어 20대 국회 법사위 간사를 맡는 등 법사위에서 잔뼈가 굵다. 법사위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비법조인인 데다 법사위 경험이 없는 윤호중 카드는 확실히 의외의 선택”이라며 “원 구성 협상을 거치며 법사위원장 자리의 상징성과 중요도가 이전보다 훨씬 부각된 만큼 영향력과 존재감이 큰 다선 중진 의원이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법사위의 여야 갈등 속에 윤 의원은 합리적 조정자의 이미지가 강해 여야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윤 의원은 1988년 당시 평화민주당 기획조정실 간사로 정당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광옥 전 의원의 비서관을 거쳐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창당기획단에서 활동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경기도 구리에서 처음 당선됐고, 이후 19·20·21대에 연달아 지역구를 사수하며 4선 고지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당 전략기획위원장·수석사무부총장·정책위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4·15 총선에선 중앙선대본부장을 맡아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의 실무를 진두지휘했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기획재정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예산·외교안보·복지 등의 핵심 상임위다. 윤후덕 기재위원장, 송영길 외통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 이학영 산자위원장, 한정애 복지위원장 등이 선출됐다.

외통위원장에 선출된 송영길 의원은 이날 뽑힌 6명의 상임위원장 중 최다선인 5선 의원이다. 송 의원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 왔다. 그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해 “(미국 백인 경찰에게 질식사당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했는데, 목이 막혀 죽겠다는 게 지금 북한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쌓인 게 터진 것이다. 판문점선언과 (북한을 제재하는) 5·24 조치 공존은 모순”이란 주장을 했다.

송 의원은 이날 당선 소감에서도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대한민국 국권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데 제가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 (외통위원장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기재위원장에 뽑힌 윤후덕(3선)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 후반기 기재위에서 활동했고, 두 차례에 걸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국방위원장에 오른 민홍철(3선) 민주당 의원은 군 고등군사법원장(준장) 출신이다. 육군 교육사령관(중장) 출신의 한기호 미래통합당 의원과 함께 국방위원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산자위원장에 뽑힌 이학영(3선) 민주당 의원은 주로 정무위에서 활동했고, 20대 국회에선 예결위원장을 맡았다. 보건복지위원장에 선출된 한정애(3선) 민주당 의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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