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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통한 전파 없어"···中 코로나 숙주? 연어는 억울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이징 신파디 시장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 경찰이 13일 슈퍼와 상점을 돌며 육류와 해산물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베이징 신파디 시장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 경찰이 13일 슈퍼와 상점을 돌며 육류와 해산물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정부가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다시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주범으로 연어를 지목하고 나섰다.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가 80명 가까이 속출하면서 2차 확산세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다.

베이징 중심으로 2차 확산세 이어지자 #중국, 유럽산 연어 주범(?) 가능성 제기 #전문가 "음식물 통한 전파 가능성 비약"

중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집단감염 진원지로 펑타이(豊台)구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지목하며,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게 발단이었다.

쩡광(曾光)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과학자는 15일 "베이징 시민은 당분간 연어로 날로 먹어선 안 된다"고까지 말했다. "사람이 연어에 감염됐는지 등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어는 익혀 먹는 게 좋다"면서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최근 56일 간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점을 들며, 신파디 시장에서 판매된 연어가 유럽산(産) 수입 연어인 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들어온 것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노르웨이서 항공으로 직송한 생연어.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가 노르웨이서 항공으로 직송한 생연어.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 롯데마트]

정말 연어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이 가능할까.

음식물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는 경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게 식중독균인 노로 바이러스다. 겨울철 생굴 등 어패류를 먹고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국내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연어를 통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음식물을 통해 코로나19가 감염됐다는 사례 보고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다.

최준용 신촌세브란스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고, 음식물을 통한 감염 사례도 있다"며 노로 바이러스를 예로 들었다.

최 교수는 "하지만 코로나19는 사람 간 비말(침방울)을 통한 전파가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 경로"라며 "이번 사례만 갖고 코로나19가 음식물을 통해 전파를 일으킨다고 보는 건 비약일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중국 베이징 신파디 농산물 도매시장 앞을 무장 경찰이 지키고 있다.  지난 13일 베이징에서는 36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으며 모두 이 시장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다. 연합뉴스

14일 중국 베이징 신파디 농산물 도매시장 앞을 무장 경찰이 지키고 있다. 지난 13일 베이징에서는 36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으며 모두 이 시장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다. 연합뉴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까지 음식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가 됐다는 보고가 없어서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연어가 문제라기 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연어를 만지며 도마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은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엄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아직 많지 않은 만큼, 중국 당국 입장에선 음식물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확인될 때까지 연어를 익혀 먹으라고 한 건 정부의 원칙적인 대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보건당국도 베이징 집단감염의 경로 파악을 주시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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