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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220억 방방콘, AR 무장 슈주쇼···K팝 온라인공연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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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4일 열린 방탄소년단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4일 열린 방탄소년단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게 미래의 공연인가? 무섭기도 해요.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서 봐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었어요. 언제 대면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방방콘을 시작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모든 걸 다 해보려고요.”(RM)

방탄소년단 첫 온라인 유료 콘서트 #티켓 수익만 220억, 중간광고도 등장 #SM ‘비욘드 라이브’ 실감형 기술 활용 #팬들 환호성 속 떼창도 가능해 눈길

14일 첫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에 도전한 방탄소년단(BTS)이 밝힌 소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 시작 예정이었던 월드투어 ‘맵 오브 더 솔’ 일정이 전면 재조정되자 새롭게 찾은 돌파구였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이 날 공연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ㆍ영국ㆍ일본ㆍ중국 등 총 107개 지역에서 최대 75만 6600여명이 동시 접속해 관람했다. 5만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스타디움 기준 15회 공연과 맞먹는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된 온라인 유료 콘서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이게 미래의 공연인가…무섭기도 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각자 셀카봉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각자 셀카봉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 4월 18~19일 유튜브 채널 ‘방탄TV’를 통해 24시간 동안 진행된 무료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로 전 세계 162개 지역에서 최대 224만명과 만나며 예열 작업을 마친 이들은 이번에도 자체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자회사 비엔엑스에서 만든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에서 공연을 생중계하고, 미국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키스위 모바일과 협업해 멀티뷰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기 다른 6개의 화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멀티뷰로 골라보는 재미를 더했다.

플랫폼 결집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유료 팬클럽 가입자는 2만 9000원, 미가입자는 3만 9000원으로 할인 혜택도 제공했다. 팬클럽 가입자 기준으로 계산한 티켓 수익만 22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월 네이버 브이라이브 생중계를 통해 14만명이 관람, 약 46억원(1인당 3만3000원)의 추가 수익을 올린 영국 웸블리 공연과 비교해도 5배가량 큰 규모다. 의상이나 무대 교체 시간 동안 방영된 중간 광고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00여분 공연 동안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활동 중인 칠성사이다ㆍ레모나ㆍ휠라ㆍ시스템ㆍ서울시 등의 광고가 2차례에 걸쳐 노출됐다.

‘맵 오브 더 솔’ 월드투어 맛보기로 선보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리믹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맵 오브 더 솔’ 월드투어 맛보기로 선보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리믹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총 12곡으로 구성된 셋리스트 역시 온라인 공연에서만 구현 가능한 연출에 집중했다. 방탄소년단의 방에 초대하는 멤버들이 한 명씩 방문을 열고 나오거나 각자 셀카봉을 들고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아미밤(응원봉)으로 장식한 무대에서 우산 춤이 더해진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리믹스 등 월드투어 ‘맛보기’ 무대도 있었지만, 최초 공개된 유닛 무대 등 친밀함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상당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형 스타디움 공연과 다른 아기자기한 연출로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무대 위 뛰어다니는 호랑이, 솟아오른 거인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온라인 전용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론칭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잇따르면서 K팝이 온라인 공연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슈퍼엠을 시작으로 WayVㆍNCT 드림ㆍNCT 127ㆍ동방신기ㆍ슈퍼주니어 등 6회에 걸쳐 ‘비욘드 라이브’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증강현실(AR) 기술이다. 슈퍼엠의 미발표곡 ‘타이거 인사이드(Tiger Inside)’를 처음 공개할 때는 거대한 호랑이가 등장해 무대를 뛰어다녔고, NCT 127의 ‘영웅’ 무대에서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31일 열린 슈퍼주니어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더 슈퍼쇼’. 12m 높이의 최시원의 모습이 깜짝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SK텔레콤의 볼류 메트릭 기술을 활용해 구현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지난달 31일 열린 슈퍼주니어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더 슈퍼쇼’. 12m 높이의 최시원의 모습이 깜짝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SK텔레콤의 볼류 메트릭 기술을 활용해 구현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그중에서도 압권은 지난달 31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슈퍼주니어 콘서트에 등장한 12m 높이의 ‘자이언트 시원’이다. SK텔레콤과 협력해 선보인 AR 콘텐트로 106대의 카메라에 담아 구현한 최시원의 모습은 ‘알라딘’의 지니를 연상케 했다. 언택트 공연의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현장감도 보완했다. 다중 화상 연결 시스템을 통해 각자 방에서 즐기고 있는 팬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200여개의 분할 화면에 담아 함께 공연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SM 측은 “원하는 팬들을 대상으로 미리 신청을 받고 추첨을 통해 200여명을 선정했다. 환호성까지 실시간 송출이 가능해 팬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도 늘고 있다. 첫 회 슈퍼엠 공연은 7만 5000여명으로 시작했지만, 6회 슈퍼주니어 공연은 12만 3000여명이 관람했다. 3만 3000원 짜리 티켓 수익도 약 25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었다. 2013년 홀로그램을 활용한 소녀시대 V(가상) 콘서트, 2015년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즈’를 선보이는 등 꾸준히 컬쳐테크놀로지(CT)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SM은 향후 소속 가수 외에도 국내외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비욘드 라이브’의 문호를 넓힐 계획이다.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송출돼 다른 K팝 팬덤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언택트 시대 플랫폼 경쟁 더 치열해져 

지난달 24일 열린 동방신기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더 티’. 동방신기 멤버들이 팬들과 함께 손으로 T자 모양을 그리고 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4일 열린 동방신기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더 티’. 동방신기 멤버들이 팬들과 함께 손으로 T자 모양을 그리고 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밖에도 다양한 유료 랜선 콘서트가 준비 중이다. 2012년부터 해외에서 케이콘을 진행해온 CJ ENM은 올해는 온라인으로 ‘케이콘택트 2020 서머’를 열기로 했다. 20일부터 일주일간 32팀의 공연을 2만 4000원에 볼 수 있다. 판타지오 소속 아스트로는 오는 28일,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자)아이들은 다음 달 5일 온라인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이들 역시 키스위와 파트너십을 맺고 관련 기술을 활용해 송출할 계획이다.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을 완벽하게 대체할 순 없겠지만 언택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하면 양쪽이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ARㆍVR 등 각 실감형 기술의 특성에 맞춘 연출과 딜레이가 일어나지 않는 송출이 관건”이라며 “대형 기획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도 온라인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과 함께 가격 적정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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