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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삐라 막으려 접경지역 위험구역 지정? 연천군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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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접경지 일부를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대북전단 살포 단체 등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하기로 하자 연천군과 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 위험구역이 정해지면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을 투입해 대북전단 살포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접경지역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5일쯤 대북전단 100만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김광철 연천군수 “ ‘위험구역’ 낙인 우려”  

이와 관련, 김광철 연천군수는 15일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경기도의 취지에는 찬성한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 연천 지역이 ‘위험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남북관계가 긴장되면 북한과 맞닿은 연천군은 늘 지역경제와 관광경기가 위축되는 피해를 봐왔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다는 이유로 위험구역이 지정되면 외부로부터 연천이 ‘위험구역’이라고 낙인 찍히는 악영향이 빚어질 게 우려된다”고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8명 회원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3명 등 11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8명 회원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3명 등 11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그는 “이런 점을 볼 때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고도 대북전단 살포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을 경기도와 정부가 찾아 실행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특히 연천지역에서는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9개월째 민통선 관광이 중단되는 등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는데 또다시 ‘위험구역’이라고 지정되면 지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게 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대북전단 단속, 합리적인 방안 찾아야”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6년 전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북한의 고사총 도발 피해를 본 연천지역은 당시 사건 이후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겨나 지역경제가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이런 마당에 대북전단 살포 저지도 중요하지만 ‘위험구역’으로 지정되면 지역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히 단속하고 엄벌하겠다는 경기도의 대책은 환영한다”면서도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지 않고도 단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민통선과 접한 연천군 중면에서는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 10여발을 쏴 면사무소 마당에 총탄이 날아드는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이 면사무소로 긴급대피하고 남북이 군사적으로 긴박하게 대치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경기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 대책 발표  

앞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 금지 대책을 밝혔다. 주요 내용은 ▶접경지역에 대한 위험구역 지정과 대북전단 살포자 출입금지 ▶차량 이동·가스 주입 등 대북전단 살포 전 준비행위 사전 차단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단속과 수사·고발 조치 등 3가지다.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불법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경기도의 입장과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불법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경기도의 입장과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의 접경지역 위험구역 지정 추진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률 제41조·43조·46조는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이 재난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 ‘위험구역’을 설정하고 통행 제한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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