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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에 "그런 일 없다"…이재명 이 말이 대법관 13명 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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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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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56)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시도 사건이 대법관 13명이 참석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됐다. 이 지사 사건의 주심인 대법원 2부 노정희(57) 대법관이 12일 김명수(61) 대법원장에게 요청했고 김 대법원장이 승낙했다. 대법원 2부에 속한 4명의 대법관(박상옥·안철상·노정희·김상환)간의 합의가 되지 않아 전합에 회부된 것이다. 네 명의 대법관 중 박상옥·안철상은 보수로, 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진보로 분류된다.

李지사 친형 강제입원 사건 대법 전원합의체 회부

지난해 5월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무죄를 받았던 이 지사는 4개월 뒤 항소심에서 한 개의 혐의가 인정돼 도지사직 상실형(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면 이 지사는 지사직 상실은 물론 선거에 출마할 권리가 5년간 박탈되고, 30억원이 넘는 경기도지사 선거 보전비용도 반납해야 한다. 정치 생명이 끊기는 것에 더해 경제적 파산 선고도 받을 수 있다. 그런 이 지사 사건의 어떤 쟁점이 대법관 13명을 한 자리로 불러모으게 한 것일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모습.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모습. [뉴스1]

이재명 지사 재판의 재구성 

이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네 가지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 친형 강제입원 시도와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 중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공표, 검사사칭 관련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 공표다. 1심에선 네 가지 혐의에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2심에선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공표를 제외한 혐의에서 무죄가 나왔다.

1·2심 법원은 이 지사가 친형에 강제입원을 시도한 사실 관계는 인정했다. 하지만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순 있더라도 불법적 권한행사라 보진 않았다. 현재 대법원이 이 지사 사건에서 논의하는 쟁점도 2심에서 유죄가 나온 친형 강제입원 허위사실공표죄 단 하나다. 직권남용을 포함해 이 지사가 1·2심 모두 무죄를 받은 세가지 혐의는 핵심 논의 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이재명이 유죄를 받은 발언 

이 지사가 유죄를 받게 된 발언은 2018년 5월 KBS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와 그해 6월 MBC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왔다. 당시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시도 의혹이 핵심 쟁점이었다. 토론은 이렇게 진행됐다.

이재명 지사 KBS, MBC 토론회 발언 中

2018년 5월 29일 KBS토론회 中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보건소장 통해서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그런 일 없습니다. (형님이)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한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중략) 어머니, 저희 큰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

2018년 6월 5일 MBC 토론회 中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 그러니까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중략)그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머니한테 설득을 해서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는 말씀을 또 드립니다"

이 지사 변호인단은 이 지사의 강제입원 발언은 "아예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시도를 한 적이 없다는 뜻"이라 주장했다. 이 지사의 변호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김영환 후보도 법정에서 당시 질문 의도가 '불법적인 시도를 한 적이 있냐'는 뜻이라 밝혔다"며 이 지사도 그렇게 이해하고 "그런 일 없다"고 답한 것이라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마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맨 왼쪽)와, 남경필 당시 자유한국당·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왼쪽부터)가 각각 도내 지역을 돌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뉴스1]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마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맨 왼쪽)와, 남경필 당시 자유한국당·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왼쪽부터)가 각각 도내 지역을 돌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뉴스1]

1심의 판단  

1심 재판부(최창훈 재판장)은 이런 이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지사가 김 후보 질문 의도를 '멀쩡한 사람에 대한 불법적인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라 이해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허위 여부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의 특성상 질문과 답변이 명확하지 않은 점, 이 지사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흐릴 정도로 왜곡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 지사가 '제가 (강제입원을) 최종적으로 못하게 하였습니다'라고 한 발언도 당시 강제입원 시도를 중단할 권한이 이 지사에게만 있었다는 점에서 허위사실로 보지 않았다. 이 지사가 성남시 직원에게 친형 강제입원을 지시하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맞지만, 중단한 것도 결국 이 지사였다는 입장이다.

2심의 판단 

하지만 이 발언에 대한 2심(임상기 재판장)의 판단은 달랐다. 임 재판장은 "이 지사가 친형의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을 숨겨 유권자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장은 이 지사에게 강제입원 직권남용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친형 강제입원에 대한 이 지사의 개인적 이익이 전혀 없지 않아 (이 지사가) 정치적,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강제입원 발언이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줄 중요한 요소라 본 것이다.

여기에 이 지사가 앞서 2010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불법 명함배포)을 받은 전력,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점, 일반 국민에게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을 명확히 해명하지 않은 점을 가중사유로 삼아 지사직 상실형을 선고했다. 이 지사 측은 "이 지사가 절차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점, 즉 침묵을 허위사실유포로 인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재판부의 논리라면 허위사실 공표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고 말했다.

이상훈 전 대법관. 연합뉴스

이상훈 전 대법관. 연합뉴스

이재명의 변호인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이 지사 사건은 18일 대법관들의 첫 심리를 시작으로 대법원에서 계속 논의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에 이 지사의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하며 대표적인 진보 성향 대법관인 이상훈 전 대법관과, 이 전 대법관의 동생이자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이광범 변호사가 운영하는 LKB파트너스의 판사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나승철 변호사는 호화 변호인 논란에 "모든 피고인은 재판을 앞두고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합의체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다룬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합의되지 않은 사건, 종전 대법원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 해당 판결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사건 등을 다룬다. 13명 중 7명 이상의 대법관이 동의한 다수의견에 따라 판결이 선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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