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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때 쓰던 아이언으로 부활한 '반전남' 대니얼 버거

중앙일보

입력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3년 만에 PGA 투어 정상에 오른 대니얼 버거. [AFP=연합뉴스]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3년 만에 PGA 투어 정상에 오른 대니얼 버거. [AFP=연합뉴스]

 3년. 2015년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에 올랐던 대니얼 버거(27·미국)가 통산 2승에서 3승을 거두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합계 15언더파를 기록하고 연장 끝에 콜린 모리카와(미국)를 따돌리고 우승한 버거는 "어느 때보다 원했던 우승이었다"며 감격해했다. 미국 골프 '황금 세대'의 한 축이었던 그가 모처럼 웃었다.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우승 #올해 초 장비 자유 계약 선수 되고 변화 #집 창고서 9년 전 아이언 찾고 업그레이드

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 제이 버거의 DNA를 물려받은 대니얼 버거는 대학 시절 전미대학(NCAA) 골프선수권대회 2위에 오르는 등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4~15 시즌에 PGA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준우승을 2번 하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그는 2016년과 17년 6월에 2년 연속 세인트 주드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꾸준함을 이어갔다.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등 1993년생 동갑내기들과 미국 골프의 새로운 황금 세대 중 한 명이라는 평가도 들었다.

그러나 버거는 2017~18 시즌부터 끝모를 부진을 이어갔다. 손 부상이 연이어 있었고, 우승권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지난 시즌엔 20개 대회에서 톱10에 단 1번 들었고, 페덱스컵 랭킹 131위로 처져 플레이오프에도 나가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첫 6개 대회에선 한번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고교 때 쓰던 아이언으로 바꾼 뒤로 거짓말처럼 부활한 대니얼 버거. 찰스 슈와브 챌린지 4라운드 17번 홀에서 샷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교 때 쓰던 아이언으로 바꾼 뒤로 거짓말처럼 부활한 대니얼 버거. 찰스 슈와브 챌린지 4라운드 17번 홀에서 샷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다가 운명처럼 변화가 찾아왔다. 버거는 지난 1월 3년간 이어왔던 특정 용품사와 계약에서 벗어나 장비 자유 계약(equipment free agent) 선수가 됐다. 자신에게 맞는 클럽으로 어떤 것이든 쓸 수 있게 된 버거는 그때 아이언 세트를 고교 때 썼던 모델로 바꿨다. 9년 전에 출시됐던 아이언 세트는 현재 생산되지 않는 구형 모델이다. 그러나 버거는 이 아이언 클럽으로 2016년 PGA 투어 개인 첫 우승을 거두는 등 자신과 잘 맞았고 과감하게 바꿨다. 집 창고에서 자신에게 편했던 아이언 세트를 찾아냈고, 실전에 쓴 뒤로 버거는 무서워졌다. 투어 중단 전까지 3개 대회에서 연이어 톱10에 들었다. 이어 시즌 재개 후 첫 대회에서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버거는 오래 전 썼던 아이언 세트를 다시 사용한 것에 대해 "나한테 잘 맞는 클럽이 있다면 그걸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내겐 개인적으로 가장 잘 맞는 아이언이다. 온라인 거래 사이트를 통해서라도 이 아이언 세트로 계속 경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평균 77.8%의 높은 그린 적중률을 기록하며 아이언 클럽 효과도 톡톡히 봤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35만 달러(약 16억2000만원)를 받은 버거는 "최근 1년동안 우승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멋진 골프를 했고, 우승도 거둬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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