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뚫은 유럽형 코로나···연어가 주범일땐 한국도 비상"

중앙일보

입력 2020.06.15 10:13

업데이트 2020.06.15 11:05

베이징의 코로나 폭발 진앙인 펑타이구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중국 경찰이 대거 투입돼 엄격한 경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베이징의 코로나 폭발 진앙인 펑타이구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중국 경찰이 대거 투입돼 엄격한 경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방역 체계를 가동 중이던 베이징은 어떻게 다시 뚫렸나. 왜 이번에도 우한(武漢)처럼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일까.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중심으로
11~14일 79명의 코로나 환자 발생
연어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 검출

해산물은 코로나의 중간숙주가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왜 수입 연어가 의심받는 걸까. 베이징은 지난 6일부터 코로나 대응 단계를 2급에서 3급으로 낮췄는데 혹시 방역이 느슨해지면서 사태가 불거진 건 아닐까 등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베이징에 또 다시 코로나 충격이 찾아온 가운데 베이징 곳곳에서 지난 5월 30일 이래 신파디 시장을 다녀간 사람들에 대한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베이징에 또 다시 코로나 충격이 찾아온 가운데 베이징 곳곳에서 지난 5월 30일 이래 신파디 시장을 다녀간 사람들에 대한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코로나는 왜 수산물 도매시장서 폭발하나

11일 베이징에서 코로나 환자가 사라진 지 56일 만에 다시 환자가 생기더니 12일엔 6명, 13일 36명, 14일 36명 등 4일간 무려 7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눈에 띄는 건 모두 베이징 펑타이(豊台)구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확진 환자는 정확히 두 부류다. 신파디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과 이곳에 들러 수산물을 산 사람이다. 일부는 수산물 구매자의 가족이다. 따라서 이번 베이징 코로나가 신파디 시장을 중심으로 퍼졌다는 건 불문의 사실이다.

중국 무장경찰이 베이징에서 코로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에워싼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신파디 시장 부근 11개 주택단지도 폐쇄돼 모든 주민들의 출입이 불허되는 상황이다. [AP=연합뉴스]

중국 무장경찰이 베이징에서 코로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에워싼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신파디 시장 부근 11개 주택단지도 폐쇄돼 모든 주민들의 출입이 불허되는 상황이다. [AP=연합뉴스]

우한에서도 화난(華南) 수산물 도매시장이 코로나 폭발의 중심이었다. 수산물 도매시장이 왜 코로나의 진앙이 되나. 이와 관련 중국질병통제센터 전염병 수석 전문가 우준유(吳尊友)는 바이러스가 저온에서 오래 생존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온도가 낮을수록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긴 데 수산물 도매시장엔 많은 해산물이 냉동 보관되고 이 과정에서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도매시장엔 각지에서 온 수많은 사람이 오가다 보니 한 사람만 감염돼도 큰 확산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베이징 야채 공급의 70%를 담당하는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12일부터 코로나 사태로 영업 중단에 들어가자 베이징 각 슈퍼마다 식료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당국은 평일 소비량보다 많은 식료품을 공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베이징 야채 공급의 70%를 담당하는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12일부터 코로나 사태로 영업 중단에 들어가자 베이징 각 슈퍼마다 식료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당국은 평일 소비량보다 많은 식료품을 공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는 해산물뿐 아니라 도매시장에서 취급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나 가금류를 통해서도 코로나가 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과 식품 중 사람보다는 식품에 의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에선 이미 50일 이상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징시가 방역을 다소 완화한 게 6일부터지만 지난 3일 신파디 시장에 들러 물건을 산 사람이 이미 감염이 됐다. 따라서 방역이 완화되며 감염자가 외부에서 들어와 생긴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베이징 시내의 상점을 드나드는 주민에 대한 체온 측정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 6일 코로나 대응 단계를 2급에서 3급으로 낮췄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대응 태세를 올리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베이징 시내의 상점을 드나드는 주민에 대한 체온 측정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 6일 코로나 대응 단계를 2급에서 3급으로 낮췄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대응 태세를 올리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수입 연어가 주범이면 한국도 안심 못 해

신파디 시장을 관리하는 장위시(張玉璽) 사장은 연어를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으로 시사했다. 그는 지난 12일 밤 수입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리고 이 연어는 역시 펑타이구에 있는 징선(京深) 해산물 도매시장에서 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또 신파디 시장의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 채소, 과일 등에선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데 베이징 셰허(協和) 의원 감염내과 주임 리타이성(李太生)은 “코로나가 어류를 통해서 전파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등 베이징의 6대 도매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영업을 중단하며 베이징 주민에 대한 식료품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자 중국 당국이 각 슈퍼마다 물품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등 베이징의 6대 도매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영업을 중단하며 베이징 주민에 대한 식료품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자 중국 당국이 각 슈퍼마다 물품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장 사장의 말은 혹시 코로나 전파 책임을 외국으로 돌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14일 베이징 질병통제센터의 양펑(楊鵬)은 장 사장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발표를 했다.

그는 아직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바이러스는 유럽 쪽에서 왔다”며 “초보적으로 이번 코로나는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왔는지는 확정할 수 없고 오염된 해산물이나 육류가 시장에 들어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에 들어온 사람이 분비물 등을 통해 전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시민이 14일 벽에 붙은 공고를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다. 베이징시는 지난 5월 30일 이래 신파디 시장을 다녀간 사람은 모두 자진 신고해 핵산 검사 등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 환구망 캡처]

베이징 시민이 14일 벽에 붙은 공고를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다. 베이징시는 지난 5월 30일 이래 신파디 시장을 다녀간 사람은 모두 자진 신고해 핵산 검사 등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 환구망 캡처]

우준유는 “코로나에 감염된 외국인이 연어 처리 과정에서 어류 표면에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그 오염된 해산물이 중국으로 운반돼 중국 노동자를 감염시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설명이 맞는다면 우리로서도 비상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수산제품이 코로나 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수산물을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도매시장에 대한 코로나 안전 여부를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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