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파 코딩쌤'이 말하는 "실버세대도 코딩 해야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06.15 06:00

"'그랜파'와 코딩 무드등 만들기 시간입니다. 여러분의 작품도 기대되네요. 우선 엠블록부터 설치해볼까요?"

지난달 29일 서울 중학동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회의실에서 김정수(68)씨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코딩 프로그램 '엠블록'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날 촬영 방향은 할아버지(그랜파)가 가르쳐주는 친절하고 쉬운 코딩 수업이다. 김 씨는 오전부터 7시간 넘게 어린이를 위한 강의 영상을 촬영했다. 김씨는 강의에서 코딩의 일종인 아두이노 키트로 깜빡이는 무드등을 완성했다.

코딩 가르치는 '그랜파' 선생님 김정수씨. 김씨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SK텔레콤이 다음달 공개하는 코딩 강의 영상에서 강사로 등장한다. 사진은 김씨가 지난달 29일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코딩 강의를 촬영하는 모습. [중앙포토]

코딩 가르치는 '그랜파' 선생님 김정수씨. 김씨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SK텔레콤이 다음달 공개하는 코딩 강의 영상에서 강사로 등장한다. 사진은 김씨가 지난달 29일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코딩 강의를 촬영하는 모습. [중앙포토]

김 씨가 강사로 나선 것은 한국 MS와 SK텔레콤이 함께 제작하는 '무드등 만들기 코딩교육' 강의를 위해서다. 아이들이 강의를 보면서 코딩을 따라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수업 목적이다. 이 강의는 다음 달 1일 SK텔레콤 T월드 홈페이지에서 공개된다.

김 씨가 코딩을 배운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건강상 이유로 개인 사업을 접었던 김 씨는 집 근처 우리마포복지관을 지나가다 복지관에서 개설한 코딩 수업을 발견했다. 우리마포복지관은 2016년부터 한국 MS와 협업해 초급·중급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딩은 전문가나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지만 복지관 코딩 수업은 이미 만석이었다. 김 씨는 수업 첫날 강사와 사회복지사를 찾아가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코딩을 계속 배우다 보니 김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손주들에게도 코딩을 알려줄 수 있게 됐다. 코딩을 활용한 보드게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김씨는 "아이들과 코딩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또 코딩을 배우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웃었다. 사진은 김씨가 지난달 29일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코딩 강의를 촬영하는 모습. [중앙포토]

코딩을 계속 배우다 보니 김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손주들에게도 코딩을 알려줄 수 있게 됐다. 코딩을 활용한 보드게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김씨는 "아이들과 코딩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또 코딩을 배우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웃었다. 사진은 김씨가 지난달 29일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코딩 강의를 촬영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후 김 씨는 매주 1회 두시간씩 비슷한 연배의 60~70대 동기 10여명과 함께 코딩을 배웠다. 김 씨는 "매번 게임하듯이 진행되는 수업이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며 "텍스트 코딩이 아닌 블록 코딩 정도는 저 같은 '젊은 실버' 외에 70·80세대까지도 배울 수준"이라고 말했다.

계속 배우다 보니 김 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손주들에게도 코딩을 알려줄 수 있게 됐다. 코딩을 활용한 보드게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김 씨는 "아이들과 코딩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했다.

1년간 코딩을 배운 그는 이제 코딩 선생님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우리마포복지관은 지난해 김 씨 등 코딩 중급반 수강생들이 참여하는 '코딩봉사단'을 만들었다. 복지관이 참여하는 지역 축제 때는 코딩봉사단이 아이들에게 코딩을 직접 가르쳤다.

강사로 나선 김 씨는 이날 촬영을 위해 2주 동안 연습했다고 한다. 김 씨 손에는 B4 용지 넉 장 양면에 글씨가 빼곡히 적힌 대본이 있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가르친다기보다는 나도 같이 배우면서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강사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딩 교육 대열에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의 김 씨가 합류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딩 제대로 하는 건 전문적인 프로그래머가 해야 하죠. 그분들은 코딩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거고요. 저 같은 실버 세대나 일반인들에게 코딩은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산수를 배워서 시장에 가서 계산도 하고 하잖아요. 가장 기본적인 것이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은 코딩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코딩 가르치는 '그랜파' 선생님 김정수씨가 지난해 우리마포복지관에서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모습. [중앙포토]

코딩 가르치는 '그랜파' 선생님 김정수씨가 지난해 우리마포복지관에서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모습. [중앙포토]

김 씨는 4차산업 혁명을 '4차 생활혁명'이라고 불렀다. 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게 다 연결이 되는데, 이 변화에 따라가는 게 벅찬 세상이 됐지 않냐"며 "많은 사람에게 이 변화에 적응·숙달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같은 실버 세대는 아날로그 사회에 살아왔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며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데다 많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김 씨는 최근 드론과 관련한 코딩을 공부 중이다. 텍스트 코딩으로 드론을 조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는 "좀 더 전문적으로 교육받아 '드론 프로그래밍'을 계속 알아가고 싶다"며 "앞으로는 나같이 코딩에 관심 많은 실버세대가 모이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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