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양정철 만난뒤 당권 도전···친문그룹 배팅이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15 05:00

업데이트 2020.06.15 05:30

김부겸 전 의원의 ‘조건부 대선 포기’ 선언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 구도가 요동치면서 당 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분화할 조짐을 보인다. 이낙연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찬반 입장이 엇갈리면서다. 한 쪽에선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앞세워 이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고, 다른 한 편에선 역차별이라며 이 의원을 옹호하는 식이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앞세워 이낙연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이다. [연합뉴스]

친문으로 분류되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앞세워 이낙연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이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자 ‘부산 친문’으로 분류되는 최인호 의원은 14일 이 의원에 대해 공개적인 옹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며 “(당 대표 임기가) 7개월이든 2년이든 중요한 것은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내 한 의원은 “최 의원이 이낙연 의원에게 배팅한 것 아니겠냐”며 “전당대회가 차기 대선 경쟁처럼 흘러가는 상황에서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배팅하는 목소리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 핵심을 의미하는 진문(眞文) 일각에서도 이 의원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진문 대표 주자이자 당권 도전을 선언한 홍영표 의원이 연일 ‘이낙연 불가론’을 외치고 있지만 진문 단일대오에 틈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문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이낙연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당권-대권 분리라는 원칙과는 무관한 문제”라며 “7개월이라는 임기가 문제된다는 이유로 애초에 당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것 자체가 자칫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홍영표 의원과 암묵적으로 당대표-원내대표 러닝메이트 관계를 설정했던 전해철 의원도 이 의원에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전 의원은 지난 11일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1호 법안인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인 이 법안엔 전 의원을 포함해 56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낙연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찬반이 친문 그룹의 분화를 촉진하고 있다. 당권 주자이자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을 중심으로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이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는 목소리를 뚫고 이 으원의 출마를 옹호하는 의견이 연일 수면에 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이낙연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찬반이 친문 그룹의 분화를 촉진하고 있다. 당권 주자이자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을 중심으로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이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는 목소리를 뚫고 이 으원의 출마를 옹호하는 의견이 연일 수면에 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도 당권 구도를 둘러싼 이합집산이 활발하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백원우 민주연구원 원장 대행과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이 의원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는 소문이 있고, 청와대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낙연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출신의 한 의원은 “당권 후보의 면면히 확정되지도 않았고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누구 편을 들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낙연 의원이 전당대회를 출마하고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중도 사퇴하는 일 자체가 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당권 구도를 요동치게 하는 핵심축이다. 그가 당 대표 선출을 전제로 임기 2년을 채우겠다는 '조건부 대권 포기' 선언을 하면서다. [중앙포토]

김부겸 전 의원은 당권 구도를 요동치게 하는 핵심축이다. 그가 당 대표 선출을 전제로 임기 2년을 채우겠다는 '조건부 대권 포기' 선언을 하면서다. [중앙포토]

당권 경쟁의 또 다른 축인 김부겸 전 의원도 친문 그룹 영입에 열심이다. 특히 부산 현역 3인방(박재호·전재수·최인호) 중 한 명인 박재호 의원은 이미 김 전 의원과 동맹 관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많다. 김 전 의원측은 당권 경쟁이 영남(김부겸) vs 호남(이낙연) 구도로 흐르는 분위기에서 박재호 의원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공략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해철 의원과 함께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역시 김 전 의원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소식이 여권에 퍼지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김부겸 전 의원이 자연인이 되겠다고 한 양정철 전 원장을 만났고, 그 직후 당권 도전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 양정철 전 원장의 권유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전당대회 구도를 둘러싼 이합집산을 친문 그룹의 본격적인 분열로 해석하는 건 섣부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넓은 의미로 보자면 민주당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친문 그룹인데 당권-대권 분리 문제에 대한 입장에 따라 친문이냐 아니냐를 가를 순 없다”며 “친문이라는 입장을 기본으로 두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이낙연 의원의 출마에 대한 찬반 입장을 설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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