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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발빠른 전환 나사못 회사, 중국 추격 따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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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새한주식회사 직원들이 전기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충주=프리랜서 김성태

새한주식회사 직원들이 전기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충주=프리랜서 김성태

#1. 지난 8일 충북 충주산업단지 새한주식회사 공장에선 가구용 스크류(나사못) 제조가 한창이었다. 작업자가 프레스로 찍어낸 스크류 수치를 재 태블릿PC에 입력했다. 이 회사 최종복 이사는 “데이터를 입력하면 서버에 기록돼 모든 제품에 대해 실시간으로 불량률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중기 긴급 현장점검② #트렌드 내다본 투자가 생존 비결 #새한, 공정 절반 줄여 가격 경쟁력 #일감 늘어 감원없이 고용 유지 #태경케미컬, 신선식품 수요 예측 #드라이아이스 생산설비 자동화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5월 기준) 늘었다. 이 곳 정순일 대표는 “지난해 스마트공장 2단계 구축을 끝낸 게 코로나19 파고를 넘는데 주요했다”고 말했다.

태경케미컬 대산공단 공장의 드라이아이스 생산 현장. 서산=최선욱 기자

태경케미컬 대산공단 공장의 드라이아이스 생산 현장. 서산=최선욱 기자

새한은 5년 전부터 스마트공장 구축에 13억원(정부 지원 6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부터는 바코드로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

정 대표는 “최저시급 1만원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건 스마트공장 밖에 없다고 봐 투자를 늘렸다”며 “투자가 없었다면 코로나19 위기를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405억원을 올린 새한은 국내 가구 스크루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새한의 전신은 새한그룹의 계열사인 새한전자다.

비디오테이프를 조립하던 새한전자는 2007년까지 적자였다. 사업 전환을 맞은 건 비디오테이프 조립에 쓰이는 스크루를 개량해 미리 구멍을 뚫지 않고 한 번에 박히는 스크루를 생산하면서다. 이후 생산 자동화와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면서 중국산 스크루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새한의 스마트 공장 투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넘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 회사 최종복 이사는 “스마트 공장 도입으로 생산에서 출고까지 3일 안에 끝난다”며 “공정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 재고 관리 부담도 덜었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이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스마트 공장이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스마트 공장 도입에도 일감이 늘자 직원은 줄지 않았다. 2007년 20여명에서 시작한 새한은 현재 19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스마트 공장 도입에 따라 단축된 공정에서 일하던 직원은 신제품 생산 등으로 전환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한은 또 자동차 배터리용 부품, 플라스틱 서랍장도 생산·개발해 대기업에 팔고 있다. 공장엔 또 경첩 등 신제품 개발을 위한 생산 설비가 설치됐다. 정 대표는 “앞으로 베트남의 생산성을 뛰어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 2단계 사업을 끝낸 새한주식회사는 코로나19에도 매출이 늘었다. 충주=프리랜서 김성태

스마트 공장 2단계 사업을 끝낸 새한주식회사는 코로나19에도 매출이 늘었다. 충주=프리랜서 김성태

#2. 충남 서산의 태경케미컬 대산공단 사업장에선 지난 10일 아침부터 하얀 김이 뿜어졌다. 공장 굴뚝 연기가 아닌 여기서 만드는 드라이아이스에서 나오는 김이다. 벽돌만 한 드라이아이스는 하나씩 벨트에 실려 포장 단계까지 자동 완성됐다.

이 회사는 한국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신선식품 택배가 늘어날 거로 내다보고 투자했다. 신선도 유지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거라 예측하고, 종전 시설보다 생산성을 2배(하루 72t) 높인 드라이아이스 자동화 공장을 만들었다.

분기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분기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다 코로나19→언택트 소비 활성화→신선식품 택배 수요 증가라는 상황을 만났다. 마켓컬리ㆍ쿠팡에 필요한 귀한 몸이 된 것이다. 신광수 태경케미컬 영업생산본부장은 “마켓컬리가 쓰는 드라이아이스 70%는 우리 제품”이라며 “수요만큼 생산을 못하고 있어서 택배 회사도 만족 못하고, 소비자 불만도 쌓여 난감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드라이아이스는 주변 한화토탈ㆍLG화학ㆍ롯데케미컬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 가스를 받아 CO2(이산화탄소)를 추출해 만든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대기업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고, 그만큼 원료가 부족해진 상황이다.

태경케미컬의 드라이아이스 자동 생산 시설. 서산=최선욱 기자

태경케미컬의 드라이아이스 자동 생산 시설. 서산=최선욱 기자

이익률이 30%까지 올라갈 정도지만 생산량이 부족해 일본 수출은 잠정 중단했다. 신 본부장은 “그나마 신규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덕에 원료 대비 생산성을 15% 늘렸다”며 “우리 같은 설비를 도입하지 못한 다른 경쟁 업체는 상대적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태경케미컬은 드라이아이스 시장 점유율 35%로 국내 1위다. 올해 초 614억원이던 시가총액은 12일 기준 727억원으로 올랐다.

두 회사는 미래를 겨냥한 선제적 투자에 힘입어 위기 속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는 사례로 꼽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선제적 투자를 기반으로 선방하는 회사가 있고, 원래 경쟁력이 부족한데 코로나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 기업도 있다”며 “경쟁력을 보여주는 회사에 대해선 현재의 재무상황이 흑자든 적자든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데, 지금은 모든 회사를 다 도와줘야 한다는 ‘코로나 만병통치약’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선제적 투자 등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위기 속에서도 계속 발전하도록 정부가 일괄적 재정 지원보다 규제 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충주·서산=최선욱·강기헌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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