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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반기업 정서 때문에 지원 못하면 기간산업 다 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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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이 서울 충정로2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이 서울 충정로2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반기업 정서 때문에 정부가 소비만 살리고 기업에 지원을 못한다고 하면 기간산업이 다 죽는다.”

퇴임 앞둔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 #주기적 지정제 등 회계개혁 주춧돌 #“자선단체 100% 외부감사 받아야”

최중경(64)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책에서 ‘기간산업 살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간산업이 살아있어야 위기 후에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에 대해선 “한·미동맹과 조·중동맹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겐 (미국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2016년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모토를 내걸고 취임한 최 회장은 4년간 회계 개혁의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상장사가 외부 감사인을 6년간 자율 선임하면 이후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정하는 ‘주기적 지정제’와 ▶외부 감사인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감사시간을 보장해 회계 품질을 높이는 ‘표준 감사시간제’가 대표적인 성과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최 회장이 현장을 발로 뛰며 정부와 국회·경영계를 적극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회계사회 안팎의 평가다. 오는 17일 퇴임을 앞둔 최 회장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가 재정을 대규모로 풀고 있는데.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이냐다. 산업기반 유지와 소비기반 진작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정부 지원이 소비로만 쏠리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은 살겠지만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은 다 죽는다.”
미·중 대결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과 무관치 않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주류층의 기저 심리다. 계속 치고 올라오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미국인의 일반적인 심리다. 현실적으로 세계 최강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 국제법적인 규범에서 선택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중국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야지 중국의 선의에 기대어 잘 보이려고만 해선 안 된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어중간한 중립은 파멸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실 파문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이상 또는 연간 기부금 20억원 이상의 공익법인은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정의연을 비롯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단체가 너무 많다. 앞으로 자선단체는 100%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려면.
“2022년부터 공익법인에도 주기적 지정제가 시행된다. 외부 감사인을 4년간 자율 선임하면 이후 2년간 국세청장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 외에도 기부금을 합목적적으로 쓰는지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회계 개혁의 성과를 체감하나.
“기업들이 외부감사를 받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갑과 을’이 역전됐다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기업과 회계사는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해야 하는 관계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면 회계사는 ‘비즈니스 닥터’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재무적 건강을 지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차기 회장은 누구…역대 최다 후보 치열한 경쟁

회원 수가 2만여 명에 이르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제45대 회장 선거가 17일 열린다. 전직 국회의원(채이배), 주요 회계법인 경영진(안진회계 정민근, 신한회계 최종만, 삼일회계 김영식), 대학교수(중앙대 황인태) 등 다섯 명의 후보가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4년간 최중경 회장 주도로 진행된 회계개혁이 성과를 내면서 회계사회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는 평가다.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회계개혁 완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형 회계법인과 중견·중소 회계법인의 상생 협력 달성이 차기 회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사상 첫 전자투표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는 회원 수가 많은 30~40대 회계사들의 표심이 관건이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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