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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미세먼지, 바깥보다 최고 5배 나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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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김진희(38)씨는 다섯달 넘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자녀들이 학교 가는 날이 거의 없어 아이들 숙제를 돕고, 하루 세끼를 챙기는 게 모두 그의 몫이다. 김씨는 “하루 1시간 정도 빼고는 종일 집에 있고, 애들까지 있으니 실내공기의 질이 걱정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환기부터 하지만 충분한지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집콕, 공기질 실험해보니 #옷·수건 털 때도 미세먼지 ‘나쁨’ #더운 여름철에도 창문 자주 열고 #환기필터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코로나19의 여파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실내공기의 질 관리도 중요해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머물면 미세먼지·이산화탄소·휘발성유기화합물(VOCs)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실내공기 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430만 명)이 실외공기 오염 사망자(370만 명)보다 많다.

중앙일보 디지털서비스 ‘먼지알지’는 일상생활에 따라 아파트 실내 공기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했다. 106㎡(32평) 아파트 거실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청소, 의류·침구 털기, 요리 등을 하면서 실내외의 공기질을 비교했다. 먼저 집에 있는 옷과 수건을 털었다. 곧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25.9㎍(1㎍=100만 분의 1g)에서 ‘나쁨’ 수준인 133.9㎍/㎥까지 올라갔다. 실외 미세먼지 평균 농도(40.2㎍/㎥)보다 3배가량 높았다.

집에서 옷·이불 털 때 미세먼지

집에서 옷·이불 털 때 미세먼지

이어 진공청소기로 집 안을 청소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올라갔지만(70㎍/㎥) ‘보통’ 수준을 유지했다. 현장에 동행한 전문가는 “최근에 출시된 진공청소기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필터를 장착하고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가스레인지에서 생선을 구웠다. 주방 후드를 켠 상태였으나 거실에 둔 미세먼지 측정기 수치가 요동쳤다. ‘매우 나쁨’(151㎍/㎥~) 수준인 189.3㎍/㎥까지 수치가 치솟았다. 외부 미세먼지 농도의 5배에 육박했다. 이윤규 건설기술연구원 박사(실내환경연구학회장)는 “기름기가 있는 조리를 할 때 유증기 성분의 미세먼지가 다량 발생한다. 초미세먼지도 ‘매우 나쁨’ 수준의 10~2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선 요리할 때 미세먼지

생선 요리할 때 미세먼지

깨끗한 실내공기를 유지하려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 적어도 하루 세 번, 30분 이상 환기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그런데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여름철엔 여의치 않다. 창문을 열 때 더운 공기가 들어와 냉방 에너지의 손실이 크다.

이럴 때 아파트에 설치된 환기설비를 활용하면 좋다. 2006년 이후 신축된 아파트(100세대 이상)엔 환기설비가 의무화됐다. 탁한 실내공기를 내보내고 바깥 공기를 필터로 정화한 후 유입시키는 장치다. 열교환 시스템이 장착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파트 환기설비는 필터 관리 등에 신경 써야 한다. 이날 실험한 가정에서 조리 이후 환기설비를 틀었다. 5분 정도 지나자 미세먼지 농도가 20% 정도 줄었지만 ‘매우 나쁨’ 기준을 웃돌았다. 설비를 뜯어보니 곳곳에 녹이 슬고 필터도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은 듯 때가 껴있었다. 관리 소홀로 공기질 개선 효과가 떨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권장하는 필터 교체 주기는 3~6개월이다.

이윤규 박사는 “가정에 환기시스템이 설치된 경우 열교환기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면서 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터가 오염되면 자칫 오염된 공기가 공급될 수 있어 필터를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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