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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발길 끊겨 혈액 수급 비상"···슬픈 세계 헌혈자의 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서울 강북구 헌혈의 집 수유센터의 혈액 보유 현황. 이가람 기자

14일 서울 강북구 헌혈의 집 수유센터의 혈액 보유 현황. 이가람 기자

14일 오전 11시 서울 강북구 헌혈의 집 수유센터.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이날 헌혈의 집은 주말인데도 비교적 한산했다. 센터 내 게시판에는 대한적십자사 회장 명의의 ‘헌혈 참여 호소문’이 걸려 있었다. 혈액 보유 현황판에 나타난 혈액 보유 수준은 ‘적정’에 못 미치는 ‘주의’ 단계였다. 전날 수유센터와 인접한 도봉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명 추가됐다.

헌혈 동참 다시 감소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혈액 수급이 다시 차질을 빚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혈액 보유량은 4.7일이다. 적정혈액보유량은 일평균 5일 이상이다. 5일 미만일 경우 혈액 수급 위기 단계가 발령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5일 헌혈을 독려하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당시 혈액 보유량은 2.6일에 불과했다. 문자 발송 이후 헌혈자가 늘며 혈액 보유량은 이틀 만에 위기 수준을 벗어났다.

하지만 최근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헌혈 동참 행렬이 다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헌혈의 집 관계자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이후 그 주말에만 헌혈자가 300명 이상 늘었다”며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헌혈자 발길이 끊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혈의 집 대학로센터. 코로나19 여파로 헌혈자들이 크게 줄어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가람 기자

1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혈의 집 대학로센터. 코로나19 여파로 헌혈자들이 크게 줄어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가람 기자

이날 오후 3시 방문한 서울 종로구 헌혈의 집 대학로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8명이 동시에 채혈할 수 있지만, 헌혈자는 한 사람뿐이었다. 김경남 대학로센터 과장은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대학로 공연문화가 침체해 센터 방문자 수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주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했다는 문정애(63)씨는 “평상시 오후 4시 이후 방문하면 헌혈하고 영화표를 받으려는 학생들이 몰려와 20번 넘는 대기표를 받기 일쑤였다”며 “3월 이후부터는 사람이 워낙 없어 헌혈도 금방 끝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당분간 단체 헌혈이 어려운 상황이라 개인 헌혈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초·중·고교와 공공기관, 회사에서 헌혈 버스 등을 통해 진행한 단체 헌혈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불안감으로 헌혈의 집 방문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내부환경뿐 아니라 헌혈 장비도 수시로 소독하고 환기에도 신경 쓰고 있으니 안심하고 방문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센터 내 모든 직원의 몸 상태를 매일 모니터링하고 채혈 때 직원뿐 아니라 헌혈자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공동체 지키는 헌혈”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헌혈은 '제2의 생명 활동’”이라며 지속적인 헌혈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당부했다. 정 총리는 “헌혈은 코로나19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또 하나의 안전망”이라며 “그동안 코로나19와의 싸움에 국민께서 보여주신 성숙한 시민의식과 연대의 힘이 다시 한번 발휘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헌혈의 집에서 헌혈자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다. 이가람 기자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헌혈의 집에서 헌혈자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다. 이가람 기자

‘세계 헌혈자의 날’은 헌혈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날이다.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1930년 노벨상 수상자인 칼 랜드스타이너 박사의 탄생일(6월 14일)을 기념해 만들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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