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잃은 것보다 얻은 것을 센다…슬기로운 산막생활

중앙일보

입력 2020.06.14 09:00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57) 

산딸기가 제철이다. 닭장 주변으로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소반과 깨끗한 장갑을 준비하고 채취에 나선다. 모든 맛있는 것이 다 그렇지만 쉽게 따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줄기에 가시가 있어 맨손으로 따기엔 위험하고 장갑을 끼고 작업하자니 더디다. 귀한 과실 얻는다는 자세로 한 알 한 알 열심히 따다 보면 어느새 한 쟁반이다. 후일을 위해 하루 먹을 양만 따고 나머지는 남겨둔다. 지고 피고 한 이주는 가는 것 같다. 산막이 주는 자연의 선물 귀히 여기며 고마워한다.

비를 기다린다. 스지 곰탕을 녹이고 계란을 부치고 잘 익은 배추김치에 붉은 청양고추를 반찬 삼아 아침을 잘 먹었다. 점심은 귀래의 본가 영빈관에서 유산슬 덮밥을 먹고 탕수육 하나를 싸 와 저녁 대신에 먹었다. 오늘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간 높은 거 외에 혈당이며 혈압 모두 잘 관리되고 있어 놀랐다. 계란을 좋아하니 콜레스테롤이야 당연하다 치더라도, 다른 수치들은 별로 특별히 한 것도 없는지라 정말 의외였다. 짐작건대 아마도 그 모든 것은 스트레스 때문 아니었나 싶다. 무경계를 실천한다는 내가 이 정도니 다른 분들은 어떨까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렇다. 사업을 하건 직장생활을 하건 그것은 모두 스트레스다. 월급은 욕 값이고, 이윤은 스트레스 값이라는 말이 허황된 말도 아니다. 그러기에 모든 직장은 이 스트레스를 여하히 줄여주는가에 직원 행복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하늘이 많이 흐리다. 빠른 속도로 구름이 이동하고 바람도 비 냄새를 풍기니, 조금 후면 후두둑 후두둑 쏟아질 거다. 비를 참 좋아하는 나다. 이런 날 산막에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행복하다. 2층방 홀로 앉아 쏟아지는 밤비 벌거숭이로 맞는 대지를 바라보며 나 홀로 비 맞지 않는 안온함을 느끼게 된다. 이타다, 이타다 하면서도 결국은 이기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 위선은 나쁘다, 나쁘다 하며 위악하는 자는 결국은 위선하는 자보다 더 나쁜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목마른 것이 어디 가뭄 든 대지뿐이겠나? 나도 목마르고 너도 목마를 것이다. 이 메마른 가슴에 우당탕탕탕 시원한 빗줄기 한방은 얼마나 축복인가. 이타도 결국은 이기이고 위악 또한 결국은 위선이라 하더라도, 쏟아지는 소낙비 앞에서라면 비 맞지 않는 안온함을 즐겨도 볼 일이다. 혹시 아나? 그러다 보면 이 갑갑한 세상에도 혹 천둥번개와 같은 번쩍임과 우레와 같은 외침이 있을지.

비를 기다리며 하늘을 본다. 모카가 곁에 있어 외롭지 않다. [사진 권대욱]

비를 기다리며 하늘을 본다. 모카가 곁에 있어 외롭지 않다. [사진 권대욱]

모카가 와서 좋은 점이야 많지만 곤란한 점 또한 적지 않다. 그 하나가 배변 문제다. 훈련이 되지 않아 온 마당에 저지르고 나는 따라다니며 치우고… ‘이시키 내가 네 똥 따까리냐 뭐냐’ 구시렁거리다 문득, 개똥도 약 된다는 말을 생각하고 구덩이 하나 널찍이 깊이 파고 옆에다 호박 두 모를 심었다. 이제부턴 개똥 치우는 게 아니라 귀한 거름을 확보하는 길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공멸과 복자천의 고사를 생각한다.

공자가 조카 공멸에게 물었다. “벼슬에서 얻은 것이 무엇이고 잃은 것이 무엇이냐?” 공멸이 답했다.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이 셋 있습니다. 일이 많아 공부하지 못했고, 녹봉이 적어 친인척을 돌볼 수가 없었습니다. 공무가 다급하여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공자는 같은 벼슬을 하고 있는 복자천에게도 물었다. “벼슬에서 얻은 것이 무엇이고 잃은 것이 무엇이냐?” 복자천이 답했다. “예전에 배운 것들을 날마다 실천하여 학문이 늘었고, 녹봉은 적지만 이를 아껴 친인척을 도왔기에 더욱 친근했습니다. 공무가 다급하지만 틈을 내니 친구들과 더욱 친근해졌습니다.”

같은 벼슬하는 공멸은 잃은 것이 세 가지고 복자천은 얻은 것이 세 가지나 된다. 잃은 것이 많은 공멸은 벼슬이 고달프고, 얻은 것이 많은 복자천은 벼슬이 행복할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하루를 보내면서, 어떤 사람은 불행한 생활을 하고 어떤 사람은 행복한 생활을 한다. 불행한 사람은 잃은 것만 센다. 이것도 잃고 저것도 잃고, 잃은 것을 셀수록 감사한 마음도 잃게 된다. 잃은 것을 세는 것만큼 행복도 잃는다. 행복한 사람은 얻은 것을 센다. 이것도 얻고 저것도 얻는다고 센다. 얻은 것을 셀수록 감사한 마음도 얻게 된다. 얻은 것을 셀수록 만족감도 얻게 된다. 얻은 것을 세는 만큼 행복도 얻을 것이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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