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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빵 대신 단팥빵으로 타협···약 없이 반년간 18㎏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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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여름에 다가섰다. 노출이 늘어나며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게 되는 시기다. 운동과 약, 수술까지 각종 감량법이 난무한 가운데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18㎏을 뺀 화제의 다이어터가 있다. 손모(25·여)씨가 주인공이다.

논문 입증된 '디지털 다이어트' 뭐길래

손씨는 3년 전만 해도 키 161㎝에 체중 67.6㎏, 체질량지수(BMI)가 26.1인 비만이었다. 작심하고 다이어트를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2017년 가을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연구팀이 진행하는 디지털 다이어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체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통상 비만은 약물·수술·식이·운동 등으로 치료하지만 연구팀은 비만이 심리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치료법을 달리했다.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인 눔(Noom)과 체지방을 측정하는 가정용 인바디 등을 활용해 매일 식단과 활동량을 기록하고, 그날그날의 감정이 어떤지 점수로 매기게 했다.

비만 치료에 동기·자존감·우울·불안 같은 심리적 문제가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한 뒤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식으로 치료를 시도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널 리서치 모바일 헬스 앤드 유비쿼터스 헬스’에 실렸다.

서울의대 최형진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만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림은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개요. 사진 서울대병원

서울의대 최형진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만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림은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개요. 사진 서울대병원

손씨는 이렇게 8주간 전문가 도움을 받아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서 식단을 바꾼 결과 체중이 11㎏ 넘게 빠졌다. 이후에도 배운 대로 습관을 유지했더니 반 년간 총 18.4㎏을 감량할 수 있었다. BMI는 19로 내려갔고, 체지방률은 39.8%에서 20.5%까지 떨어졌다.

김미림 연구원은 “단순히 체중만 줄어든 게 아니라 근육량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체지방률을 대폭 줄였다. 단식만으로 다이어트를 했다면 절대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손씨는 몸무게 52㎏으로 BMI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논문으로도 입증된 이른바 ‘디지털 다이어트’로 약없이 66사이즈에서 44사이즈로 변신한 뒤 요요현상 없이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손씨를 인터뷰했다.

어떻게 연구에 참여하게 됐나.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연구 참여자 모집 공고를 봤다. 대단한 기대를 갖고 지원한 건 아니었다. 그냥 자기관리하는 방법을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참가했다." 
평소 어떤 다이어트를 해봤나.
"‘날씬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었지만 사실 제대로 다이어트를 해본 적은 없다. 평소 어머니가 운동기구나 한약을 이용해 다이어트를 여러 차례 시도하는 건 봤다. 부모님이 “예쁘게 입고 다니고, 살도 빼라”는 말을 많이 해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나름대로 큰 불만 없이 개성 있게 살았다." 
손모(25·여)씨가 만들어 먹는 샐러드. 사진 손씨 제공

손모(25·여)씨가 만들어 먹는 샐러드. 사진 손씨 제공

연구 참여 이후 어떻게 달라졌나.
"평소 내 식습관이 어떤지 잘 몰랐다. 연구에 참여하면서 식단을 기록하다 보니 말 그대로 뭘 먹고 있는지 또 얼마나 먹는지를 알게 됐다. 기록하니 식사 철학이 생겼다. 영양소를 찾아보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건가.
"매끼 식사 전후로 식사의 종류, 양 등을 앱에 입력했다. 밥으로 삶은 감자를 먹었다면 어디서, 얼만큼 먹었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엔 오늘 식사 전후로 내 감정, 생각이 어땠는지를 점수로 매겼다. 밤에 야식으로 햄버거를 먹었다면 짜증이 나서 시켜 먹은 건지, 기분이 좋아서 파티 차원에서 먹은 건지, 저녁을 걸렀으니 야식은 먹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먹은 건지, 살찔 것을 알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먹은 건지 등을 세세하게 적었다. 이런 걸 모아서 연구팀이 매일, 그리고 주마다 그래프를 그려 내 상황을 알려줬다. 힘들고 피곤하면 과식한다는 걸 알았다. 감정변화가 있을 땐 어김없이 식단에 균형이 깨졌고, 통제 없이 폭식했다. 전문가 조언대로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다스리려 노력했더니 건강한 방법을 찾게 됐다. 다이어트를 하는 느낌이었다면 스트레스를 받았을텐데 식사와 관련해 점점 내가 통제권을 갖게 되는 느낌이었다. 이성적으로 스스로와 타협하는 법도 깨쳤다. 가령 스트레스가 극심해 단것을 먹어야 할 때면 초코빵 대신 단팥빵으로 합의 보는 식이다." 

김미림 연구원은 “단팥빵은 같은 빵이지만 단백질 함량이 초코빵보다 높다”며 “비슷한 단맛이지만 영양적으로 건강한 쪽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디지털 비만 치료'에 참여한 피험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 김미림 연구원 제공

연구팀이 '디지털 비만 치료'에 참여한 피험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 김미림 연구원 제공

김 연구원은 “피험자의 식단이 갑자기 안 좋게 바뀌면 왜 그랬냐고 따지기보다 같이 얘기하면서 이유를 찾았다. 잘한 부분을 격려하려 했다”고 말했다.

기대 안한 것 치고 감량폭이 크다.
"연구 참여하기 직전 몸무게가 67.6㎏였는데 치료가 끝나고 6개월 뒤 49.2㎏까지 내려갔다. 총 70명이 연구에 참여했고 나처럼 전문가 개입이 이뤄진 집단에 모두 45명이 있었는데 내 감량폭이 가장 컸다고 한다. 부모님이 많이 좋아했고 주변에선 칭찬세례였다. 자신감이 생겨 크롭티(배꼽티)를 입고 다녔다. 옷 사이즈가 66에서 44로 줄었다. 살뺀 덕분인지 남자친구도 생겼다. 한때 48㎏까지 빠졌다가 지금은 52㎏ 정도로 조금 살이 올랐다."
손모(25·여)씨는 디지털 다이어트 치료 연구에 참여한 이후 몸무게를 18㎏ 이상 감량했다. 사진 손씨 제공

손모(25·여)씨는 디지털 다이어트 치료 연구에 참여한 이후 몸무게를 18㎏ 이상 감량했다. 사진 손씨 제공

다이어트하려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정 상태가 먹는 것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우울하고 슬플 땐 당장 배를 채우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가장 편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일 수 있다. 이렇게하기보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컨트롤이 잘 안 되면 그냥 그대로의 감정에 잠시 머무르면 어떨까 싶다. 어렵겠지만 먹는 것으로 풀기 보다 일기를 쓰든 친구를 만나든 생산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김미림 연구원은 이런 방식의 디지털 치료와 관련해 “통상 비만 치료에선 생체학적인 지표 변화에 중점을 두는데 궁극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심리적 차원의 접근이 중요하단 점을 입증한 것”이라며 “체중 감량 동기가 높고 우울감이 낮을수록 치료 성공률은 100%에 달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했던 것도 단기간 내에 효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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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건소 등에서 프로토콜을 익힌 전문 인력을 고용해 치료 모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환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스크리닝하고 적합한 치료적 요소를 선별한 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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