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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부옇게 보이는 안경, 신발은 뒤뚱뒤뚱…MIT는 왜 이런 체험복 만들었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35) 

코로나19로 해외출장이 불가능한 시대 운이 좋게도 필자는 지난 2월 코로나19가 미국에서 확산되기 전에 MIT의 에이지랩(Age Lab)을 방문할 수 있었다. 1999년 설립된 MIT 에이지랩은 고령화와 비즈니스를 연계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으로 세계 유명 기업들과 연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최근 MIT 에이지랩 현장을 함께 공유하고, 이들이 생각하는 시니어비즈니스에 대한 철학과 아이디어, 그리고 새로운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MIT에이지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립자인 조셉 코글린 박사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원래 교통 및 운수 관련 전문가였던 코글린 박사는 부시 행정부 시절 운전을 할 수 없는 시니어들을 위한 대체 교통수단개발 정책기획에 참여하면서 고령화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고령층에 도움이 될 민간기업의 서비스 및 상품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MIT로 자리를 옮겼다. 코글린 박사는 시니어를 환자로만 보는 기존 사고방식을 탈피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주체로 바라본다. MIT 에이지랩이 시니어비즈니스 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다.

MIT 에이지랩 디렉터 조셉 코글린(Joseph, F. Coughlin) 소장과 그의 저서. [사진 조셉 코글린 박사의 홈페이지]

MIT 에이지랩 디렉터 조셉 코글린(Joseph, F. Coughlin) 소장과 그의 저서. [사진 조셉 코글린 박사의 홈페이지]

MIT 에이지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폭스바겐의 빨간 자동차 비틀이다. MIT 에이지랩이 초기 시니어를 위한 교통수단 개발을 위한 사업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MIT 에이지랩이 다른 곳과 구별될 수 있는 3가지 주요 혁신성은 노인체험복 아그네스(AGNES), 이노베이션 스튜디오(Innovation Studio), 지역사회 내 시니어 참여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MIT 캠퍼스 내 에이지랩에서 가장 먼저 방문자를 반기는 빨간 비틀(Beetle). 세계지도가 있는 통로를 지나면 양쪽으로 개방된 연구공간이 있다. 통로 중간에는 2020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의 진행과정과 성과에 대한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 김정근, 로고는 MIT에이지랩]

MIT 캠퍼스 내 에이지랩에서 가장 먼저 방문자를 반기는 빨간 비틀(Beetle). 세계지도가 있는 통로를 지나면 양쪽으로 개방된 연구공간이 있다. 통로 중간에는 2020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의 진행과정과 성과에 대한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 김정근, 로고는 MIT에이지랩]

먼저 ‘아그네스(AGNES:Age Gain Now Empathy System)’라고 불리는 시니어 체험복은 운동생리학자와 공학자, 마케팅 담당자들이 수년에 걸쳐 업그레이드한 결과물이다. 팔다리와 주요부위에 고무 밧줄을 부착하고 경부압박용 헬멧을 쓰면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자세가 구부정하게 된다. 백내장,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특수 안경을 쓰고 발포 고무로 바닥을 댄 신발을 신으면 균형을 잡기도 어렵게 된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노인체험복이 있지만, 에이지랩이 개발한 아그네스의 특징은 실험실이 아닌 직접 현장에 나가 시니어들의 상황을 체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니어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이 중요한 고객이다. 미국의 최대 약국체인점인 CVS, 세계적인 자동차업체 BMW가 아그네스를 활용해 고령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와 제품개발에 성공했다.

두 번째는 사업가, 정부, 학자, 노인서비스 제공자들이 함께 진행하는 융합형 대화식 워크숍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Innovation Studio)이다.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는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노화의 영향을 보다 잘 이해하고, 새로운 제품과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운영된다. 학문 분야 칸막이뿐만 아니라 학교와 비즈니스의 칸막이를 모두 없애고 소비자 제품 디자인, 자동차 마케팅, 가전제품, 건강 및 생명 보험, 금융 서비스, 건강 교육 및 다양한 분야에서 노화와 기술 및 소비자 행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노년의 삶을 돕는 마법 같은 기술이 MIT 에이지랩에서 만들어지는 이유이다.

세 번째로 MIT에이지랩은 ‘85+ 라이프스타일 리더스패널(Lifesytle Leaders Panel)’, ‘오메가(OMEGA)’와 같은 지역사회 참여사업을 운영한다. 85+ 라이프스타일 리더스패널은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85세 이상 인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격월 모임이다. 85세 이상 시니어들을 초대해 MIT에이지랩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와 비즈니스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 프리젠테이션, 대화식 워크숍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 사업의 목표는 85세 이상 후기고령층의 통찰력과 관점을 가지고 고령층이 경험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오메가는 고등학생들과 지역 내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시니어를 함께 만나게 하는 세대통합형 프로그램이다. 매년 고등학생을 선발해 지역 내 시니어와 함께 하는 활동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연간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노화체험복 아그네스를 입고 지하철을 타는 모습,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85+라이프스타일 리더스패널 모임, MIT에이지랩에 설치되어 있는 아그네스, 세대통합형 프로그램인 오메가(OMEGA) 연차회의. [사진 MIT에이지랩 홈페이지, 김정근]

왼쪽 위부터 노화체험복 아그네스를 입고 지하철을 타는 모습,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85+라이프스타일 리더스패널 모임, MIT에이지랩에 설치되어 있는 아그네스, 세대통합형 프로그램인 오메가(OMEGA) 연차회의. [사진 MIT에이지랩 홈페이지, 김정근]

MIT 에이지랩은 노인에게는 열정과 희망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과소평가 당하는 고령층의 욕구를 찾아주는 곳이라는 조셉 코글린 소장의 생각이 반영된 곳이다. 아프고 병든 시니어를 위한 비즈니스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아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시니어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국내 시니어비즈니스도 고령 소비자의 잠재적 가치를 발견해 고령화로 발생하는 긍정적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MIT에이지랩 설립자 조셉 코글린 소장과 아그네스와 함께. [사진 김정근]

MIT에이지랩 설립자 조셉 코글린 소장과 아그네스와 함께. [사진 김정근]

*MIT 에이지랩 방문은 2019년 한국연구재단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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