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19 실내 공기 전파 막으려면…환기로 '밀폐' 없애야"

중앙일보

입력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실내 방역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경기도 8·9급 지방직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시험장에서 팔달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실내 방역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경기도 8·9급 지방직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시험장에서 팔달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파가 이어지고 있다.

백신 치료제 개발 전까진 환기가 중요 #깨끗한 공기 최대한 공급하는 게 핵심

날씨가 더워지고 습도가 올라가면 코로나19가 주춤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매일매일 발표되는 확진자 숫자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최근의 코로나19 전파는 실내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밀집, 밀접, 밀폐 등 이른바 '3밀(密)' 탓이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야 하는 도시인들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실내에서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할 방법은 없을까.

35명 세계 각국 전문가 '권고안' 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 가족이 거주한 곳을 대상으로 방역소독원이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 가족이 거주한 곳을 대상으로 방역소독원이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호주 퀸즐랜드 공대의 대기 질과 건강 국제실험실(ILAQH) 리디아 모로스카 박사를 비롯해 미국·유럽·중국의 과학·공학자 35명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코로나19 실내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논문을 기고했다.

이들 전문가는 글에서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 볼 때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은 확실하다"며 "공학적 접근을 통해 실내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할 필요가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감염은 침방울(비말)을 들이마시거나, 감염자나 오염 표면을 직접 접촉하는 것 외에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에어로졸을 마실 때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른바 공기 전파다.

이들은 또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사람과 바이러스를 공학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이라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쉽게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기로 '밀폐'된 공간을 없애는 것은 소독 등으로 바이러스 자체를 제거하는 것보다는 덜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보다는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실내 전파 차단을 위한 5가지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①공기 감염 차단엔 환기가 필수

코로나19 에어컨 바람타고 이렇게 전염됐다.심정보 기자

코로나19 에어컨 바람타고 이렇게 전염됐다.심정보 기자

중국 광둥성 광저우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이 지난 4월 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발표한 논문에서 소개한 코로나19 전파 사례.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5일 사이 광저우의 한 음식점에서 시작돼 세 가족 10명 사이에 코로나19가 확산한 사례다. 환기가 안 된 상태에서 에어컨만 가동해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났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이 지난 4월 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발표한 논문에서 소개한 코로나19 전파 사례.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5일 사이 광저우의 한 음식점에서 시작돼 세 가족 10명 사이에 코로나19가 확산한 사례다. 환기가 안 된 상태에서 에어컨만 가동해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났다.

코로나19가 공기로 전파되는 상황에서 환기는 필수적이다.
외부의 깨끗한 공기를 실내로 공급하는 환기는 공기 중 바이러스 농도를 낮추거나 제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공기 중에서 반감기(반으로 줄어드는 시간)가 1시간 이상이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감염자가 있을 경우 감염자가 배출한 바이러스를 취약한 사람이 공기를 통해 마시면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코로나19처럼 공기로 전파되는 감염병 환자 병실에서는 환자 1인당 1초에 160L씩 환기하도록 하고, 아무리 안 돼도 80L는 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일반 병실의 경우는 환자 1인당 1초에 60L씩, 복도에서는 ㎥당 1초에 2.5L씩 환기해야 하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는 환기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상점·사무실·학교·유치원·도서관의 경우 에너지 절약이나 비용 절감 때문에 환기 속도가 느릴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감염 위험도 커진다.
또, 사무실 내에 칸막이나 커튼 등이 환기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②공조 시스템 점검·개선 필요

음압병실에서는 환자가 내쉰 공기와 침방울이 한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방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음압병실에서는 환자가 내쉰 공기와 침방울이 한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방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빌딩의 환기는 환기 팬이나 공기조화(공조)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공조 시스템의 환기량을 늘리는 데는 큰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단순히 스위치를 돌리는 것으로는 되지 않고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환기 속도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공기 흐름 방향 등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있는 병실의 경우 병실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빨아들이는 음압 병실로 개선할 필요도 있다.

창문을 통한 자연 환기의 경우 창문의 크기와 위치, 기후와 기상 조건 등에 따른 환기율을 계산해서 기존에 제시된 기준과 비교하고, 환기가 부족할 경우 개선해야 한다.

③오염 공기 재순환 피해야

코로나19 바이러스 공기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환기가 필수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공기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환기가 필수적이다.

냉난방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일부 공기를 재순환하는 사례도 있지만, 바이러스를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먼지 필터를 사용하더라도 바이러스를 걸러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 환기 시에는 최대한 바깥 공기를 많이 사용하는 게 좋다.

중앙 공조 시스템의 경우 실내 공기 재순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재순환 밸브를 잠그고, 외부 공기 밸브를 열어야 한다.

각각의 사무실에서도 개별 환기 시스템을 추가로 갖추고,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클 때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④공기 정화·소독 중요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덕수고등학교에서 방역 전문가들이 개학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실시하며 교실 에어컨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덕수고등학교에서 방역 전문가들이 개학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실시하며 교실 에어컨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뉴스1

환기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때는 공기를 정화나 소독 장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외선 소독의 경우 실험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습도가 높아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자외선C(파장이 280~100㎚인 자외선) 장치로 1.22m 거리에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5분 이내에 100만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 결과는 아직 없지만, 자외선C로 충분히 소독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사람에게 직접 닿지 않는 룸 천장 부근에 자외선 장치를 설치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를 소독한다면, 환기 속도를 두 배로, 즉 1시간에 방 전체 공기를 3회 환기하는 데서 6회 환기하는 것으로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내에서 공기가 정체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이동식 실내 공기청정기가 도움될 수 있다.
다만, 필터 교체 등 적절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⑤같은 공간 내 인원 최소화해야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이 지역 프로농구팀인 새크라멘토 킹스 농구팀 홈 체육관을 400병상의 코로나19 응급치료센터로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작업자가 환기 덕트를 설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이 지역 프로농구팀인 새크라멘토 킹스 농구팀 홈 체육관을 400병상의 코로나19 응급치료센터로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작업자가 환기 덕트를 설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환기나 공기 소독을 하더라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 사이의 전파는 차단하지 못한다.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 숫자를 낮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직접 접촉에 의한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일정한 공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느냐는 정해진 게 없다.
다만, 환기 속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감염 환자가 적고 환기가 충분히 이뤄진다면 감염 위험은 낮은 편이다.
교실·식당·대중교통·극장 등에서는 가능하면 한 자리 건너 앉도록 해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임시휴관 중이던 공공도서관의 자료실과 열람실을 지난달 26일 개방했다. 시민들이 성인열람실에서 거리를 유지한 채 독서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교육청은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임시휴관 중이던 공공도서관의 자료실과 열람실을 지난달 26일 개방했다. 시민들이 성인열람실에서 거리를 유지한 채 독서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논문을 투고한 전문가들은 "손 씻기, 손 닿는 표면 청소하기,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구 착용 등 기존의 코로나19 전파 차단 노력과 더불어 실내 환기를 강화하면 공기 전파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밀접·밀집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밀폐' 만큼은 공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