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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트럼프에 '딱지 경고장' 날렸다···대통령과 맞짱 뜨는 美갑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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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애용하는 소셜미디어는 트위터입니다. 하루에 무려 150개 트윗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백악관 참모들도 트럼프의 트윗을 보고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때로는 사실과 다른 트윗을 올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지요.

#기부할때마다 트위터 올려 공유 #인종차별 반대 단체에 36억 기부 #"노예해방 기념일=회사 쉬는 날" 지정 #코로나 퇴치엔 1조2000억 기부

트위터의 창립자 잭 도시(43)가 그런 트럼프에게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트럼프의 일부 트윗에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경고 딱지를 붙이면서입니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도 '경고 딱지'를 붙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AP=연합뉴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도 '경고 딱지'를 붙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에 제동을 건 것이죠. 이 딱지 하나로 잭 도시는 대통령과도 한 판 붙는 사업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가 한 쪽 편만 드는 전쟁을 하고 있으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트윗을 올리자 잭 도시는 "사실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라며 곧바로 응수했다.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가 한 쪽 편만 드는 전쟁을 하고 있으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트윗을 올리자 잭 도시는 "사실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라며 곧바로 응수했다. [트위터]

잭 도시가 또 한 번 주목받은 계기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입니다. 지난달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미국 전역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잭 도시는 3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단체인 '너의 권리를 알아라(Know Your Rights)'에 300만 달러(36억원)를 기부했습니다. 이 단체는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며 '무릎 꿇기 시위'를 주도한 단체입니다.

영국 런던에서도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무릎 꿇기 시위를 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도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무릎 꿇기 시위를 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부만 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0일에는 "6월 19일 노예해방기념일을 매년 회사 공휴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노예해방기념일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이 공표된 1865년 6월 19일을 기리는 날입니다. 이날은 노예해방 선언문을 낭독하거나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행사가 열립니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를 회사 차원에서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기부왕 잭 도시...1조2000억원 코로나 퇴치에 쾌척

잭 도시는 순 자산 54억 달러(6조 4600억원, 포브스 기준)의 갑부입니다. 2013년 트위터가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한 직후 재산이 22억 달러(2014년)였는데 6년 만에 2.5배 불어난 셈이죠. (※참고로 트럼프의 순 자산은 12일 현재 21억 달러)

그는 번 돈을 주로 기부하는 데 씁니다. 워낙 사회 곳곳에 관심이 많아 돈 들어갈 곳도 많습니다. 그의 특징은 기부할 때마다 언제 어디에 쓸 것인지를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차곡차곡 업데이트하고 트위터에 공유한다는 겁니다.

잭 도시가 기부할때마다 언제 어디에 얼마를 기부했는지를 적어 트위터 상에 띄워놓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 파일. 누구나 볼 수 있다. [트위터]

잭 도시가 기부할때마다 언제 어디에 얼마를 기부했는지를 적어 트위터 상에 띄워놓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 파일. 누구나 볼 수 있다. [트위터]

지난 4월 그는 10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코로나 퇴치에 써달라며 기부했습니다. 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3억 달러 기부)보다 많아 개인으로 최대 액수입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보편화한 가운데 잭 도시는 "원하는 트위터 직원은 영원히 재택근무해도 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잭 도시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 대응을 위해 써달라며 10억 달러를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잭 도시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 대응을 위해 써달라며 10억 달러를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한창 논쟁 중인 기본소득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는 전 국민 기본소득 운동을 하는 재단에 500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휴머니티 포워드'라는 비영리 단체인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던 앤드루 양이 세웠습니다. 환경과 기후변화도 잭 도시의 관심사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15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데도 돈을 보탰습니다.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섰던 앤드루 양은 기본소득과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섰던 앤드루 양은 기본소득과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AFP=연합뉴스]

수줍음 많던 소년, 온라인 '수다'를 꿈꾸다   

잭 도시는 어릴 적 남 앞에서 말을 잘 못 하던 수줍은 소년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는 짧은 문장으로만 소통하는 경찰관의 무선 통신에 흠뻑 빠졌습니다. 트위터의 글자 수 제한이 140자였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고 하네요.

잭 도시가 처음 구상했던 트위터의 모습. 실제 서비스 중인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트위터]

잭 도시가 처음 구상했던 트위터의 모습. 실제 서비스 중인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트위터]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었지만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기를 원했던 그는 프로그래밍을 배웠습니다. 적성에 맞았는지 금세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15살에 만든 배차 소프트웨어는 지금까지 일부 택시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6년 3월 21일 잭 도시가 첫 트윗을 올리면서 트위터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트윗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뜻합니다. 한국에서 트위터 별명이 '짹짹이'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트위터 마크도 새가 날개를 편 모양입니다. 하루 한 번 이상 접속해 광고를 보는 이용자(일일 활성 이용자)는 1억2600만명(2019년 기준)인 걸로 조사됐습니다. 12일 기준 잭 도시의 트위터 팔로워는 472만명에 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 본관에서 잭 도시 트위터 CEO(최고경영자)와 접견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 본관에서 잭 도시 트위터 CEO(최고경영자)와 접견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위터에 있어 한국은 중요한 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한 잭 도시는 "K팝이 트위터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트위터에서 팬들은 스타의 소식을 가장 빨리 접하고 스타들은 팬덤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잭 도시의 트위터 프로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 배경 화면을 검은색으로 바꿨다. 소개에는 비트코인이라는 한 글자만 적혀 있다. [트위터]

잭 도시의 트위터 프로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 배경 화면을 검은색으로 바꿨다. 소개에는 비트코인이라는 한 글자만 적혀 있다. [트위터]

다만 그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을 매우 좋아한다는 정도일까요. 프로필에도 '비트코인' 한 글자만 쓰여 있습니다.

한때 1주일에 딱 한 끼만 먹는 극단적인 식사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깝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런 언급이 섭식장애를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자 지금은 1일 1식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건강 비법은 사우나와 얼음 목욕을 즐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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