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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3일 더” 다시 미뤄진 원구성…김태년 물끄러미 의장석 바라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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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15일로 연기할 것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15일로 연기할 것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3일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21대 국회 원 구성을 위한 본회의가 12일 열렸지만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회의장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본회의장 내 의석에 앉아있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박 의장이 서 있던 연단 쪽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박 의장은 이어 "다음 주 15일 월요일에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 원내 지도부가 원 구성 가(假)합의안을 마련했다가 최종 불발된 것을 두고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미래통합당이 불참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열린민주당 등만 참여한 가운데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임의 건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통합당과의 최종합의 불발로 민주당은 단독으로 원 구성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 의장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본회의를 15일로 미루면서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선 "우리는 더는 밀려선 안 된다는 분위기였는데…"(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다소 격한 반응이 나왔다.

원 구성을 위한 법정시한은 지난 8일까지였지만 나흘이 지난 12일도 합의안을 내놓지 못한 여야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네탓 공방만 벌였다. 항의발언을 위해 통합당 의원 중 유일하게 본회의장에 들어온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여야 협치를 말하는데, 거대 여당은 수적 우위를 내세워 야당을 밀어붙인다"고 비판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내줄 수 있는 최대치를 뛰어넘는 최대 양보안을 마련했지만, 통합당이 이를 의원총회에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윗줄 왼쪽)가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당초 처리할 것으로상됐던 상임위원장-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거 안건을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15일까지로 연기하자 의장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윗줄 왼쪽)가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당초 처리할 것으로상됐던 상임위원장-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거 안건을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15일까지로 연기하자 의장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 통합당은 전날 밤과 이날 오전 협상을 통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예결위원장·국토교통위원장·정무위원장·교육위원장 등을 포함한 7개 상임위원장을 통합당이 갖는 가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불발됐다. 그러자 김태년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합의안 거부는 과거의 동물국회 주도세력이 주도한 것"이라며 "(우리의) 행동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광석화처럼 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대 국회 원 구성이 또다시 연기되고 박 의장이 사흘의 말미를 제시하면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주말 새 협상의 끈을 이어가게 됐다. 급한 건 민주당이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 목표인 '6월 말·7월 초'에 추경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원 구성이 급선무다. 민주당은 당초 15일을 추경 통과를 위한 상임위 심사 개시일로 잡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김영진 원내수석은 "3차 추경이 적기에 투입되도록 국회를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일단 '상임위원장 11대7 배분'이라는 가합의안의 틀을 중심으로 협상에 나선단 방침이다. 법사위원장은 양보할 수 없다는 대원칙은 여전하다. 김영진 원내수석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합의안에서 미세조정은 불가능하다"며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통합당 의원들이 가합의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흘간의 협상에서도 합의가 무산되면 민주당에선 15일 본회의 때 단독 원 구성을 강행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오른쪽)과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 [뉴스1]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오른쪽)과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 [뉴스1]

통합당은 민주당에 법사위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 이날 의총을 통해 재확인됐다. 야당 몫 국회 부의장에 사실상 내정된 정진석(5선) 통합당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원 구성 협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제가) 국회 부의장을 맡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 등 통합당 3선 의원들은 "야당에 법사위 배분이 관철되지 않으면 통합당 3선 의원들은 모든 상임위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성명을 냈다. 상임위원장직은 통상 3선급 의원들이 맡아왔는데 그보다는 법사위 사수가 우선이란 얘기였다. 협상 당사자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이후 "(민주당이) 협상은 없고 협박만 있었다. 여당은 처음부터 법사위는 자신들 것이고 강제로 힘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고 성토했다.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놓고 다시금 줄다리기를 벌이게 된 상황이지만, 일각에선 양당 원내 지도부가 '법사위는 민주당, 예결위는 통합당'으로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본 만큼 주말 협상에서 이견을 좁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효성·손국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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