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 없어진 100일, 물어보니… ‘OOO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12 15:31

EXID 하니 [중앙포토]

EXID 하니 [중앙포토]

“옛날에는 기사 하단 스크롤만 살짝 내리면 댓글들을 볼 수 있었는데 요새는 애초에 댓글을 못 달게 바뀌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4월 12일 유튜브 채널 ‘릴카’에 출연한 걸그룹 EXID 멤버 하니가 포털사이트 댓글 폐지를 두고 한 말이다.

3월 5일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연예 관련 뉴스의 댓글창을 닫은 지 이달 13일로 딱 100일이 지났다.
포털 사이트의 댓글창은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소통공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댓글로 인한 사회적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인기 걸그룹 카라 출신의 구하라와 f(x) 출신의 설리 등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 커졌다.

 학계에서도 ‘예시 효과’를 들어 댓글이 실제 여론에 끼치는 영향력을 강조했다. 댓글은 기사의 일부가 아니지만, 기사 이용자는 댓글을 읽으면서 기사에 첨부된 예시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준웅ㆍ김혜미 『인터넷 뉴스와 댓글의 뉴스 프레임 융합 효과 연구 : 해석의 복잡성 및 태도의 극단성 분석을 중심으로』)

그렇다면 실제로 100일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 정리해봤다.

2020년 3월 5일 이후 네이버에 등록된 연예 관련 기사에는 이모티콘을 이용한 감정 표현만 가능할 뿐 댓글은 작성할 수 없게 바뀌었다. [네이버 캡쳐]

2020년 3월 5일 이후 네이버에 등록된 연예 관련 기사에는 이모티콘을 이용한 감정 표현만 가능할 뿐 댓글은 작성할 수 없게 바뀌었다. [네이버 캡쳐]

“긍정적인 영향이라곤 1도 없었어요. 속이 후련합니다.”
11일 만난 A 기획사의 관계자는 포털의 연예 기사 댓글창이 사라진 것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국내 유명 걸그룹을 보유한 A 기획사는 몇 년 전 멤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태도 논란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이 관계자는 “정작 프로그램 촬영 당시나 방송 직후까진 문제가 없었는데, 다음날 기사에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확산했다”며 “그 멤버가 우울증에 시달리기까지 하는 등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B 기획사 이사는 “아이돌 멤버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건 가족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라며 “방송 직전에 가족에 대한 악플을 보다가 오열해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린 적이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댓글을 보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게 보게 된다. 하지만 이제 포털에서 댓글창을 없애버리니 불필요한 걱정을 덜게 됐다”고 덧붙였다.
개그맨 박명수씨는 댓글이 폐지된 후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나와 “조금만 빨리했으면 여럿 살렸을 것”이라며 “(앞서 시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방송가의 반응에서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대체로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론 ‘피드백이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한 방송사의 홍보담당자는 “아무래도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일이 적어졌다는 점에서 출연진들도 조금 편안해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드백이 줄어든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끼기는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9일 공식홈페이지에서 시청소감을 비공개로 전환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홈페이지 캡쳐]

9일 공식홈페이지에서 시청소감을 비공개로 전환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홈페이지 캡쳐]

한편 댓글창 폐쇄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 막히자 해당 프로그램의 게시판이나 유튜브 등으로 향한 것이다.
SBS 장수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은 9일 공식 홈페이지에 “출연자에 대한 무분별한 욕설과 과도한 비방, 사칭 등 악성 댓글로 인해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한다”고 알렸다. 공식 홈페이지의 ‘시청 소감’ 게시판은 로그인 절차를 거친 후 비공개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자신이 쓴 글만 볼 수 있게 됐다. 2010년 7월 첫 방송 이후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수 비의 '깡' 유튜브 뮤직비디오 댓글창 [유튜브 캡쳐]

가수 비의 '깡' 유튜브 뮤직비디오 댓글창 [유튜브 캡쳐]

반면 최근 ‘1일1깡’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 비의 ‘깡’ 유튜브 뮤직비디오는 뒤늦게 댓글 ‘풍년’이다. 조회수 1447만건은 주목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댓글 수는 15만건에 달해 비슷한 조회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이 댓글창은 ‘깡깡술래 하러 왔다’, ‘오빤 깡남스타일’ 등 '깡'을 이용한 ‘밈(meme)’ 형태의 댓글 놀이부터 ‘새우깡 CF 축하드린다’, ‘(비가 참여하는) 혼성 그룹 기대된다’ 등 가수 비 관련 뉴스에 대한 반응까지 내용이 다양하다. 네이버 댓글창이 사라지면서 유튜브 댓글창이 하나의 대안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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