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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2주년에 조용한 미국 …"트럼프, 北 안중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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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종교 지도자 및 중소기업인과 간담회를 위해 텍사스 댈러스 공항에 도착한 뒤 주먹을 지어 보이고 있다.[로이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종교 지도자 및 중소기업인과 간담회를 위해 텍사스 댈러스 공항에 도착한 뒤 주먹을 지어 보이고 있다.[로이트=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역사적인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에도 미국은 조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 앉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는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1일(현지시간) 밤까지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선권 북한 외무상이 직접 "다시는 아무 대가 없이 미국 집권자에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날 선 담화문을 냈지만, 백악관과 국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트럼프·폼페이오 싱가포르 주역들은 침묵 #국무부 논평 요청에 "北 협상 참여에 전념" #고스 "트럼프, 대선서 북한에 얻을 게 없어" #힐 "트럼프 한국 방역 성공에 점점 더 짜증, #美 정부 동맹 확보 중요성 분명히 생각해야"

대신 국무부는 이날 현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한국 언론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 요청에 대변인실 명의로 짤막한 두 줄의 논평을 냈다. "미국은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협상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 제안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남아 있으며,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모든 약속에 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용의가 있다"는 원론적 내용이었다.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 넉 달 뒤 모건 오르태거스 국무부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직접 밝혔던 1주년 논평과도 차이가 있다. 그는 당시 "협상에는 언제나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정부가 북한 주민들에 더 밝은 미래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경제 제재는 물론 유지하는 한편 우리는 여전히 이를 열망하고 소망하고 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의 최대 피해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조지 플로이드 대규모 시위 사태까지 겹쳐 재선을 위협받는 처지다. 내 코가 석 자라 북한은 시야에서 멀어진 셈이다. 협상 복귀의 선제 조건으로 내건 제재 해제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더욱이 만무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 중인 데 대한 보복 조치로 ICC 관계자에 대한 경제 제재와 여행 제한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 중인 데 대한 보복 조치로 ICC 관계자에 대한 경제 제재와 여행 제한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미 안보연구소 CNS 켄 고스적성국 분석국장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북한과 대화에서 얻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11월 대선 전 대화 재개를 할 수 없다"며 "재선에 승리해 정치적 권력이 강화되면 북한과 외교적 승리를 다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도 이를 알고 있으며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로 트럼프를 배신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가 다시 대화하자고 전화를 하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스 국장은 이선권 외무상의 담화에 대해선 "북한은 트럼프가 재선될 때를 기다리는 대신 한국에 강경노선을 취함으로써 보수적 미국 정부와 진보적 한국 정부 사이를 틈새를 벌리는 전술적 행동을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탈북자 시민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를 빌미로 남·북 통신선 차단하고 군사합의 파기 등 대남 위협을 고조하는 것도 한미동맹 이간 전략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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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와 관련 "한반도의 위기는 동맹의 필요성을 강화한다"라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의회전문지 힐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코로나 19 방역 성공에 대한 언급에 점점 더 짜증을 내는 듯하며 분명 한국을 모델보다 경쟁자로 본다"며 "미국은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시작할지 모른다는 무언의 협박까지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을 괴롭힐 때 전통적 대응은 서울을 지지하고 동맹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통신선 차단에 국무부의 '실망' 표명과 대화 복귀 촉구는 한정된 수준에서 그중 일부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확보의 중요성과 동맹과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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