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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북전단 100만장 살포, 막겠다”…고양ㆍ파주 시민단체 나서

중앙일보

입력

‘자유북한운동연합’ 8명 회원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3명 등 11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8명 회원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3명 등 11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오는 25일 대북전단을 고양·파주지역에서 날리면 몸으로 막아낼 것입니다. 우리의 평화를 지키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오는 25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경기도 고양·파주 지역 37개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참여단체는 겨레하나 파주지회, 고양YWCA, 고양녹색소비자연대, 고양시민회, 고양여성민우회, 고양평화누리, 고양평화청년회, 고양환경운동연합, 파주환경운동연합 등이다. 대북 전단은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삐라다.

겨레하나 파주지회 이재희 운영위원장은 12일 “오는 25일까지 고양·파주 지역 곳곳에서 대북전단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배포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한 행동전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고양·파주 접경지역 주민들은 평화가 곧 삶이다. 평화롭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반대한다”고 했다.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표현의 자유 아닌 적대적 행위”    

37개 시민사회단체는 전날 성명서를 채택,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적대적 행위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2014년 이후 고양·파주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배포를 강력히 규탄하며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으나 일부 탈북자 단체는 심야를 이용해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며 시민들을 속여왔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그동안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도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북전단 문제를 방치하며 무책임했다. 문재인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이 상황까지 몰고 온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남북합의 존중’ 거듭 천명해야”  

이들 단체는 정부에 대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단죄’하고, 북에는 ‘남북합의 존중’을 거듭 천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오는 25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또다시 보내겠다고 발표하는 탈북단체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국회는 지금 당장 ‘대북전단방지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서 전단 기습 살포를 대비해 경찰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서 전단 기습 살포를 대비해 경찰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파주 민통선 주민들도 강경한 대처를 예고하고 있다. 파주 민통선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통일촌의 이완배 이장은 “만일 파주 민통선 지역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시도될 경우 주민들은 트랙터 등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이를 저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뜩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9개월째 민통선 관광이 중단되면서 지역경제가 침체한 상황인데 대북전단 마저 살포되면 지역경제는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트랙터 동원해 전단살포 막겠다”  

연천 지역의 긴장감도 높다. 민통선과 접한 연천군 중면에서는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 사격을 가하면서 면사무소 마당에 총탄이 날아드는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이 면사무소로 긴급대피하고, 남북이 군사적으로 긴박하게 대치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6년 전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북한의 고사총 도발 피해를 봐본 연천 주민의 입장에서 요즘 너무 불안한 심정”이라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히 단속하고 엄벌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접경지역 및 남북 평화정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찰, 접경지역 24시간 대비 체제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놨다. 이후 우리 국회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입법 추진에 나섰지만, 북한은 지난 9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한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차단했다. 이에 경찰은 경기 파주·연천, 인천 강화 등 접경지역 3개 시·군을 중심으로 경력을 배치해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24시간 대비체제를 갖추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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