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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문 닫자 골프장 몰려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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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골프용품쇼에 마스크를 쓰고 온 골퍼들. 전염병 속에서도 골프용품은 잘 팔린다. 미국은 5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250%를 기록했다. [뉴스1]

골프용품쇼에 마스크를 쓰고 온 골퍼들. 전염병 속에서도 골프용품은 잘 팔린다. 미국은 5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250%를 기록했다. [뉴스1]

배드민턴을 즐기던 박준영(42·가명)씨는 지난달부터 골프를 배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다니던 구립 체육관이 문을 닫았다. 안전한 다른 스포츠를 찾다가 골프 클럽을 들었다. 박씨는 “생각보다 재미있어 스크린 골프도 하고 골프장에도 나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와중에 더 커진 골프산업 #그린피 오르고 골프장 가치 상승 #용품 업체들 매출 늘고 주가 뛰어 #국내뿐 아니라 미국도 상황 비슷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오히려 골프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서울 근교 골프장에서는 15년 만에 부킹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요가 많자 그린피는 슬그머니 올랐고, 팔리지 않아 헐값에 나오던 덤핑 티타임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박태식 골프옥션 대표는 “특히 지방 패키지 여행이 늘어 전국 골프장이 다 호황이다. 골프장이 많은 곳은 주변 숙소도 붐빈다. 내장객 수는 지난해보다 최소 20%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 상황도 비슷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출입금지령에,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면서 반(半) 감금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셧다운이 풀리자 골프장으로 몰려나갔다”고 보도했다. 골프장 173곳을 운영하는 클럽코프의 데이비드 필스배리 CEO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비 25~30% 라운드 수가 늘었다”고 전했다. 골프 부킹 업체인 골프나우는 셧다운 기간 문을 연 골프장의 경우 내장객이 전년 대비 60% 이상 많았다고 소개했다. “골프장은 출입금지령 동안 답답했던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는 게 워싱턴포스트 설명이다.

골프용품도 많이 팔린다. 요넥스 골프 이수남 본부장은 “초봄에는 매출이 줄었는데, 5월 들어 복구했고, 6월부터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의류회사인 FnC 코오롱의 이도은 이사는 “골프웨어 WAAC의 5월 매출은 3월보다 50% 성장했다. 지갑을 잘 여는 젊은 골퍼가 많아져 하반기 성장 폭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도 비슷하다. 스포츠용품 체인인 딕스 스포팅 굿즈의 골프용품 5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0%였다. 셧다운으로 집에만 있다가 규제가 풀리면서, 지연 구매 또는 보복구매 수요도 있지만, 신규 골퍼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골프용품 업체 주가도 올랐다.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을 보유한 아쿠쉬네트의 주가는 1년 전 25달러에서 11일 35달러로 40% 올랐다.

2002년 3000만 명이던 미국의 골프 인구가 2019년 2430만 명으로 줄면서 골프는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다. 그랬던 걸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거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염병 창궐로 사람들이 골프에 대해 비교적 안전하고 야외에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레저라는 호감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는 “2020년은 미국 골프 인구 감소세가 상승세로 반전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셧다운 기간 골프장이 공원으로 이용됐다. 골프를 몰랐던 사람들이 골프장에 들어갈 기회였고, 아름다운 코스에 반해 일부는 골퍼가 됐다”고 썼다.

PGA 투어가 12일(한국시각) 재개되면 골프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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