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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스 싱긋, 박병호 침묵…엇갈린 4번 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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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클린업 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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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업 히터(cleanup hitter)’. 야구에서 4번 타자를 부르는 말이다. 앞 세 타자가 출루한 뒤 만루 홈런을 날려 베이스를 일소하는 타자라는 의미다. 그만큼 타율도 좋고, 장타력도 갖춘 타자 내 최고 타자다. 그래서 4번 타자는 팀의 상징이다.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4번 타자들은 어떨까. 역시 희비는 엇갈린다.

클린업 히터 활약에 팀 희비 교차 #홈런 1위 라모스 덕분 LG도 활짝 #롯데 이대호 살 빼고 타율 쑥쑥 #하위권 팀 4번 타자 덩달아 부진

클린업 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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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나가는 4번 타자는 LG 트윈스에 있다. 4번 타자 얘기만 나오면 고개 숙이던 LG가 올해는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멕시코) 덕분에 함박웃음이다. 라모스는 11일까지 LG가 치른 32경기에 모두 4번 타자로 출전했다. 타율 0.375(4위), 13홈런(1위), 31타점(3위)을 기록 중이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3.03으로 투수와 야수를 통틀어 최고다. 그 덕분에 LG도 4강권을 순항 중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라모스는 선구안이 좋고, 장타력도 갖췄다”며 흐뭇해한다.

클린업 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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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도 올 시즌 4번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연봉 25억원으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1위다. 지난 시즌에는 타율 0.285, 16홈런, 88타점이었다. 연봉을 생각하면 부진했다. 팀도 최하위에 떨어지면서 “이대호도 나이 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대호는 살을 뺐다. 순발력이 좋아지면서, 투구 대처가 빨라졌다. 타율이 0.328로 상승했다. 득점권 타율은 0.395로 팀 내 1위다.

클린업 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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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NC 다이노스 4번 타자는 양의지(33)다. 붙박이는 아니다.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라서 32경기 중 23경기만 4번 타자로 나왔다. 그래도 타율 0.319, 6홈런, 30타점으로 준수하다. NC가 양의지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건 외야수 강진성(27)의 타격감에 물이 올라서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강진성은 올해 29경기에서 타율 0.451(1위), 8홈런(5위), 31타점(3위)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원래 타격 재능이 있다”며 최근 강진성을 4번 타자로 적극 기용하고 있다.

클린업 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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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잘 풀리지 않는 4번 타자가 없을 수 없다. 한국 국가대표 4번 타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34)는 타율 0.204, 6홈런, 17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유의 몰아치기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개막 한 달 넘게 방망이가 조용하자 자타의 걱정이 크다. 그래도 손혁 키움 감독은 “알아서 잘하는 선수다. 곧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번에 배치했다.

또 한 명의 거포 김재환(32)도 두산 베어스의 붙박이 4번 타자이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타율 0.252, 7홈런, 29타점이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타율 0.403), 김재호(0.352), 오재일(0.357) 등 동료 타자가 활약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김재환도 스스로 “현재 타격 사이클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하위로 떨어졌다가 반등 중인 SK 와이번스의 4번 타자는 그다지 위압적이지는 않다. 올해 4번 타자로는 KBO리그 4년 차 외국인 제이미 로맥(35·캐나다)이 주로 나온다. 로맥은 지난달 타율 2할대로 저조했다. 6월로 넘어온 뒤 타율 4할대에 3홈런, 12타점으로 점점 살아나는 분위기다.

붙박이 4번 타자가 없어 수시로 여러 선수를 번갈아 쓰는 팀도 있다. KIA 타이거즈는 최형우(37)와 나지완(35)이 번갈아 4번 타석에 선다. 최형우(타율 0.292, 6홈런, 17타점)보다 나지완(타율 0.312, 4홈런, 20타점)이 조금 더 나아 보인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타순은 상대에 따라 계속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원석(34)을 4번 타자로 내세웠다가, 최근 타일러 살라디노(31·미국)로 바꿨다. 시즌 초반 부진해 2군까지 내려갔던 살라디노는 이달 들어 타율 3할대로 나아졌다. KT 위즈는 걸출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미국)가 있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유한준(39)한테 4번 타자를 맡겼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이성열(36)이 팀 내에서는 가장 많은 20경기에 4번 타자로 나왔지만, 지난 8일 2군으로 내려갔다. 솔직히 믿고 내세울 만한 선수가 안 보이는 처지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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