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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하락 출발...“2022년까지 제로금리” 공짜 돈의 시대 열렸건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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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제롬 파월 Fed 의장.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Fed 의장. [AP=연합뉴스]

“무한한 공짜 돈의 시대가 열렸다.”

FOMC, 장기 금리동결 예고 #성장률 올해 -6.5%, 내년 5% 예상 #나스닥 사상 첫 1만고지 넘어 #파월 “국채금리상한제 토론 중” #2차대전 때 쓴 비상대책 내비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까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힌 데 대한 경제 매체 파이낸셜리뷰의 반응이다. Fed는 9~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온건한) 비둘기파임을 분명히 했다”(파이낸셜타임스), “Fed가 계속 액셀을 밟기로 작정했다”(쿼츠)는 평가도 나왔다.

Fed가 공개한 이번 FOMC 회의 보고서의 점도표에 따르면 2021년까지 기준금리를 기존의 0.00~0.25%로 동결하는 데 참석자 전원이 동의했다. 2022년 기준금리 역시 참석자 2명을 제외한 15명이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선 Fed가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못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들에게 “금리를 올리는 것을 생각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간결한 표현을 즐기는 파월 의장이지만 금리 동결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FOMC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도 눈길을 끌었다. FOMC는 올해는 미국 경제가 -6.5%로 역성장하겠지만, 내년은 5%가량의 플러스 성장률로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발표했다. 실업률 전망도 비관론에서 벗어났다. 올해는 9.3%의 실업률을 기록하겠지만 내년엔 6.5%, 내후년엔 5.5%로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 "경제 장기적 피해 가장 걱정”

Fed가 공개한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Fed가 공개한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 수준을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경제 회복이 향후 수년간 계속될 것이란 전반적 기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경제의 장기적 피해 문제”라며 “지난 몇 개월간은 잘해왔지만 문제는 일자리에 신속하게 복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 회복의 속도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 달려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의 무거운 마음은 투자자들에게도 전이됐다. 한국 시각 11일 밤 10시에 개장한 미국 주식시장은 개장 벨이 울리는 순간 곤두박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75포인트(3.2%), S&P500 지수는 2.5% 하락했다. 전날엔 1947년 개장 후 사상 처음으로 1만포인트를 돌파하며 장을 마감했던 기술주 중심 나스닥도 2.1%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암울한 경제 전망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압박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이미 “경제 회복을 위해 Fed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천에도 옮겼다. 제로 금리뿐 아니라 전례 없는 규모인 7000억 달러(약 850조원)의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 즉 돈풀기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Fed가 매주 사들이는 채권 등 자산의 규모는 200억 달러(약 23조9400억원)에 달한다. 얼어붙은 시장에 돈을 풀어 온기를 돌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Fed의 결정을 주목하던 미국 주식 시장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971년 출범 후 49년만에 처음으로 1만 고지를 넘으며 제로 금리 결정에 화답했다. 사흘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던 나스닥은 제로 금리 결정으로 막판 동력을 얻으면서 66.59포인트(0.67%) 상승한 1만20.35 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정보통신(IT) 업계 대장주들인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가 상승했고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9.0%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 지수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미국 주식 시장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건 Fed가 쓸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남아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2년까지 제로로 묶겠다는 선언이 나오자 Fed의 남은 무기에 관심이 옮겨붙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너스 금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과 Fed 위원들은 마이너스까지 내리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대신 파월 의장이 내비친 비장의 카드 중 하나는 국채금리상한제다. 미국 국채의 만기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도록 조절하는 통화 정책이다. 경제학 용어로는 ‘수익률 곡선 제어(Yield Curve Control·YCC)’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YCC가 과거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 브리핑을 받았다”며 “앞으로 FOMC 회의에서 관련 토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YCC는 국채 금리가 이상 급등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비상대책이다. 미국이 YCC를 처음 채택했던 것은 전시였던 1942년이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자금을 급히 조달해야 했다. 국채를 대거 찍어 자금을 마련하되 장기채 금리는 2.5%로 고정시켰던 것이다.

미국 국채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초 23조2000억 달러에서 25조9000억 달러로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국채 금리까지 상승한다면 부담이 되니, 금리 상한선을 묶어 두는 YCC를 Fed가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대공황을 능가한다는 분석을 감안하면 Fed의 YCC 검토는 예정된 수순이다. “브리핑을 받았다”는 피동 표현을 썼지만 그 브리핑을 지시한 건 파월 의장 등 Fed 수뇌부다.

다음 FOMC 회의는 7월28~29일로 예정돼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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