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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최저임금위 시작부터 파행…‘코로나 노사정’에 발목잡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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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21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근로자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박준식 위원장(왼쪽 셋째)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장의 각 의원들 자리에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투명 칸막이가 설치됐다. [뉴스1]

2021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근로자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박준식 위원장(왼쪽 셋째)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장의 각 의원들 자리에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투명 칸막이가 설치됐다. [뉴스1]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가 11일 시작됐다. 한데 심의 시작도 전에 복병을 만났다.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정부가 받아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심의를 노사정 대화와 연계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노사정 대화에서 합의가 될 때까지 최저임금 심의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노총, 심의 착수 첫날부터 불참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 연계 전략 #취약계층 호소해 임금 인상 노려 #경영계 “더 올리면 일자리 대란”

민주노총은 이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 4명이 모두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불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 시한이 촉박해  회의는 정상적으로 계속 열면서 민주노총의 복귀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저임금법이 정한 최저임금 결정시한은 이달 29일이다. 불과 18일 남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 심의를 요청한 뒤 두 달여를 허비했다. 이처럼 최저임금 심의가 늦어진 것은 지난해 근로자 위원이 집단 사퇴한 뒤 복귀하지 않아서다. 지난 8일에서야 양 노총 몫의 근로자 위원 중 새로 6명이 위촉되면서 비로소 최저임금위가 꾸려졌다. 한국노총은 올해 초 위원장 선거에 따른 지도부 교체로 2명을 바꿨다. 민주노총은 4명 전원을 물갈이했다. “지난해 동결에 가까운 수준의 인상이 이뤄진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최저임금위 관계자의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 앞서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과의 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의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18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할지, 참여한다면 언제부터 할지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전문가 회의를 19일 열고, 두 번째 전원회의를 25일쯤 개최하는 방안을 최저임금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결정 시한을 불과 4일 앞두고 전원회의를 열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추이

최저임금 인상 추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심의에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달 20일 시작된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법적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복귀하는 대신 민주노총이 별도로 요구한 대화체다. 코로나19 이후 노동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하자는 명분을 내세웠다. 노동계는 노사정 대화의 결과를 최저임금 심의와 연계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정 대화와 최저임금 심의는 연동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며 “대화 결과를 근거로 인상안을 만들어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에서 ‘취약 계층 보호’와 같은 의제에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결국 최저임금 심의와 노사정 대화는 한 배를 탄 모양새다. 노사정 대화가 잘 안 되면 최저임금 심의도 공전할 수 있다. 반대로 최저임금위에서 동결 또는 지난해처럼 아주 낮은 수준의 상징적인 선에서 인상되면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가 어그러질 수 있다. 노동계가 정부나 경영계에 책임을 떠넘기며 대화 중단을 선언할 수 있어서다. 자칫하면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력을 찾겠다던 노사정 대화가 노·정, 노·사 간 갈등의 도화선으로 번질 수 있는 셈이다.

2020년 최저임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년 최저임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영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최저임금위 사용자 위원인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가 아주 어렵다”며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일자리 대란을 가속화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삭감 또는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정 원포인트 대화에다 노사의 입장차까지 크다 보니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가 장기간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저임금위가 법적 결정시한(6월 29일)을 지킨 적은 드물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용부 장관이 확정, 고시해야 하는 시한(8월 5일)은 어길 수 없다. 그러려면 논의 기간을 최대한 늘려도 7월 15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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