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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 단독 원구성 예고 D-1…여도 야도 "법사위 못 뺏겨"

중앙일보

입력

박병석 국회의장이 정한 원(院) 구성 시한(12일)을 하루 앞둔 11일에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각자의 주장만 고수하며 팽팽한 신경전만 벌였다. 민주당은 12일에 새로 조정한 상임위원 선임 요청안을 제출하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원 구성을 마무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여야 합의 없이는 원 구성에 협조할 수 없다고 버텼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을 위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병석 국회의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을 위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병석 국회의장. [연합뉴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김태년 민주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어떤 경우가 있어도 내일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분명히 말한다”며 여야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박 의장은 “국민은 21대 국회가 과거와 다를 거라고 기대했지만, 별다를 것 없는 국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실망감으로 변해가는 단계”라며 “최대한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양보안을 제출해달라.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합의를 촉구했다. 이에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비공개 담판을 벌였지만, 무위에 그쳤다.

쟁점은 법제사법위원회, 그중에서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여부다. 민주당은 어느 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든 법사위의 힘을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여야 간 쟁점법안을 발목 잡는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판단에서다. 법사위 힘 빼기는 민주당이 이날 ‘1호 당론’으로 내세운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법사위의 기능을 유지한 채 기존 관행에 따라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주도 벤처 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주도 벤처 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동에서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 내 상임위원장 후보 선출 절차를 먼저 마칠 수 있도록 내주 초까지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 원내대표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앞서 이날 “21대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과 국익을 우선으로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원식부터 열자”는 박 의장의 제안에도 “원 구성 없이 개원식을 하겠다는 건 박 의장의 욕심일 뿐”(민주당 핵심 관계자)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박 의장이 개의를 공언한 12일 오후 본회의에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해 처리한 뒤 통합당을 제외한 원 구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이 상정될 경우 민주당은 통합당과 협상 상황에 따라 선출할 상임위원장의 범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사위만 선출하고 끝내거나, 법사위·예산결산특위 외 3차 추경안 처리에 필요한 핵심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거나, 의석수 비율에 따른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 11석만 선출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18개 상임위 전부 올려서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오종택 기자

다만 박 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의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여야 합의를 재차 요구할 경우 민주당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의사일정은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 작성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국회법 76조). 통합당이 12일 상임위원 선임 요청안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직권으로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도 국회의장이 쥐고 있다(국회법 48조). 이 경우 통합당의 반발이 뻔해 결국 향후 정국의 향배는 박 의장이 어떤 ‘비상한 결단’을 하느냐에 달렸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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