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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리지 않는 방패를 찾아라…이통3사 '양자암호' 경쟁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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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통 3사간 양자암호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기존 통신에선 정보전송을 위해 디지털 비트인 0과 1을 사용했다. 하지만 양자암호는 디지털 비트와 달리 여러개의 값을 가질 수 있는 큐비트(Qubit : Quantum bit)를 사용해 해킹이나 도청이 어렵다.

이통 3사간 양자암호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기존 통신에선 정보전송을 위해 디지털 비트인 0과 1을 사용했다. 하지만 양자암호는 디지털 비트와 달리 여러개의 값을 가질 수 있는 큐비트(Qubit : Quantum bit)를 사용해 해킹이나 도청이 어렵다.

이동통신 3사가 양자암호 경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 기능을 탑재한 전용폰을 출시했고, LG유플러스는 고객전용망에 양자내성암호를 적용했다. KT는 양자암호통신 기술 국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시대에 그 어느때보다 통신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현재 기술로는 뚫는 게 불가능하다는 양자암호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SKT, 초당 25만6000개 난수 생성해 암호화    

11일 SK텔레콤은 경기 분당에서 협력사인 비트리와 함께 갤럭시A 퀀텀에 탑재한 양자난수생성(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칩셋 기술 설명회를 했다. 갤럭시A 퀀텀은 SK텔레콤의 전용폰으로 'T아이디' '이니셜' 'SK페이' 등 세 가지 서비스에 양자암호 보안 기능을 넣었다.

김희걸 비트리 CTO는 "QRNG 칩셋은 LED 광원 속 빛 알갱이 개수를 디지털화해서 난수 데이터를 추출한다"며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쓰는 특정 시간대에 빛 알갱이가 몇 개 들어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불규칙한 암호 숫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QRNG 칩셋이 빛 알갱이 숫자를 기반으로 한 프레임당 1초에 생성하는 난수는 대략 25만6000개이다.

SK텔레콤은 QRNG 칩셋을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해 양자암호 보안을 적용한 단말기 종류를 늘려갈 계획이다. 또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보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산업에 QRNG 칩셋을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서 김희걸 비트리 CTO(부사장)이 QRNG(양자난수생성) 칩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서 김희걸 비트리 CTO(부사장)이 QRNG(양자난수생성) 칩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KT,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 승인받아 

KT는 기술 표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에서 양자암호통신 국제 표준 2건을 승인받았고, 4건은 국제 표준 제정에 앞서 심사를 받는 중이다. KT가 주도한 양자암호 국제표준 기술은 ‘개방형 계층구조’와 ‘양자 암호 통신 네트워크 기술 요구 사항’ 등 두 가지다.

개방형 계층구조 기술은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할 때 국내외 사업자가 여러 계층별로 참여할 수 있게 개방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에는 미국의 매직Q, 일본 도시바, 중국의 퀀텀씨텍 등 해외 제조사가 전체 양자 암호 통신 네트워크를 독점으로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양자암호 통신 네트워크 기술 요구 사항'은 개방형 계층구조 표준에 대한 상세 기술 요구 사항이다. KT의 유·무선 네트워크 운용관리 노하우를 반영해 양자암호를 생성하고, 이 암호를 적용해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제어·관리한다는 것이다.

KT 연구원들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KT 제공]

KT 연구원들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KT 제공]

또 KT는 자체 개발한 ‘양자 키 분배(QKD·Quantum Key Distributor) 시스템’과 중소기업이 개발한 국산 ‘암호화 장비’를 개방형 계층 구조 국제 표준에 따라 경기도 일부 지역 5G 네트워크에 적용해 안정적인 양자 암호 통신에 성공했다.

LG유플, 통신장비에 양자내성암호 적용

LG유플러스는 양자암호통신이 아닌 양자내성암호(PQC·Post Quantum Cryptography) 기술로 차별화에 나섰다. 서울대학교 산업수학센터, 크립토랩과 함께 PQC를 개발하고 고객전용망 장비에도 적용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양자 물리의 특성을 통해 암호키를 교환하는 기술로, 별도의 암호키를 생성하고 분배하는 장치와 채널을 갖춰야 한다"면서 "반면 양자내성암호 기술은 양자 컴퓨터로도 풀어내는 데 수십억 년이 걸리는 수학 알고리즘으로 별도 장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데이터를 암호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내성암호 기술은 현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주도로 IBM, 아마존, 구글, MS 등이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고객전용망 장비에 양자내성 암호를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로, 향후 5G 서비스와 유·무선 가입자 서비스에도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마곡사옥에서 직원들이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적용된 모듈을 들고 있는 모습.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마곡사옥에서 직원들이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적용된 모듈을 들고 있는 모습. [LG유플러스]

"양자 암호는 현재 기술로는 복제 불가능"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신뢰할만한 보안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지적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뚫리지 않는 암호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양자 암호는 복제 불가능성과 얽힘 현상 때문에 현재 기술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도청이나 감청을 막을 수 있다"면서 "현재 양자암호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미국의 73.6% 수준으로 일본·중국보다도 뒤처지는 만큼 기술격차를 빨리 극복하고 글로벌 표준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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