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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얼굴을 도화지로… 창작 욕구 폭발! 드랙 메이크업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40)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지만, 유튜브 우먼센스 TV에 직접 출연하는 콘텐츠가 있다. ‘갱년기 힙스터가 되겠다’는 의도로 제작중인 ‘갱스터’! 50대 잡지 편집장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현재의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는 기획이다. 유튜버 콜레보레이션 콘텐츠로 각 분야의 유명 유튜버들을 만나 영상을 함께 만들고 있는데, 지금까지 총 4편을 찍었다.

인기 유튜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콘텐츠를 경험하다보니 무뎌졌던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오랫동안 해 왔던 일 그래서 익숙해져 버린 일을 하면서 새롭다고 느끼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빠르게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니 원하는 성과를 내어 만족할 수는 있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즐거움은 잊게 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 그러던 중 유튜브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심사를 담아내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자극을 받게 된다. 게다가 그들은 많은 사용자들이 구독을 할 정도로 특별한 영상 감각을 가지고 있어 그 점 역시 배울 수 있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과 동시에 젊어진 나를 느끼는 시간. 그들이 전하는 에너지만큼 말이다.

나나영롱킴과 함께 촬영을 하고 있는 중. 30대 중반의 자연인 김영롱과 14년 활동을 해오고 있는 나나영롱킴을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진 우먼센스]

나나영롱킴과 함께 촬영을 하고 있는 중. 30대 중반의 자연인 김영롱과 14년 활동을 해오고 있는 나나영롱킴을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진 우먼센스]

드랙(Drag) 아티스트 나나 영롱 킴을 만나며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남성, 여성 등의 젠더 구분이 없는 무경계상태를 뜻하는 ‘젠더 뉴트럴’이 트렌드인 시대이니 ‘드랙’이라는 단어가 이전처럼 낯설지는 않았지만, 에디터들이 나나를 만나보자고 할 때는 대뜸 이유를 물었다.

“메이크업 관련해서 해보는 거라면서? 드랙 메이크업은 공연용 아닐까?”
“편집장님이 드랙 메이크업을 통해 창작욕구도 발현해 보시고, 젠더뉴트럴, LGBTQ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드랙(Drag)이란 성별, 지위 등 사회적인 겉모습과 다르게 자신을 꾸미는 행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성소수자들이 의상과 화장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표출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여자아이처럼 입기(dressed as girl)’로부터 나온 단어라는 이야기도 있고, 남성 배우가 여장을 위해 긴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을 때 그 옷자락이 끌리는(drag) 것을 표현한 데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남성 동성애자가 의상과 화장을 통해 표현한 여성인 ‘드랙 퀸’은 영화와 뮤지컬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드랙이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드랙 킹도 있고, 성별 또는 그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은 드랙도 있다.

드랙 문화를 떠올릴 때, 요즘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가 나나영롱킴이다. 나나는 공연은 물론 브랜드, 디자이너,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로 활동 중이다. 2019 FW 랭앤루 컬렉션의 뮤즈, 브랜드 컨버스의 캠페인에 참여 모델, #H&M X 모스키노 콜라보레이션 런칭 파티 공연, 패션 매거진 〈보그〉와 샤넬 화보를 찍기도 했다. 나나에 대해 알아볼수록, 그를 통해 드랙 문화가 주목받는 이유, 인사이더가 전하는 LGBTQ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졌다.

드디어 촬영 당일. 나나는 사진으로 보았던 모습보다 건장한 체격이었다. 이런 그가 메이크업을 통해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랙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함께 해 볼 수 있다니. 에디터들 덕분에 신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와의 더 많은 이야기는 유튜브 우먼센스TV ‘갱스터’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와의 더 많은 이야기는 유튜브 우먼센스TV ‘갱스터’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이 궁금했어요. 왜 나나영롱킴이에요?”

“텔레토비의 나나, 아시죠? 어렸을 때 학교에서 운동회를 했는데 반별로 퍼레이드를 제가 나나를 했어요. 그때부터 제 별칭이 나나였어요. 이후 활동을 시작하며 '나나'라는 이름에 한국 이름인 '영롱'을 붙이면, 한국에도 이런 드랙활동을 하는 친구가 있구나 조금 더 알릴 수 있지 않을까해서 만들어진 풀네임이 나나영롱킴이에요.”

에디터가 구성한 기획에 맞춰 드랙 메이크업을 해 나갔다. 얼굴을 도화지처럼 완벽하게 지우고, 그 위로 마음이 가는 대로 컬러를 선택해 그려나가라! 조금 더 과감하게 마음을 열고 얼굴을 캠퍼스 삼아 컬러, 라인, 트렌드와 상관없이 그려가는 것을 직접 해 보니 정말 창작자가 된 듯했다. 나나 역시 이런 매력 때문에 계속 드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늘 새로워요! 활동한 지 14년째지만, 메이크업을 하는 과정이 매번 즐거워요. 안 써본 색상도 써보고 안 하던 방식으로 표현하다 보니 무궁무진하게 다른 얼굴들을 그려낼 수 있더라구요. 얼굴이 하나의 도화지죠. 드랙을 하시는 분들도 그 재미에 드랙을 시작하게 된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에 관심 가져 주시는 팬들도 많구요.”
연극영화를 전공한 나나는 학창시절 갈라쇼 무대에 올라 '헤드윅' 장면 중 하나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가발 쓰고 분장 하는 드랙을 처음 해보았다고 한다.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평소 내 모습과 완전 상반된 모습으로 캐릭터로 연기한다는 것 그 자체가요. 그때부터 이 콘텐츠를 어떻게 계속 할 수 있을지 알아보게 되었어요. 2007년, 2008년에는 지금의 SNS처럼 나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시절이에요. 스무 살인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무작정 드랙을 하고 홍대, 강남 등 큰 파티 페스티벌 찾아가서 기획자에게 '나 립싱크쇼도 할 수 있으니까, 써봐라.'라고 하는 거였죠. 그렇게 공연을 하게 된 거에요.”

“드랙이 여성의 희화화 한다는 말도 있어요.”

“아직도 드랙을 '여장 남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랙이 단순히 남자가 여자처럼 꾸미는 것은 아니에요. 자기가 평소에 나타내고 싶었던 모습을 자체를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에요. 긴 가발을 쓰고, 골반이나 엉덩이를 강조한 모습에 여성의 모습을 고정화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넓게 해 주시면 그저 여성의 아름다운 몸을 표현하고 싶은 거에요. 공연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가수인 휘트니 휴스턴, 레이디 가가 등 탑 디바를 표현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가수가 가지고 있는 글램한 느낌을 연출하다 보면 그렇게 표현하게 되더라구요.”

나나와 함께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얼굴을 도화지 삼아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해 봤던 시간은 나에게도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나와 함께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얼굴을 도화지 삼아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해 봤던 시간은 나에게도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다.

오랫동안 드랙으로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근래 몇 년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클럽 등 작은 무대에서의 공연위주의 활동이었지만 요즘은 여러 사람들이 드랙 문화를 인정하고 알아봐 주면서 다양한 미디어에서 연락이 오고, 콜래보레이션 요청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메이크업이 좋아서 무대 공연이 좋아서 드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드랙'을 통해 평소에 못해봤던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접해 볼 수 있어 더 신나게 활동 중이라고 한다.

드디어 메이크업 완성! ‘가장 나답게!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게!’라는 나나의 가이드에 따라 그려가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었다. 낯선 메이크업이지만, 드랙 문화를 경험하고 전달하는 입장에서 열심히 따라 해봤던 시간.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 그리고 그 문화의 전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역시 즐겁다. 다채로운 컬러로 꾸며진 내 얼굴만큼 말이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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